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관이 주목하는 韓미술…'수집' 넘어 '연구'로

박병희 2026. 9. 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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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메미술관은 단색화 외에도 다양한 한국미술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는 단색화와 다른 추상미술과 실험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1960~1980년대 한국 미술계를 더 폭넓게 조망하고 싶다."

다조르 큐레이터는 "한국 현대미술이 1990~2000년대 세계화되면서 해외 미술관의 수집 대상이 됐지만 1960~1980년대 미술에 대한 연구와 자료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단색화를 출발점으로 그에 가려졌던 추상미술과 실험미술, 개념미술 등 다양한 흐름을 살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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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기메미술관 등 추상·실험작 발굴
전통 계승…미술사적 맥락에도 관심
"키아프·프리즈 서울 역동성 인상적"

"기메미술관은 단색화 외에도 다양한 한국미술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에는 단색화와 다른 추상미술과 실험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1960~1980년대 한국 미술계를 더 폭넓게 조망하고 싶다."

세계 주요 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실험적 흐름을 연구하고, 이를 기존 컬렉션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기메미술관의 세실 다조르 현대미술 담당 큐레이터는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키아프 서울×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KAMS)×프리즈 서울 토크'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에는 단색화 외에도 주목할 지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컬렉션과 한국 미술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크는 김은진 아트월 디렉터의 진행으로 다조르 큐레이터와 와시다 메루로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관장, 현수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가 참석했다.

현수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 와시다 메루로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관장, 세실 다조르 프랑스 기메미술관 현대미술 담당 큐레이터(왼쪽부터)가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키아프 서울×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KAMS)×프리즈 서울 토크'에서 한국 미술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기메미술관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시아미술 전문 국립박물관이다. 약 6만5000점의 소장품 가운데 한국 작품 15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조르 큐레이터는 "한국 컬렉션이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신라시대 고대 유물과 조선시대 회화ㆍ도자기, 불교미술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메미술관의 관심은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한국 작가를 넘어 미술사적 맥락으로 확장되고 있다. 다조르 큐레이터는 "한국 현대미술이 1990~2000년대 세계화되면서 해외 미술관의 수집 대상이 됐지만 1960~1980년대 미술에 대한 연구와 자료화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단색화를 출발점으로 그에 가려졌던 추상미술과 실험미술, 개념미술 등 다양한 흐름을 살펴보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와 작품에만 관심을 두는 데서 나아가 작품이 탄생한 배경과 시대적 흐름 등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적 맥락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종합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도 고대부터 동시대까지 아우르는 한국미술 컬렉션을 구축해왔다. 현수아 큐레이터는 "삼국시대 도자기부터 고려 불화, 필사본 등 우수한 한국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다"며 "회화와 불교 조각, 도자기뿐 아니라 20~21세기 작품도 소장하고 있으며 장식미술에서는 도자기와 금속, 칠기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작품 수집은 1889년 19세기 악기 7점을 들이면서 시작됐다. 4년 뒤인 1893년에는 분청사기도 소장품에 포함했다. 이후에도 한국 작품을 꾸준히 소장했지만 100년이 넘도록 별도의 상설 전시 공간이 없어 상당수가 수장고에 머물렀다. 1998년 한국실이 문을 열면서 전시와 연구가 본격화했다. 2023년에는 한국미술 갤러리 개관 25주년 기념 전시도 열었다.

한국실 개관 이후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방식도 한층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현 큐레이터는 "2011년 분청사기 특별전에서는 15~16세기 작품과 현대 도예가 윤광조, 이헌종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전통이 어떻게 계승되고 변형되는지 보여줬다"며 "분청사기를 통해 16~17세기 일본과의 관계를 살펴보기도 했다. 현대 일본 도자기가 일본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보를 따라가면 한국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수아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왼쪽 두 번째)가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키아프 서울×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KAMS)×프리즈 서울 토크'에서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일본의 대표적인 동시대미술관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최근 갑자기 생겨난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미술관은 2004년에 개관했는데 그 이전인 2000년부터 한국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와시다 관장은 "이불과 서도호 등의 한국 작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와시다 관장은 특히 미술관이 소장한 이불의 2000년 작품을 소개하며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 그는 "이불의 작품에는 새로운 기술이 들어가 있는 동시에 무속적인 요소도 있다"며 "서로 상반돼 보이는 두 요소가 한 작품 안에 결합돼 있다는 점이 가나자와가 이불의 작품을 수집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세 미술관의 사례는 해외 미술관의 관심이 '한국 작품 수집'에서 '한국미술의 맥락 연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명 작가나 단색화에 집중했던 시선에서 벗어나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흐름을 발굴하고 전통과 현대,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미술의 위치를 새롭게 살피는 것이다. 와시다 관장은 향후 이불의 도자기 작품과 '번역된 도자기'로 알려진 이수경의 작품도 소장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현 큐레이터는 한국미술에 계속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로 역동성을 꼽았다. 그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을 매년 오는데 항상 변화한다"며 "새로운 작가와 새로운 유형의 작품이 계속 보인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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