‘AI 시대, 기술이 밥 먹여줘…’ 4년제 나와 기술학교 가는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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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년제 대학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차상진(25)씨는 올해 다시 대학 신입생이 됐다.
AI 확산으로 사무직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년제 대학을 나온 뒤 새로 기술을 배우는 청년이 늘고 있다.
4년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배모(29)씨도 졸업 후 2년제 기술교육 과정에 다시 진학해 용접을 배웠다.
4년제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한 김모(30)씨는 피부미용 업계에서 일하다 안정성과 장기적인 직업 전망을 고민한 끝에 재료공학과 금속기술을 새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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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반도체 등 숙련기술 경쟁력
Z세대, 고연봉에 선호도 높아져

지난해 4년제 대학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차상진(25)씨는 올해 다시 대학 신입생이 됐다. 반도체학과에 입학해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장비 기술을 배우며 관련 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차씨는 9일 “인공지능(AI) 시대라고 모든 사무직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사무직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기는 훨씬 어려워질 것 같았다”며 “현장 기술직은 노하우와 경험이 쌓일수록 경쟁력이 생긴다고 판단해 더 늦기 전에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AI 확산으로 사무직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년제 대학을 나온 뒤 새로 기술을 배우는 청년이 늘고 있다. 이들이 눈을 돌리는 곳은 이른바 ‘영 블루칼라’다. 용접·반도체·전기 등 현장 경험과 숙련이 경쟁력이 되고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분야로 진로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4년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배모(29)씨도 졸업 후 2년제 기술교육 과정에 다시 진학해 용접을 배웠다. 실습을 통해 용접 기술을 익히고 설비보전기능사 등 자격증 4개를 취득한 뒤 발전설비 정비업체에 취업했다. 배씨는 “추가로 자격증을 취득해 대체 불가능한 기술자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2년제 학위과정에 입학한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는 2021년 733명에서 올해 990명으로 5년 만에 35.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입학생은 6834명에서 6158명으로 9.9% 감소했다. 전체 입학생은 줄었는데도 대졸 이상 입학생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입학생 중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0.7%에서 16.1%로 높아졌다.
청년층의 기술직 선호는 다른 기술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의 올해 상반기 용접 과정 교육생 가운데 20·30대가 약 60%였고, 전기 과정에서는 40%를 차지했다. 자동차 과정에서도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차례 모집에서 청년층 비중이 절반 안팎을 유지했다. 서울시 측은 “AI 시대에도 숙련기술을 미래 경쟁력으로 보고 기술직을 선택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직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1997~2011년 출생) 구직자 1800명을 조사한 결과 ‘연봉 7000만원 교대근무 생산직’과 ‘연봉 3000만원 야근 없는 사무직’ 가운데 60%가 생산직을 택했다. 전년보다 2%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블루칼라 직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도 63%에서 68%로 5% 포인트 상승했다. 청년들이 기술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높은 연봉’이 66%로 가장 많았다.
전공과 전혀 다른 기술 분야로 방향을 튼 청년들도 있다. 4년제 대학에서 미용을 전공한 김모(30)씨는 피부미용 업계에서 일하다 안정성과 장기적인 직업 전망을 고민한 끝에 재료공학과 금속기술을 새로 배웠다. 금속재료산업기사 등 자격증 6개를 취득해 현재 고려아연에서 근무하고 있다. 4년제 대학 국방무기체계학과를 다니다 3사관학교에 편입한 배모(25)씨는 부상으로 학교를 그만둔 뒤 2~3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올해부터 2년제 반도체시스템학과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청년들이 일종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로봇 도입과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생산직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 그에 따른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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