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경계심 품은 사람들, 그래도 온기는 남는다

김용찬 2026. 9. 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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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을 새롭게 만나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는 동안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들과도 불가피하게 만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도 분명 누군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지만, 자신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의 삶에만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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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달걀의 온기> 김혜진, 창비, 2026

[김용찬 기자]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이들을 새롭게 만나고,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는 동안 자신과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이들과도 불가피하게 만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다가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차츰 새롭게 만나는 이들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더욱이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입은 상처가 하나씩 쌓이게 되면, 다른 이들에 대한 불신과 경계의 마음은 더욱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발표된 김혜진의 소설집 <달걀의 온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를 간직한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었다. 모두 7편이 수록되어 있는 <달걀의 온기>에는 어려서 사고로 다리를 다친 딸이 성장하면서 자신들과 서먹한 관계가 된 부부가 등장한다.

<관종들>이라는 이름의 이 작품에서는, 추위에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 등장한다. 아파트의 같은 층 복도에 쌓아놓은 옆집의 적치물로 인해 다투기도 하고, 아이들이 부모들로부터 학대를 받고 있는지 의심하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주변의 모든 일들에 이들 부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견 주변 사람들과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인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말미,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웃이 그들의 현관문에 붙인 '관종들'이라는 쪽지는 이들 부부의 삶의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는 게 여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남들 사는 것에 줄기차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지"라는 언니의 충고 역시 같은 맥락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관심도 분명 누군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지만, 자신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의 삶에만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인 <빈티지 엽서>는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남편과 달리, 자신에게 친절하게 운동 방법을 가르쳐주며 관심을 보이는 헬스장 남자의 도움을 받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여성은 운동이 끝난 뒤, 카페에서 남자가 오래 전 받은 엽서에 쓰여있는 필기체 외국어를 해석해주게 된다. 결국 그들의 사이를 오해하는 헬스장 회원들의 시선으로 인해 더 이상의 만남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작품은 종결된다.

이 밖에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나가서 친구도 사귀고, 세상도 배우"라는 아들의 조언에, '칠순에 가까운' 나이로 동네에 있는 교회의 '새 신자 성경 수업'을 다니게 되는 <푸른색 루비콘>에 등장하는 남성도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다리를 다친 어머니를 대신해 고향에 정착하면서 이불가게를 운영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하루치의 말>이나, 친구의 소개로 시작한 미술가의 전시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메일로 작가에게 전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우연의 직조>라는 작품의 내용도 개연성이 충분하다.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치매가 점점 심해지는 아버지의 집을 매주 방문하는 남성이 등장하는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의 작품 내용도 힘겹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형상을 반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고 여기면서, 재산 상속을 위해 요양원에 모신 아버지가 살던 집을 차지하려는 마음으로 이사를 한 여성이 등장하는 표제작 <달걀의 온기>도 어그러진 가족 관계의 일단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수록된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체로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겪고, 다른 이들에게 경계심을 표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말미에 첨부된 '해설'에서는 "먹고 사는 일, 즉 지구의 중력만큼이나 버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이던 인물들은 타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관심을 던지는 이들에 의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등 심경의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김혜진의 글쓰기는 고단한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작가적 책임감에서 나온다"라는 해설의 구절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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