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저탄소 공연' 시대 열리나…관객 이동·전력 측정은 과제

이이슬 2026. 9. 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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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이 첫 단계인 탄소배출량 측정부터 벽에 부딪히고 있다. 관객 이동과 공연장 에너지 사용, 무대·조명·음향 등 관련 데이터가 예매처와 공연장, 협력사에 흩어져 있어서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출범식과 정책토론회에서는 배출량 측정과 감축을 가로막는 현장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후 K팝 공연이 대형화하고 월드투어가 보편화하면서 관객 이동과 글로벌 물류, 대형 공연장의 에너지 소비 등을 반영한 산업별 기준의 필요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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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내년 업계와 가이드라인 마련
예매처와 공연장 데이터 확보 난관
측정·검증 비용 분담·지원체계도 숙제
ISO도 문화예술 행사 적용 지침 개발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빅뱅 월드투어 'XX : 코스모스'에서 이동형 태양광 쉼터를 운영하는 등 지속가능 공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공연의 '저탄소 전환'이 첫 단계인 탄소배출량 측정부터 벽에 부딪히고 있다. 관객 이동과 공연장 에너지 사용, 무대·조명·음향 등 관련 데이터가 예매처와 공연장, 협력사에 흩어져 있어서다. 정부가 내년 공연·행사 분야 탄소배출 감축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공통 측정 기준과 데이터 수집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연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 출범식과 정책토론회에서는 배출량 측정과 감축을 가로막는 현장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유미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내년 정도에 가이드라인을 업계와 논의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2023년 만든 포괄적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고 음원 제작과 공연·행사 등 분야별 탄소배출 계산기를 시범 개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기획사 3곳과 서울·인천 등의 공연장에서 배출량 측정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변수는 관객 이동이다. YG엔터테인먼트 조사에서 블랙핑크 고양 공연의 탄소배출량은 1만5115t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관객 이동과 숙박이 99.56%를 차지했다. 관객이 어디에서 어떤 교통수단으로 공연장을 찾는지를 파악하는 게 정확한 산정의 출발점인 셈이다.

문제는 데이터 확보다. 블랙핑크 등 K팝 콘서트의 배출량을 측정한 조효진 내일의쓰임 대표는 관객 이동 조사를 위해 참여형 탄소계산기를 운영했지만 참여율이 10%에도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매처와 주최 측의 관객 안내 채널을 활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작 현장도 마찬가지다. 공연 한 편에는 무대·조명·음향 등 평균 15개 안팎의 협력사가 참여하지만 배출량 산정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자료를 구하지 못하면 실제 사용량 대신 추정치를 넣어야 한다. 조 대표는 제작물의 무게와 재질을 확인하지 못해 구매 금액으로 배출량을 계산한 사례를 들었다. 가격이 비싼 친환경 자재를 쓰면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계산될 수 있어 실제 감축 효과를 따지려면 자재 종류와 사용량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연별 에너지 사용량을 분리하는 것도 난제다. 김강 인스파이어 아레나 기술운영 이사는 최근 2PM 콘서트 대관사인 JYP엔터테인먼트가 탄소발자국 산정을 위해 전기·도시가스·난방열·용수 자료를 요청한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호텔과 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리조트는 에너지를 통합 관리해 공연별 사용량을 떼어내기 어렵다. 별도 계측 설비를 설치하려면 비용과 공사에 따른 영업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공연마다 측정 작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표준 입력 양식'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다. 한문규 사운드얼라이언스 대표는 "다음 공연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측정하고 이전 결과와 비교하는 과정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규 한국표준협회 기후환경센터장은 협력사가 연료와 전력 사용량 등을 간단히 입력할 수 있는 공통 양식을 제안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공연행사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협의체'가 출범식을 열고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협의체 제공

측정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지도 쟁점이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022~2023년 투어의 공연 제작·물류와 밴드·스태프 이동에 따른 회당 탄소배출량이 2016~2017년보다 59% 줄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관객의 공연장 왕복 이동은 제외했다. 기준이 다르면 공연 간 감축 성과를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내 관련 지침은 환경부가 2008년 마련한 '녹색행사' 지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K팝 공연이 대형화하고 월드투어가 보편화하면서 관객 이동과 글로벌 물류, 대형 공연장의 에너지 소비 등을 반영한 산업별 기준의 필요성이 커졌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문화예술 행사 관련 지침을 개발하고 있다.

측정·검증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과제다. 한 대표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공연·축제 입찰 평가에 탄소배출 측정과 친환경 제작계획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검증을 마친 공연에 정부 지원사업 가점이나 대관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내놨다.

결국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은 흩어진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모으고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대형 기획사뿐 아니라 중소 사업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이지은 법무법인 세종 선임연구위원은 "K팝의 저탄소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제 필요한 것은 선도 기업의 실험을 산업 전체가 선택할 수 있는 운영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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