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논란이 놓치고 외면한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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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큰 수익을 거둬 노동자들에게 억대 성과급이 지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단 하이닉스는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을 하지 않아서 내부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었어요. 노사가 몇 년 전부터 초과이윤 성과급 논의를 꾸준히 이어오면서 제도화에 성공한 케이스였고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만 있는 게 아니라 가전 사업부도 있어서, 여러 사업부가 뒤섞여 있는 기업 특수성이 있었고 그만큼 시끄럽기도 했어요. 제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상황이라, 무엇이 갈등을 일으켰는지, 성과급 논의에서 우리가 놓친 게 뭔지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삼성전자에 집중했습니다."
- 삼성전자와 초기업노조의 합의안을 보니 DS부문 메모리반도체 노동자가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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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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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 ⓒ 뉴스타퍼 |
지난 8월 12일 뉴스타파는 <다큐 뉴스타파 - 누가 내 케이크를 먹었을까... 삼성반도체 초과이윤 배분 규칙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해당 다큐는 삼성전자 내 하청 노동자 문제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정규직 간의 격차와 차별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8월 28일 이 다큐를 연출한 김새봄 PD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삼성전자의 성과급 격차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다큐 뉴스타파>는 월 단위 포맷이라 현안을 다루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요. 당시 가장 뜨거웠던 이슈가 SK하이닉스와 삼성 반도체의 초과이윤과 천문학적인 성과급 지급 결정이었는데, 이 배분 문제를 두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졌어요.
다만, 목소리는 많았어도 차분하게 다뤄진 기사는 없었다고 봐요. 액수나 격차에만 매몰되거나, 당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국민 배당' 같은 이야기도 '왜 기업 이윤을 국민에게 나눠주냐, 공산주의냐'는 식으로 자극적으로만 소비됐거든요. 그래서 이 논의가 어떻게 시작돼서 배분 결정까지 이르렀는지를 차분히 짚어보고 싶어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 취재 시작 전엔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삼성 반도체 DS 부문에서 6억을 받는 노동자가 탄생했다는 건 굉장히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원래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가 받는 임금 수준이라는 게 어떤 계급 구조 안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웠던 건데, 반도체 초과이윤이 일부 노동자에게라도 돌아가는 결정이 내려진 건 반가운 일이었어요. 기업만의 몫이 아니라 그걸 함께 만들어간 노동자에게도 몫이 있다는 걸 확인받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서, 저는 환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졌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노동자의 몫을 확인받는 좋은 계기이긴 했지만, 특정 사업부 노동자에게만 성과급이 몰리다 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노노 갈등으로 번져버렸어요. 그게 안타까웠습니다. 더 들여다보니 같은 회사 안에서도 격차가 있었고, 같은 일을 하는데도 하청 노동자에게는 그 과실이 전혀 닿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처음에 '노동자에게도 초과이윤의 몫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생각했던 게 정말 맞는 판단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성과급이 특정 소수에게만 쏠리면서 오히려 갈등의 씨앗이 돼버린 거예요. 원래는 '왜 이렇게 차별적으로 나눠주냐, 누구는 못 받고 누구는 100배씩 차이 나게 받느냐'며 분노가 사측을 향할 줄 알았는데, 결국 노동자끼리의 갈등으로 번져버렸다는 게 안타까운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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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 ⓒ 뉴스타파 |
"일단 하이닉스는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을 하지 않아서 내부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었어요. 노사가 몇 년 전부터 초과이윤 성과급 논의를 꾸준히 이어오면서 제도화에 성공한 케이스였고요.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만 있는 게 아니라 가전 사업부도 있어서, 여러 사업부가 뒤섞여 있는 기업 특수성이 있었고 그만큼 시끄럽기도 했어요. 제가 취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상황이라, 무엇이 갈등을 일으켰는지, 성과급 논의에서 우리가 놓친 게 뭔지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삼성전자에 집중했습니다."
