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싸움에 문 닫은 체육센터…대덕구민 “이럴 거면 의회 없애라” [르포]

신진호 2026. 9. 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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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대덕국민체육센터에 임시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7일 오후 1시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대덕국민체육센터. 1층 현관 입구에 ‘임시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목상동주민복지위원회(주민위윈회)가 대덕구 위탁을 받아 운영해오던 체육센터는 지난 1일부터 문을 닫고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직원들은 집기를 꺼내 대형 쓰레기 수거 트럭에 담고 내부 시설도 철거했다. 평소 같으면 차량으로 가득 찼을 주차장도 텅 비어 있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주민위원회가 10일까지 체육센터를 운영한 뒤 새로운 사업자에게 위탁을 넘겨줘야 하지만 최소 한 달 이상은 휴장이 불가피해지면서 주민 불편도 가중하고 있다.


대덕구의회 파행으로 위탁기관 선정 못해


대덕국민체육센터가 갑자기 휴장한 사정은 이렇다. 대덕구는 체육센터를 운영하던 목상동주민복지위원회의 위탁 기간인 3년이 만료되자 새로운 위탁업체를 물색했다. 이미 12년을 운영해온 기존 업체에 더는 체육센터를 맡길 수 없는 규정 때문이었다. 대덕구는 지난 7월 위탁기관선정위원회를 열고 신규 업체에 3년간 체육센터 운영을 맡기기로 결정한 뒤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남아 있었다. 대덕구의회의 승인이다. 대덕구의회는 지난해 10월 대덕국민체육센터 위탁업체를 선정할 때 의회 동의를 구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체육센터인 만큼 대의기관인 의회가 꼼꼼하게 점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조례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 7월 전국 지방의회가 일제히 문을 열고 임기를 시작했지만, 대전 대덕구의회는 의장 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느라 개점휴업 상태다. 전국 지방의회 가운데 원 구성을 마치지 못한 곳은 대덕구의회가 유일하다. 대덕구의회는 7월 초 개원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의장단 선거를 진행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대덕구의회는 전체 8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석으로 과반인 5석을 확보해야 의장에 당선될 수 있다. 이른바 ‘동수의 덫’에 걸린 탓에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고는 해결 방안이 없다. 지방자치법(74조)에 따르면 표결 결과 가부 동수인 경우 안건은 자동으로 부결된다.

지난 7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대덕국민체육센터에 임시 휴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여 있다. 신진호 기자

대덕구의회 장기 파행 여파로 휴관에 들어간 대덕국민체육센터 이용자들은 “열심히 봉사하겠다며 한 표를 달라고 굽신대던 모습은 어디 가고 주민을 무시하는 행태만 남았나”며 “이럴 바에는 아예 지방의회를 없애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대덕국민체육센터 회원은 1000여 명으로 대부분 대덕구 목상동과 덕암동 주민이다. 체육센터는 수영장과 헬스장(요가), 다목적실 등으로 이뤄졌는데 저렴한 비용에다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특히 노인 이용객 비중이 높다고 한다. 체육센터에서 생존 수영을 배우던 인근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


주민들 "선거 때는 굽신대더니, 이럴 바엔 없애야”


체육센터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이곳(체육센터)이 생기고는 먼 데까지 가던 불편도 줄었고 어르신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매일 건강을 챙길 수 있었다”며 “한 달 뒤에 문을 연다고 하는 데 직원들 말로는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체육센터 인근 상가 주인은 “회원들로 부적일 때는 식당과 커피숍도 덩달아 손님이 많았는데 이제는 뚝 끊겼다”며 “(대덕)구청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의회 때문에 운영을 중단했다는 말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결국 대덕구는 지난달 말 1년간 임시로 체육센터를 운영할 업체를 선정했다. 이 업체는 기존 업체가 집기와 사무기구 등을 철거한 뒤 센터에 입주할 예정이지만 시설 점검과 직원 채용과정을 고려하면 10월 중순은 돼야 정상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대덕구는 전망하고 있다.

개원 두 달이 넘도록 의장 선출을 놓고 파행을 빚고 있는 대전 대덕구의회. 신진호 기자

의회 파행으로 집행부인 대덕구 행정도 마비됐다. 지난 8월로 예정됐던 각 부서의 업무보고가 중단된 것을 시작으로 예산결산, 조직개편 등 안건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찬술 대덕구청장이 지난 1일 여야 의원들을 만나 중재에 나섰지만, 민주당과 국힘 상대방의 양보를 주장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덕구 관계자는 “의회 운영이 파행을 빚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집행부 입장에서는 의회의 결단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대덕구 행정도 마비…조직개편·예산심사 중단


파행 장기화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대덕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가 정상화할 때까지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대덕구의원들은 지난 7월과 8월 의정활동비 150만원과 월정수당 306만9360원 등 1인당 456만92360원을 받았다. 대덕구의회는 조례로 의정비와 월정수당 지급과 제한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지만 ‘의장단 선출과 원 구성 파행이 장기화해도 의정비 지급을 제한다’는 규정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민생과 지역 현안을 챙기겠다던 선거 당시의 약속은 사라진 채 자리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원 구성이 지연되면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등 파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 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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