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두 번, 초등학교 길목에 놓이는 무료음식들

제스혜영 2026. 9. 9.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

일반·재활용 쓰레기통은 4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수거된다.

이곳은 쓰레기 매립이 아닌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고도화된 재활용 시설 확충,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EPR), 일회용품 사용 원천 차단, 보증금 반환제(DRS)등 강력한 쓰레기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선순환 방식을 완성하는 데에는 시민들의 실천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공동리포트 - 세계의 쓰레기] 스코틀랜드의 쓰레기 정책, 이상과 현실 사이

세계 주요 도시의 쓰레기 배출·수거·재활용 시스템을 취재하여 각국의 실질적인 자원순환 체계와 시민 부담 방식을 진단하고 국내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대안과 시사점을 모색한다. <편집자말>

[제스혜영 기자]

 스코틀랜드의 한 대형마트에 있는 재활용(옷걸이, 잉크 카트리지, 화장품) 수거함.
ⓒ 제스혜영
'내가 버린 1초의 쓰레기, 증손자가 치워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1초 만에 소비하는 편한 세상에서 100년에 걸쳐 처리될까 말까 하는 쓰레기 문제로 골치 아파하는 불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 지금, 도대체 쓰레기는 제대로 버려지고 있는 걸까? 쓰레기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코틀랜드. 초록이 압도하는 이 아름다운 땅에서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자연의 경외함을 마주하는 이 땅과 걸맞은 정책은 '매립 금지'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일반폐기물을 매립하면 분해되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약 28배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생성된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소각로를 확대함으로써 기존의 쓰레기를 땅에 매립하는 것을 막고자 매립 금지 법안을 지난 1월 발효했다.

스코틀랜드 환경청의 '가정용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가정용 폐기물 매립량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약 82.5%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최근 매립 제로 법안에 따른 자원화 소각시설 부족으로 최소 80~100대의 트럭이 일주일 내내 잉글랜드나 해외 시설로 운반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다 대형 차량의 운반으로 인한 배출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인프라 부족은 정책의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드러내며 보여 주기 식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파장으로 스코틀랜드 환경청은 매립 금지 단속을 2027년 말까지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집 앞에 블루빈(플라스틱, 페트병, 캔 등)을 갖다 놓으면 수거된다.
ⓒ 제스혜영
매일 버려지는 가정용 쓰레기는 어떨까? 스코틀랜드는 집집마다 바퀴 달린 쓰레기통이 색깔별로 줄지어 서 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지 모른다. 총 5종류로 나눠 수거하고 있는데, 색깔별로 정해진 날짜에 쓰레기통을 문 앞에 갖다 놓는다. ▲ 블루 빈 : 플라스틱, 페트병, 캔 등 ▲ 그레이 빈 : 종이, 신문, 박스 등 ▲ 그린 빈 :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 ▲ 브라운 빈 : 잔디, 나뭇가지 등 정원 폐기물(3주에 한 번) ▲ 그레이 카디 : 음식물 쓰레기(1주에 한 번)

일반·재활용 쓰레기통은 4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수거된다. 잘못 읽은 거 아니다. 4주에 한 번, 맞다. 처음엔 한 달에 한 번 쓰레기가 수거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 아무리 쓰레기통이 크더라도 5인 가족의 쓰레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으니 줄이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쓰레기가 잘 분리될수록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달에 한 번 배출되는 날짜를 놓치게 되면 다음 수거 일까지 쓰레기를 집에 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더 치명적이다. 휴가 등으로 집을 비울 때는 반드시 이웃에게 버려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통 손잡이에 봉투를 걸어두면 생분해되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 한 묶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 제스혜영
이곳의 음식 쓰레기는 매립지로 가지 않고 친환경 처리 시설로 들어간다. 이 시설에는 강력한 파쇄기가 있어서 동물 뼈, 달걀, 조개껍질까지 다 넣어도 상관없다. 음식물이 분해될 때 나오는 메탄가스가 정화되어 난방용으로 사용되고 분해되고 남은 부산물은 살균 과정을 거쳐 친환경 비료가 된다.

매년 지자체에 내는 지방세에 쓰레기 수거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종량제 봉투를 사거나 버릴 때마다 돈을 낼 필요는 없다. 생분해되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필요하다면 무료로 한 묶음씩 받을 수 있다. 다만 정원 폐기물용인 브라운 빈을 사용하려면 정원이 없는 집과의 형평성을 위해 일 년에 한 번 52파운드(9만 7000원)를 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 쓰레기를 제대로 분리 배출하지 않을 경우 환경미화원이 이를 거부할 수 있고 스티커를 붙여 무슨 내용물이 잘못되었는지 알려준다. 나도 몇 번 넘쳐흐를 것 같은 쓰레기통에 노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 후 지자체로부터 60~80파운드(11만~1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다.

