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숏폼 도전, '밥상 위 폭군'의 뒤늦은 깨달음

장혜령 2026. 9. 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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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하는 영화 <아버지의 집밥>은 고리타(이제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세로형 화면의 숏 드라마다.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숏폼이라는 형식이 만나 영화 제작 전반의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버지의 집밥>은 숏폼이라는 형식을 따르지만, 드라마라는 장르에 충실한 무해한 시네마 영화다.

한편, 영화 <아버지의 집밥>은 9일부터 롯데시네마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레진스낵에서 에피소드 단위의 숏폼 단위로 연이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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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아버지의 집밥>

[장혜령 기자]

 영화 <아버지의 집밥> 스틸
ⓒ (주)키다리스튜디오
9일 개봉하는 영화 <아버지의 집밥>은 고리타(이제혁)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세로형 화면의 숏 드라마다.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플랫폼 기획전: 숏폼 시네마'에 초청되어 처음 공개되었다.

당초 2분짜리 숏폼으로 제작되었지만 모든 에피소드(61회차)를 붙여 146분 극장 버전으로 재탄생되었다. 이준익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숏폼이라는 형식이 만나 영화 제작 전반의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0년 만에 아버지가 칼 든 까닭

영화는 삼시 세끼 집밥만 먹던 가부장적 남편 하응(정진영 분)이 갑자기 요리백지증에 걸린 순종적 아내 순애(이정은 분)를 대신해 주방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내가 차려주는 식탁을 받기만 하던 남편이 처음으로 칼을 들었지만 짜고 달고 태우고, 실수 연발이다. 유튜브도 보고 레시피대로 해봐도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들다. 잠자코 있던 아내는 요리를 맛보더니 살벌한 선언마저 던진다. 매 끼니마다 칭찬은커녕, 벌점 10점이 쌓이면 이혼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과연 하응은 순애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희생이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집밥 한 끼에 담긴 다양한 메타포가 떠오른다. 하응은 늘 받기만 하던 밥상을 직접 차리는 순애와 가족들의 수고로움과 애정을 뒤늦게 깨닫는다. 밥상 위의 폭군이었던 하응은 사실 가족의 성실한 가장이자, 가족을 책임 지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까탈스러운 입맛의 하응으로 인해 밥상을 차리던 순애의 고민은 커지고 손발은 바빠졌었다.

순애에게도 사연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괄시 받던 남편의 모습을 본 순애는 "집 안에서라도 왕 노릇 하라"며 남편의 요구에 다 맞춰주며 살아왔던 것이다. 자신은 된장찌개도 싫고 요리도 그만하고 싶었지만, 번듯한 가게도 없이 노점에서 구두 닦던 하응이 눈에 아른거려 내내 참으면서 살았다. 조금 구시대적인 사연 같아 보일지라도, 가족만 보고 살아왔던 옛 세대에게는 공감 가는 내용이다.

한 끼에 담긴 가족의 의미
 영화 <아버지의 집밥> 스틸컷
ⓒ (주)키다리스튜디오
영화는 평범한 3대 가족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보여준다. 초반이 하응과 순애의 과거사부터 시작해 지금의 관계를 고찰했다면, 후반은 고령화로 인한 돌봄 서비스, 세대 차이와 고부갈등 등 구성원의 내밀한 마음도 톺아본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헤쳐나갈 가사와 육아 갈등을 자연스럽게 녹여 냈다. 맞벌이 가정의 현주소를 담으며 인식 변화와 가치의 재발견까지 두루 살펴본다.

영화는 신 스틸러 손녀 도혜(박지윤 분)를 통해 전체적인 메시지도 설명한다. 집밥은 가족의 안부를 전하고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매개체로 진화하고 있다. 냉동식품이든 배달음식이든, 음식의 형식이 아닌 가족의 화합과 안부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전업주부였던 순애와는 달리 워킹맘 자영(김지연 분)은 가족에게 밥 한끼 대접하지 못해 죄책감에 빠져든다. 아내이자 엄마 자격 박탈이라며 자책하기도 한다. 사실은 요리를 못하기 때문에 남편 명복(변요한 분)이 애써 말리는 상황인데, 극적 장치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유쾌하게 풀어간다.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풍경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양성평등과 육아, 돌봄이 가정이 아닌 사회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 <아버지의 집밥>은 과도기 세대와 지금 세대가 겪는 상황을 베테랑 배우의 연기를 통해 보여준다.

세로형 시네마의 확장될까?
 영화 <아버지의 집밥> 스틸컷
ⓒ (주)키다리스튜디오
<아버지의 집밥>은 숏폼이라는 형식을 따르지만, 드라마라는 장르에 충실한 무해한 시네마 영화다.
숏폼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소재가 대부분인 소비형 콘텐츠다. 회당 2분 만에 기승전결을 담아야 하기에 기존 영화 제작 방식 및 소비 패턴과 다르다. 극장판 <아버지의 집밥>은 모바일 디바이스의 시각적 특성을 가로형 스크린에 맞춘 탓에 생경하고 신기하지만 장단점이 분명하다.

세로형은 확실히 바스트 샷과 클로즈업이 많아,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하게 된다. 인물의 내면을 깊게 바라보게 하며 몰입도를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영화는 기존의 숏폼 콘텐츠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로 세대를 뛰어넘는 현실 가족 문제를 다룬다. 연기 구멍 없는 배우진의 앙상블이 몰입을 높인다. 전형적인 캐릭터와 서사, 적절한 웃음과 눈물로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말한다.

반대로 가로형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세로형 영상에 거부반응이 생길 수도 있다. 146분 동안 낯선 형식을 바라보는 동안 피로감이 누적되며, 화려한 미장센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각적 제한과 긴 러닝타임을 감수하면서까지 스크린으로 봐야 할 이유가 탁월해야만 관객들은 표값을 지불할 것이다.

숏폼이 만들어지는 이유 중에는 제작비 차이가 크다. <아버지의 집밥>은 30여 명의 스태프와 14회차라는 짧은 촬영기간을 통해 약 5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가로형 상업 영화의 경우 최소 5배 높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숏폼 형식이 침체된 영화제작 시장에 어떤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영화 <아버지의 집밥>은 9일부터 롯데시네마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나볼 수 있으며, 레진스낵에서 에피소드 단위의 숏폼 단위로 연이어 시청할 수 있다. 1부는 9월 17일, 2부는 24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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