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잡겠다”더니…8개월만에 깃발 내린 중도개혁연합

지난 2월 일본 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권에 맞설 거대 야당을 표방했던 중도개혁연합이 창당 8개월 만에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총선에서 의석의 70% 이상을 잃은 데 이어 이후에도 지지율이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입헌민주당계와 공명당계가 결국 각자의 길을 택하게 됐다.
중도개혁연합은 9일 오전 의원간담회를 열어 입헌민주당 출신과 공명당 출신 의원들이 각각 당을 떠나는 방안을 승인했다. 입헌민주당계 21명은 재차 신당 창당으로 나서며, 공명계 28명은 공명당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다만, 두 세력은 당은 갈라서더라도 중의원에서는 공동 원내그룹을 만들어 제1야당 그룹의 지위는 유지할 방침이다.
중도개혁연합은 지난 1월 당시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중의원 의원들이 합류해 출범했다. 합류 전 두 당의 의석은 각각 148석과 24석이었다. 일부 의원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총선 직전 167석을 확보해 당시 198석이던 자민당을 위협할 세력으로 떠올랐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결성한 데다, 오랫동안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려온 공명당이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합치는 것을 두고 ‘선거용 결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총선에서도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49석에 그쳐 118석을 잃었다. 반면 자민당은 198석에서 316석으로 118석을 늘리며 압승했다.
총선 뒤에는 더 뚜렷한 한계가 드러났다. 다카이치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했다.
마이니치신문 정례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2월 61%에서 4월 53%, 6월 51%로 낮아진 뒤 7월에는 41%까지 떨어졌다. 8월에도 4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자민당 지지율도 2월 29%에서 7월 23%, 8월 24%로 하락했다.
하지만, 중도개혁연합 지지율은 2월 5%에서 3·4월에도 5%에 머물렀고, 5월 4%, 6월 5%, 7·8월 4%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정권에 실망한 부동층이 야당에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중도개혁연합은 당초 중의원에 그치지 않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참의원·지방의원까지 합류시켜 전국 조직으로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총선 참패 뒤 입헌민주당 내부에서 신중론이 커졌고, 지난달 31일 세 당의 대표가 합류 무산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해체가 예고됐다.

중도개혁연합의 좌초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우호적인 환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국회에서는 입헌계와 공명계가 공동 원내그룹을 만들기 때문에 숫자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자민당에 맞설 ‘단일 간판’이 사라진 채, 소수 정당들이 난립하는 구도가 됐다. 게다가 다음 선거에서 입헌계 신당과 공명당,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 등이 각각 후보를 낼 경우 야권 표와 중도층 표가 분산될 여지도 커진다.
반대로 야권 재편은 더욱 유동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오가와 준야(小川淳也)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9일 입헌계와 공명계가 공동 원내그룹을 유지한 뒤 국민민주당은 물론 자민당의 온건 보수층까지 끌어들여 ‘중도 세력’을 넓혀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이미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시도가 실패한 만큼 당분간 야권 통합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채 야당의 각자도생이 전개될 전망이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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