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창간 50년, 출판인 너머의 한창기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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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한 권이 우리말의 쓰임새를 바꿔놓은 지 꼭 50년이 됐다. 월간 <뿌리깊은나무>를 만든 출판언론인 한창기(1936~1997)를 조명하는 전시 <뿌리, 깊은, 나무>가 9월 9일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문을 연다.
1983년 완간한 <한국의 발견>(전 11권)은 <택리지> 이후 끊겼던 본격 인문지리지의 맥을 이으려 한 작업이었고,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은 평범한 노인들의 입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1991년까지 스무 권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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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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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뿌리깊은 나무>를 만든 출판언론인 한창기(1936~1997)를 조명하는 전시 <뿌리, 깊은, 나무>가 9월 9일 서울 성북동 '최순우 옛집'에서 문을 연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이어진다. |
| ⓒ ?성북문화재단 |
성북문화재단(대표이사 서노원)이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과 공동기획한 '2026 성북 신문인사 프로젝트: 한창기' 전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성북구에 머무르며 활동했던 지난날의 문화예술인을 찾아 오늘의 예술과 이어보는 사업으로, 2024년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 성북동에 생활의 터전과 출판사를 두었던 한창기가 올해의 주인공이다.
한창기는 1968년 한국브리태니커회사를 세워 백과사전 세일즈로 이름을 알린 뒤, 1976년 3월 <뿌리깊은 나무>를 창간했다. 한글·한자 혼용에 세로쓰기가 당연하던 시절, 제호부터 본문까지 한글만 쓰고 가로로 짠 종합교양지였다. 제호는 <용비어천가>에서 따왔다. 잡지는 1980년 8월 신군부에 의해 강제 폐간됐지만, 그는 1984년 여성지 <샘이깊은물>을 창간하며 다시 일어섰다.
관심은 잡지 밖으로도 뻗어 나갔다. 1983년 완간한 <한국의 발견>(전 11권)은 <택리지> 이후 끊겼던 본격 인문지리지의 맥을 이으려 한 작업이었고,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은 평범한 노인들의 입말을 그대로 받아 적어 1991년까지 스무 권을 채웠다. 구술사라는 말이 아직 낯설던 때다. 판소리 감상회를 100회 열어 판소리 다섯 바탕을 음반과 사설집으로 남겼고, 잎차와 다기, 반상기 같은 생활 속 물건에도 눈길을 두었다.
전시 제목은 잡지 이름 사이에 쉼표를 넣어 지었다. 익숙한 이름을 세 낱말로 나누어 바라보듯, '<뿌리깊은 나무>를 만든 출판인'이라는 한 겹 너머의 한창기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자는 뜻이다. 전시장에는 주요 출판물과 친필 원고, 그가 수집하고 곁에 두었던 민예품이 나온다. 순천시립뿌리깊은나무박물관과 뿌리깊은나무재단 등이 자료와 유물을 내놓았다. 순천의 박물관은 그가 평생 모은 유물을 유족과 순천시가 함께 갈무리해 2011년 문을 연 곳이다.
오늘의 시선도 나란히 걸린다. 임수식, 정진화, 태싯그룹이 각자의 예술언어로 한창기가 남긴 자취와 그가 관심을 기울였던 문화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풀어낸다.
전시장 자체도 이야기의 일부다. '최순우 옛집'은 제4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1916~1984)가 1976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던 1930년대 근대한옥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창간되던 바로 그해에 최순우가 이 집에 들었다. 2002년 시민 모금으로 매입해 2004년 '시민문화유산 1호'로 일반에 개방했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찾아 알린 두 사람의 인연과 당대 문화예술인들의 교류를 성북동 사랑방에서 함께 살필 수 있다.
연계 프로그램 <뿌리깊은 안목: 한창기 깊이 알기>도 이어진다. 9월 11일과 18일, 19일, 29일, 10월 2일에 성북역사문화센터와 최순우 옛집, 다음티하우스 등에서 강연과 판소리 청음회가 열린다. 신청은 구글폼으로 받으며, 세부 내용은 성북문화재단 블로그(blog.naver.com/sbculture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580돌 한글날을 기념한 <뿌리깊은나무 발행인 한창기 학술대회>는 10월 7일 오후 1시 30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다. 한글과 한복, 판소리, 공예를 중심으로 한창기가 바라본 한국의 미의식을 다시 짚는 자리다.
성북문화재단 관계자는 "잡지를 만든 출판인이라는 익숙한 모습 너머, 우리말과 민중의 삶, 소리와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한창기가 오래 바라보고 기록했던 여러 삶의 결을 살펴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일요일과 월요일, 추석 당일은 쉰다. 9일 오후 4시 개막식에는 이성현 명창과 김명준 명고의 판소리 공연이 곁들여진다. 최순우 옛집 주소는 서울 성북구 성북로15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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