- 아이템을 결정한 뒤 가장 처음 한 취재가 뭔가요?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삼성전자 DX 가전·휴대폰 사업부 직원들 목소리를 먼저 들었어요. 실제 인터뷰엔 거의 안 썼지만, 열 분 넘게 통화로 들으면서 삼성 내부 분위기, 100배 차이 나는 성과급 결정 과정, 그들이 느끼는 분노의 수위를 파악했고, 삼성전자 특유의 계급 문화와 DS·DX 간 오래된 갈등도 알게 됐어요. 이게 초기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 프롤로그가 하청 노동자의 인터뷰로 시작돼요. 여기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던 건지 궁금해요.
"파란색 방진복을 입은 하청 노동자가 클린룸 안에서 겪는 실질적인 차별을 이야기하는데, 평일 야간 하청 대 정규직 비율이 7대 3, 주말엔 9대 1까지 벌어진다고 해요. 힘든 노동을 대부분 하청 노동자가 맡는 현실이 방진복 색깔로 즉각 구별되는 거죠. 그 색깔 자체가 삼성전자의 태도를 상징한다고 생각해서 서두로 잡았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같은 공간에서 차별받는 존재들에 대한 거예요. 정규직이 100배 차이 성과급을 받는다는 얘기는 많이 회자됐지만, 하청 노동자는 0원이라는 사실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그들 목소리를 서두에 배치했습니다."
- 말씀 들어보면 하청 노동자도 삼성전자가 이윤을 얻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거든요. 그럼, 그만큼의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맞아요. 실제로 정규직이 12만 명 정도, 사내 하청이 4만 명 정도인데, 사외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29만 명이 더해져서 총 60만 명이에요. 이 60만 명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지금 우리가 보는 삼성전자 반도체 초과이윤인 거죠. 그런데 정규직 12만 명 중에서도 DS 부문의 일부 사업부, 한 7만 명 정도만 해당되고, 6억을 받은 DS 메모리 사업부 인원은 그보다도 훨씬 적을 거예요. 결국 60만 명이 만든 성과인데 그중 극히 일부만 배분받은 셈이니, 이건 굉장히 불합리한 일이라고 봅니다."
- 삼성전자와 초기업노조의 합의안을 보니 DS부문 메모리반도체 노동자가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초기업 노조에 메모리 반도체 노동자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협상이 이뤄졌을까요?
"사측이 협상 초반부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밀어붙였어요. DX는 이번에 적자니까 아예 줄 수 없고 DS만 협상하겠다고 했던 거죠. 노조가 반대하니 사측은 'DX는 넣어주겠지만 성과 있는 곳에만 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어요. 사측이 입장을 계속 반복하면서, 사업부 공통분과 부문별 분배 비율을 계속 협상하게 됐어요. 원래는 공통으로 나누는 비율이 높았는데, 협상이 계속 안 풀리니까 그 비율이 점점 낮아져서 최종적으로 4대6까지 떨어졌어요. 사업부 몫이 6으로 커지면서, 흑자를 낸 사업부인 메모리 쪽에 훨씬 많이 돌아가는 결과가 된 거예요. 결국 사측이 원했던 대로, 영업이익 기준으로 흑자를 낸 사업부만 챙겨주는 방향으로 끌려간 셈이죠."
- 취재진이 '삼성 사측이 얘기하는 개인 고과별 차등과 초기업노조가 얘기하는 사업부별 차등이 결국 같은 논리 아닌지'라고 묻자, 최승호 초기업 노조 위원장은 DX와는 채용을 따로 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DS 안에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해요. 발언이 다소 모순돼 보이는데...
"맞아요. 그래서 인터뷰하면서 오히려 그 모순이 답변 자체에서 그대로 드러나길 바랐고, 최대한 많이 담으려 했어요. 결국 최승호 위원장은 철저한 '삼성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삼성은 인사고과 등으로 끊임없이 평가하고 줄 세워 임금 격차를 만드는데, 실제로 30년 차 노동자가 7년 차한테 임금이 역전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해요. 그런 계급적 인식이 최승호 위원장에게도 체화된 것 아닌가 해요.
