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국 ‘수입금지’ 카드 꺼냈다…‘관세→금수’로 전략 전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캐나다산 유제품과 주류,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날 0시 1분(미 동부시간 기준)을 기해 캐나다가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로 대응한 데 대한 재보복 조치다.

이날 결정을 놓고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한 이후 트럼프가 관세를 동원해 상대국을 압박해왔던 전략에서 아예 수입금지를 통해 미국 시장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캐나다 ‘반격’에…결국 ‘금수 카드’ 꺼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캐나다산 유제품·주류·오토바이 등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포고문 3건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유청 단백질 농축물과 무알코올 맥주 등 유제품 14개, 맥주와 와인 등 14개 주류, 배기량 800cc가 넘는 오토바이와 전동 자전거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이에 앞서 미국 조달 시장에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Multiple Award Schedule)를 통해 들어오는 캐나다산 제품을 제외하라고 연방총무청(GSA)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 입찰에서 캐나다를 배제하라는 지시다.
이들은 당초 캐나다에 대한 50%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던 품목이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굴복할 거라고 기대했던 캐나다가 오히려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맞서자 아예 일부에 대한 수입금지를 명령하며 보복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미국에 보복을 한 ‘지구에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정이 예외적인 대응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누구라도 미국에 맞설 경우 유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은 말로 풀이된다.
예고됐던 ‘무기’…“관세보다 큰 파장 우려”
캐나다에 금수 조치를 내린 근거는 100년 전인 1930년에 제정된 관세법 338조다.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상대국이 불공정 관행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경우 추가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대법원이 IEEPA(국제 비상 경제 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하자 해당 법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적용해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했고,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금수 조치까지 취했다.
악시오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가 수입 금지라는 더욱 극단적인 무역 전쟁 무기를 꺼내든 것”이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하며, 지금까지의 무역 정책을 규정해온 관세보다 더 큰 경제적 파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관세가 부과돼도 기업 또는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물가가 상승할 수는 있지만, 물건을 아예 구하지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금수 조치가 시행되면 경우에 따라 핵심 부품이나 제품의 공급이 끊기면서 공급망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다.

트럼프는 이 때문에 금수 조치를 여러차례 예고하고도 이를 실제로 적용하지 않았다. 특히 지금까지 미국은 금수 조치를 취하더라도 적대국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만 사용해왔다. 동맹에 사실상의 제재를 가한 것은 동맹 외교의 근간까지 뒤흔든 의미로도 해석된다.
시행까지 3주 말미…중간선거 악영향 우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늦게서야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날 0시 1분 캐나다가 보복관세로 대응한 뒤 더 강력한 카드인 금수 조치에 서명을 하기까지 긴 고심의 과정이 있었다는 의미다.

다만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도 시행 시기를 3주일 뒤인 29일로 잡았다. 그동안 캐나다를 최대한 압박해 굴복을 얻어내거나, 캐나다가 끝까지 버텨 금수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11월 선거 전까지 재고를 소진하며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파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당국자도 트럼프가 내년 1월부터 50% 인상을 지시한 캐나다산 자동차 및 부품, 철강에 대한 관세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며 추가 압박을 지속할 뜻을 강조하면서도, 시행을 앞당기겠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물가 상승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밀하게 조정되었다”며 경제적 파급 효과를 축소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최근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캐나다 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를 지지한 미국인은 20%에 그쳤다. 트럼프는 전날 캐나다의 항공회사 봄자디어의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당장 해당사가 미국에 투자한 공장을 유치한 지역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공개 반대에 직면하면서 추가 조치는 사실상 보류됐다.
정치적 ‘치킨게임’…캐나다, 탈미국 움직임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에 대한 비판을 피해야 하는 트럼프와 달리, 트럼프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압도적인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앵거스 리드(ARI)의 여론조사에서 카니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62%에 달했다. 지난달보다 11%포인트 급등했다.

다만 응답자의 34%는 캐나다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캐나다가 유리하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그럼에도 73%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양보를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론에 힘을 실었다. 60%는 물가 상승 등 경제적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강경한 협상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여론의 지지를 확인한 카니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방향을 전환하고 번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그 전환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가만히 있을 때 치르는 비용에는 훨씬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용을 치르더라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카니가 유럽연합(EU)과 무역부터 안보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 관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1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정연설에서 관련 구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카니는 해당 연설에 참석한 뒤 이튿날 유럽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다. EU와 캐나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아온 일종의 ‘동병상련’을 경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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