선순환 방식 완성에 시민들의 실천과 노력 절실
 스코틀랜드에서 유리병은 개인이 유리 재활용장에 가서 버려야 한다.
ⓒ 제스혜영
스코틀랜드에는 독특한 유리 재활용 방식이 있다. 유리는 모았다가 가까운 공동 유리 재활용장에 갖다 버려야 한다. 유리병에 붙은 종이나 플라스틱 뚜껑, 금속 링 등을 따로 떼어낼 필요는 없다. 고압 공기와 자석, 센서가 있어서 다 걸러내고 색상별로 구분한다.
처음에는 빈 유리병을 들고 가까운 재활용장까지 가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유별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스코틀랜드의 핵심 산업인 '위스키·맥주 제조업'과 연계되어 있었다. 버려진 유리가 다시 고품질의 술병으로 재탄생하는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랙매넌셔의 대형 폐기물 처리장은 가전제품, 매트리스, 건축 잔해 등 13개 분류로 나뉘어 있고 무료로 버릴 수 있다.
ⓒ 제스혜영
대형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까? 지자체마다 대형 폐기물 처리장이 따로 있다. 이곳은 쓰레기 매립이 아닌 자원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목재류, 가전제품, 매트리스, 정원 폐기물, 건축 잔해, 철제·금속류, 두꺼운 종이상자 등.

내가 살고 있는 클랙매넌셔(Clackmannanshire)에서는 13개의 부문으로 수거되고 있다. 지역 주민의 경우 운전면허증처럼 거주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보여주면 무료로 버릴 수 있다. 만약 수거 서비스를 원한다면 57.10파운드(10만 7000원)를 내고 최대 5개 품목까지 배출이 가능하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원래 2020년까지 가정용 쓰레기 재활용률 6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패했다. 2020년부터 최근까지 줄곧 43~44%대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고도화된 재활용 시설 확충,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EPR), 일회용품 사용 원천 차단, 보증금 반환제(DRS)등 강력한 쓰레기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선순환 방식을 완성하는 데에는 시민들의 실천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학교 가는 길목에 놓인 음식들을 사람들이 무료로 가져간다.
ⓒ 제스혜영
먹거리 나눔(Food Sharing)도 일상이다. 우리 마을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대형마트에서 팔지 못한 잉여 식품을 초등학교 가는 길목에 놓아둔다. 아이를 둔 부모들이 학교를 오가며 필요한 음식을 주저 없이 무료로 가져가는 모습은 흔한 일이다.

옆 마을 '달러'(Dollar)에는 리페어 카페(Repair Café)가 한 달에 한 번 문을 연다. 고장 난 가전제품이나 가구, 옷, 악기 등을 가져오면 은퇴한 엔지니어와 손재주가 좋은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수리 기술을 무료로 가르쳐 주거나 함께 고치는 곳이다. 수리비는 3파운드(5600원)에 불과하다.

영국 시민들이 선순환 방식을 추구하는 노력 가운데 '자선가게(Charity Shop)'를 빼놓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대에 세계 최초로 구호 활동을 펼친 옥스팜의 발상지답게 동네 중심가마다 서너 개씩 있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다. 심지어 자선가게에 직접 가지 않고도 물건을 기부할 수 있다. 자선가게마다 비닐봉지를 편지처럼 집에 넣어주는데, 안 쓰는 옷, 신발, 화장품 등을 담아 집 밖에 두면 그 봉지에 맞는 자선가게에서 직접 수거해 간다.
 자선가게(유방암 환자를 위한)에서 제공한 봉지에 옷, 가방, 신발 등을 넣어 집 앞에 두면 직접 수거해 간다.
ⓒ 제스혜영
우리 집에 상태가 양호한 중고 책이 꽤 있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주변에 나눠 주기도 했지만 홈스쿨링을 했던지라 백과사전, 교과서, 쓰지 않은 학습지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최근에 '월드 오브 북스'에 57권을 보냈더니 37파운드(7만 원)가 입금되었다. 월드 오브 북스에서는 이런 책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한다.

'내가 버린 1초의 쓰레기, 증손자가 치워야 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수준을 넘어, '사지 않고, 고쳐 쓰고, 나누는' 적극적인 행동이야말로 미래의 증손자들이 치워야 할 쓰레기를 덜어주는 것이 아닐까.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