다큐에는 못 담았지만, 오랫동안 삼성전자 하청으로 일하신 분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어요. 정규직 신입사원들이 처음엔 하청 노동자에게도 '선배님' 하며 공손하게 대하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달라진다고 해요. 처음엔 다 같은 노동자라는 인식이 있었을 텐데, 삼성 특유의 문화와 끊임없는 평가·줄 세우기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하청 노동자는 나보다 계급이 낮다'는 인식이 몸에 배는 거겠죠. 저는 이게 지금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 하청 노동자라도 같은 일 하면 같은 임금 받는 게 맞지 않을까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대기업 안에 이미 자리 잡은 노동자의 계급화·계층화가 이 당연한 인식을 가로막는 것 같아요. 계급과 계층 인식의 출발점이 결국 '어디 소속이냐'거든요. 같은 일을 해도 삼성전자 소속이 아니라 다른 하청 기업 소속이니까 다르게 받아도 된다는 식으로,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선을 긋고 눈을 감아버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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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뉴스타파>의 한 장면 |
| ⓒ 뉴스타파 |
"우하경 전삼노 위원장 직무대행도 저와 처음 통화할 때 '삼성은 계급 사회'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촘촘하게 서열이 매겨져 있는데, 소속 부문이나 사업부, 그 사업부의 올해 영업이익, 인사고과 등급(탁월부터 불만족까지), 연봉 등급까지 여러 기준이 합쳐져서 노동자마다 여러 개의 '꼬리표'가 붙어요. 그게 다 모여서 매우 세밀한 서열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 경쟁을 위한 걸까요?
"맞는 것 같아요. 경쟁을 붙여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서 더 높은 성과를 끌어내려는 거겠죠. 또 하나는, 같은 재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것 같아요. 임금으로 나가는 돈이 정해져 있으니까, 5명에게 똑같이 20씩 나누는 게 아니라 잘하는 사람에게 40을 몰아주고 나머지에게는 15씩만 주는 식으로 배분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보는 거죠."
- 공정한 보상이 뭘까요?
"고민이 많아서 인터뷰이들에게 직접 물어봤어요. 최승호 위원장은 '동일하게 받는 건 공정하지 않다, 능력에 따른 차등은 필요하지만 격차가 너무 커지면 안 된다'고 했고, 우하경 위원장은 '성과 없는 해엔 임원도 똑같이 받으면 안 된다, 고통을 직원에게만 전가하는 게 불공정의 시작'이라고 했어요. 박준영 산업인류학자는 하청 노동자가 최저임금만 받는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았고, 조돈문 대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정규직끼리도 100배 차이 나는 건 잘못됐다며 '공정은 평등'이라고 했어요.
저는 오민규 실장님 말씀이 가장 공감됐어요. '공정한 보상은 합리적인 차별을 설계하는 것'이라는 건데, 위험한 업무는 더 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라면 야간·주말에 위험한 일을 하는 하청 노동자가 오히려 더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하청'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최저임금이라는 거죠. 실제로 카카오는 협력사에 적용하는 '공급망 최저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110% 수준으로 만든 선례가 있대요. 마지막으로 윤홍식 교수님은, 이런 성과는 개인이나 기업만의 노력이 아니라 축적된 기술 유산의 결과이므로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권리라고 했는데, 이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주류 경제학의 관점이라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뭘까요?
"한국 사회의 능력주의 신화에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요. 최승호 위원장도 전형적인 능력주의 신봉자인데, 능력에 따른 차등을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수용 범위가 굉장히 넓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렇다면 그 차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중요한데, 오민규 실장이 말한 '합리적 차등 설계' 논의는 오히려 거의 이뤄지지 않고 후퇴하고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능력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측정하느냐가 완전히 베일에 가려진 흑색지대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큐 제목도 '삼성 반도체 초과이윤 배분 규칙의 비밀'이었어요. 노동자들 간 갈등이 아니라 그 위의 삼성전자 사측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측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이면에 무엇이 설계돼 있는지, 그런 사회에서 이 차별을 받아들여도 되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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