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뒤바뀐 '유령혐의'... 검찰에 짓밟힌 30년 공직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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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8개월 전인 2023년 1월 7일, 이른바 'TV 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서울 북부지방검찰청 형사 5부(박경섭 부장검사)는 심사업무를 실무적으로 총괄 지원했던 방송통신위원회 양아무개 방송정책국장과 차아무개 방송지원과장에 대해 심사위원들에게 점수표 수정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심사실무 담당 과장의 구속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재청구를 통한 양아무개 국장의 구속, 윤아무개 심사위원장 구속,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TV조선 심사위원 평가표에 밑줄과 수정 흔적이 있다는 점을 발견한 뒤 방통위 실무자, 동료 심사위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 2022년 9월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넘기며 차 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혐의를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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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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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10월 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관계자가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방미통위 설치법을 의결했다. |
| ⓒ 뉴시스 |
서울 북부지방법원은 같은해 1월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양아무개 국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차아무개 과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감사원에서 검찰에 자료를 넘긴 뒤 4개월 만이었고 이 사건 관련 첫 구속자였다.
검찰은 심사실무 담당 과장의 구속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구속영장 재청구를 통한 양아무개 국장의 구속, 윤아무개 심사위원장 구속,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수사를 진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법원이 차 과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사유는 뭘까?
"중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감사와 수사 단계에서의 태도 등에 비추어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차 과장이 감사와 수사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길래 법원이 '증거 인멸 우려'라는 판단을 했을까?
지난 9월 1일 서울 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차 과장의 변호인이 최후변론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최후 변론과 그동안의 법정 기록을 종합하면 검찰이 차 과장을 구속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했던 '핵심 영장 범죄' 자체가 완전한 '허위 사실'이었다. 이에 따라 차 과장 기소 과정에서는 영장 혐의 내용이 통째로 삭제되고 다른 혐의 내용으로 대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에서 영장청구까지... 수시로 뒤바뀐 '유령 혐의'
차 과장 변호인의 최후 변론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22년 6월 감사원이 연초 계획에도 없던 전격 감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되었다. 임기가 보장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표적 감사였다는 정황은 수사 초기부터 명백했다. 차 과장 변호인은 지난달 27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통계조작 의혹 감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과정에서 '강압수사'와 '진술조작'이 있었다는 감사원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당시 방통위 감사도 위 두 사건과 똑같은 판박이 감사였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당시 한 감사관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이 감사의 목표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국토부 장관이다"라고 노골적으로 그 의도를 숨기지 않았듯이 당시 방통위 감사도 "한상혁 위원장을 목표로 한 감사"였다는 게 차 변호인측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법정에서 확인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한 번 따라가 보자.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TV조선 심사위원 평가표에 밑줄과 수정 흔적이 있다는 점을 발견한 뒤 방통위 실무자, 동료 심사위원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조사한 후 2022년 9월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넘기며 차 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혐의를 기재했다.
"2020년 3월 19일 23시 58분에서 다음날 09시 44분 사이 연수원내 불상의 장소에서 윤 아무개 심사위원 , 정아무개 심사위원, 채아무개 심사위원에게 심사평가표를 보여준 후 점수를 부당하게 변경했다."
감사원이 적시한 날짜와 시간은 심사지원반이 1차 집계를 끝낸 시점에서부터 일부 심사위원의 점수 수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 시점까지다. 이는 감사원이 심사 관계자들의 진술 조각들을 짜맞춰서 만들어낸 '그럴듯한 시나리오'였을 뿐이고 이와 관련된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장소와 정확한 일시조차 특정하지 못한 감사원의 자료를 받은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감사원이 적시한 혐의가 나오지 않자, 한 걸음 더 나아가 황당한 내용을 영장에 적시했다.
"3월 20일 00시 이후 연수원 심사위원 숙소에서 정아무개 심사위원, 채아무개 심사위원,김 아무개 심사위원 등 일부 심사위원과 술자리를 함께하며 그 술자리에서 TV 조선 평가 결과를 알려주었다."
감사원에서 적시한 불상의 장소가 술자리로 바뀌었고, 점수를 알려줬다는 심사위원의 이름도 일부 바뀌었다. 검찰은 이 같은 '술자리 점수 누설'을 핵심 범죄사실로 삼아 차 과장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차 과장은 검찰이 적시한 날 심사위원들 숙소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인데 차 과장이 있지도 않았던 술자리를 집요하게 추궁하는 검찰에 어떻게 고분고분한 태도를 취할 수 있었겠는가?
차 과장의 강력한 부인을 놓고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로 판단했다. 결국 검찰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차 과장을 구속시켰고, 결국 그는 이 사건의 첫 구속자라는 억울한 굴레를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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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방송 재허가 심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2023년 5월 10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청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
| ⓒ 뉴시스 |
결국 1차 공소장에 남은 것은 "양아무개 국장의 지시로 평가 점수 결과를 알려줄 것을 알면서도 윤아무개 심사위원장을 숙소로 불렀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심지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1차 기소 당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지 않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혐의의 경과 사실로만 적시했다. 그러다 3개월 뒤인 2023년 5월 2일, 검찰은 차 과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관계가 1차 기소 때와 완전히 동일했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최종 목표인 한상혁 위원장을 엮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차 과장의 변호인은 "수사 편의만을 위해 소추재량을 일탈한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30년 공직자의 삶 궤멸... 방통위에 복귀하고 싶다"
법에 보장된 임기를 지키려는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중도사퇴시키기 위한 협박 수단으로 감사원과 검찰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30년간 성실히 일해 온 차 과장은 '표적수사의 희생양'이 됐다. 그는 영장 범죄사실조차 허위로 꾸며져 구속된 이후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무려 5개월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직위해제 상태로 4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 대기발령 상태여서 월급도 20%정도만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경제활동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 자신은 물론 온 가족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차 과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절절한 심경을 밝혔다 .
"저는 심사위원에게 점수를 알려주거나 조작한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실무자로서 심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성실히 지원했을 뿐이며 다시 당시로 돌아간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 사건으로 방통위 직원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결과적으로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었습니다. 제가 이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재판을 통해 무죄를 입증하고 방통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30년 공직 생활을 함께 지켜준 가족과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짜맞추기 표적 수사와 허위 영장 적시로 시작된 이 비극적인 사건의 1심 선고는 오는 11월 12일 내려진다. 차 과장은 자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헌신했던 방통위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법원이 답할 차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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