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난리냐” 회사 탓한 삼성 직원…‘월세 꼼수’ 줄해고 위기

“안 그래도 성과급 때문에 바깥 시선이 곱지 않아 몸을 사리고 있는데, 일부 미꾸라지 때문에 도매급으로 욕을 먹으니 분위기가 뒤숭숭하죠.”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9일 사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일부 직원들의 월세지원금 부정수급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삼성전자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대상만 10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 DS부문의 높은 성과급을 놓고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지원금까지 부당하게 누렸다는 논란이 겹쳤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평택사업장 등에 근무하는 저연차 직원에게 월 최대 70만원의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전용면적 33㎡(약 10평) 미만 오피스텔·원룸·1.5룸 등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이 주거비 지원을 얻기 위해 실제 본인의 임대차계약과 다른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따로 만든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실제로는 33㎡를 넘는 집이나 투룸 등에 살면서 회사 제출 계약서에는 면적을 줄이거나 원룸·1.5룸으로 적는 식이다. 관리비 일부를 월세로 돌려 적은 사례도 거론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월세지원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를 마친 뒤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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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와서 난리” 적반하장
일부 직원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 삼성전자 재직자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평택에 강제로 끌려왔고, 면적을 바꾸는 방법도 부동산에서 먼저 알려줬다”며 “3년 차인데 퇴사하기 무섭다. 주위에서도 성과급 축하해주고 부러워하는데 진짜 나가야 하면 죽고 싶을 것 같다”고 적었다.
오히려 회사를 탓하는 반응도 있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왜 인제 와서 난리냐. 애초에 경고하거나 두 번 확인했어야 한다. (월세부정수급 확인)면담 때 너무 압박해 머리가 빠지고 체중도 3㎏ 넘게 줄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내부 시선은 싸늘하다. DS부문의 한 연구원은 “일부 구성원의 꼼수 때문에 다른 복지마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성인이 자기 판단으로 실행한 일인 만큼 군말 않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성과급으로 수억원씩 받으면서 월세까지 욕심내느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사 대상을 과거 수급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삼성전자 재직자는 블라인드에 ‘평택 월세 지원 만기 건 전수 조사를 요청한다’는 글을 올리고 “지원 기간이 끝났다고 과거 부정수급 행위까지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만기 종료 건까지 전수 조사해 부당이득을 전액 환수하고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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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금액 적어도 “신뢰 훼손” 징계해고
징계 수위를 가를 핵심은 ‘고의성’이다. 지원 기준과 면적 초과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회사 제출용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법원도 액수 자체보다 고의성과 노사 간 신뢰 훼손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서울고법은 2명이 참석한 사적인 식사 자리에 8명이 참석한 것처럼 꾸며 법인카드로 23만5000원을 결제한 준정부기관 직원의 징계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부정사용액이 극히 적더라도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판례도 있다. 2011년 서울행정법원은 승객에게 받은 버스요금 가운데 400원씩 두 차례, 총 800원을 빼돌린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노동위원회는 횡령액이 소액이라는 점 등을 들어 부당해고라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운송수입금을 전액 회사에 납부하는 것은 노사 간 신뢰의 기본인 만큼 액수보다 이를 고의로 빼돌린 행위 자체를 무겁게 본 것이다.
이번 논란이 사내 환수·징계를 넘어 형사책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형사법 전문인 조범석 법률사무소 석상 변호사는 “직원들이 실제와 다른 계약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회사가 이를 사실로 믿어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원래 지급해야 할 금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액을 편취한 것으로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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