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 대구에 전세분양 ‘오픈런’ 왜…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부른 역설

지난 8일 대구 달서구의 한 신축 아파트 분양사무소 앞에 선착순 전세 계약을 접수하려는 장사진이 펼쳐졌다. 접수 이틀 전인 6일부터 대기 줄이 생기기 시작해 텐트·파라솔·캠핑 의자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더욱이 대구는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몇 년간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 지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에서 전세 오픈런이 발생한 것은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CR리츠(Corporate Restructuring REITs) 물량으로 편입해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CR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다 경기가 회복되면 매각하는 부동산 금융상품이다. 해당 단지는 2024년 준공한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로 전용 84㎡ 전세가격이 2억2200만~2억6000만원에, 전용 113·117㎡은 3억~3억3000만원에 공급됐다. 인근 시세 대비 최대 1억원가량 저렴했다.
하지만 가격 외에도 이재명 정부 들어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며 지방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것도 주요 배경이다. 실제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데도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7월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울산·대전)의 평균 전세수급지수는 168.2로, 문재인 정부 당시 전세대란이 있었던 2021년 9월(172.3) 이후 약 5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대비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올 연초 대비 아파트 전세 매물도 17개 시·도 중 대구가 3947건에서 2239건(-43%)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경북(-38%), 경남(-33%), 경기(-30%), 충북(-28%) 등의 순이었다. 전세난이 심한 서울(-11%)보다도 매물 급감이 심하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가 지방에서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2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37만7000명이다. 2주택자는 191만418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5%(96만5132명)가 2채 모두 지방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 역시 절반가량이 지방에 주택을 보유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지방은 수도권 대비 부동산 투자가치가 낮아 통상 매매보다 전월세 수요가 많다”며 “미분양이 많아도 전세난이 생기는 이유”라고 짚었다. 이어 “여기에 실거주를 유도하고, 다주택자 또는 임대사업자 세제를 강화하다 보니 지방 전월세는 더 줄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며 “세제가 강화될수록 지방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감방서 자살한 병역거부 아들…“시신 거부” 그 부모의 실체 | 중앙일보
- 기자들 뒤통수 친 8·15 특사…윤 몰락 부른 ‘김태우 전말’ | 중앙일보
- “손가락 하나가 없다고?”…호프집 여사장 죽인 男 충격 정체 | 중앙일보
- 24세 먹방 유튜버의 비극…사망 사흘전 “칼륨 부족 입원” 고백 | 중앙일보
- 실종 여성 시신 100㎞ 밖서 발견…8년 만에 되살아난 ‘제주 괴담’ | 중앙일보
- 대학가 5층 하숙집 돌연 붕괴…‘최소 5명 사망’ 발칵 뒤집힌 이 나라 | 중앙일보
- 여성 시신 나온 파주 카페 ‘소름 공지’…냉동창고선 ‘수백억 상품권’ 뭔일 | 중앙일보
- 수영장 숙소 월 50만원, 밥값 2000원…‘한달살기 성지’ 된 이 섬 | 중앙일보
- “온종일 폰 들여다 보는 건 투자 아닌 도박” 존리 주식 경고 왜 | 중앙일보
- 한국인까지 속인다…진화하는 ‘K짝퉁’의 기막힌 수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