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성장하는데 고용은 왜 이 모양일까?

2026. 9. 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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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거두고 있는 최근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눈이 부시다.

눈부신 경제성장률의 그늘 아래서 노동시장의 핵심인 고용지표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수출산업의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낮은 데 있다.

부동산 침체도 고용 전반 악영향 마지막으로 '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부동산 거래 가뭄 현상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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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투자수업]
GDP 온기에도 체감은 얼음장
고용 없는 성장 이젠 뉴노멀화
반도체 고용유발 효과 거의 없고
전세계 AI 광풍도 취업문 허들
건설 투자 일자리가 그나마 대안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경제가 거두고 있는 최근의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눈이 부시다. 지난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8.7%나 증가한 982억50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강력한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세를 나타냄에 따라, 2026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역사상 처음으로 ‘4만 달러’라는 대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장밋빛 전망 속 고용지표 역주행
그러나 거시경제지표가 그려내는 장밋빛 전망과 달리,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삶의 온도는 차갑게 식어 있다. 눈부신 경제성장률의 그늘 아래서 노동시장의 핵심인 고용지표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전체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는, 단순히 ‘취업자 수’의 증감만으로 노동시장의 건전성과 활력을 온전히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전체 15세 이상 인구 중 실제 일자리를 가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고용률’이 노동시장의 상태를 정확히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된다.

2025년 7월 63.4%를 기록했던 고용률은 2026년 7월 63.3%로 오히려 0.1% 포인트 하락했다.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갖췄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인 실업률 역시 같은 기간 2.6%로 0.2% 포인트나 상승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기업들이 번창하는데도 정작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의 기괴한 역설이 한국 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출이 이토록 호조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가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 수출산업의 고용유발효과가 매우 낮은 데 있다. 수요가 10억원 늘어날 때, 선박은 4.9명의 신규 고용이 발생하는 반면 반도체는 단 2.0명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최근 ‘초과이익배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6년 고용유발효과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직 근로자를 채용한 다음 해고하는 게 매우 어려워진 것은 물론, 지급해야 하는 보수마저 영업이익에 연동된다면 경영자 입장에서 새로운 근로자를 채용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인공지능(AI) 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 AI와 앤트로픽, 그리고 문샷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 회사들이 날마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다 보니 기업들의 청년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 15~29세의 청년층이 처음 취직한 후에는 비교적인 쉽고 또 정형화된 업무를 담당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취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생성형 AI 기술이 자료 정리나 단순 코딩 같은 업무를 상대적으로 잘 수행하다 보니, 기업 측에서 굳이 신입을 채용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앞으로 AI 기술이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도 신입 채용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한다.

부동산 침체도 고용 전반 악영향
마지막으로 ‘2026년 세제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부동산 거래 가뭄 현상이 출현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2000건 초반에 그쳤는데, 5월 8962건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매매가 줄어들면 부동산 중개수수료부터 이사, 인테리어 등 경제 전 부문으로 악영향이 확산된다. 7월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관련 분야의 고용이 많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가파른 속도로 진행 중인 AI혁명을 중단시킬 수도 없고,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의 채용을 강제로 늘리기도 쉽지 않은 만큼 정책의 포커스는 건설·부동산 분야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당국이 수도권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강력한 증세에 나선 만큼, “조금만 기다리면 정부가 공급하는 값싼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은 주택시장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건설 부문의 고용유발계수가 4.4명에 이르는 만큼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하리라 생각된다.

대대적 주택 공급 일자리 창출
이런 면에서 볼 때, 정부가 지난 9월 초 발표한 ‘2027년 예산안’은 매우 실망스럽다. 무려 820조9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지출을 담고 있지만, 주택 공급 측면만 놓고 보면 뚜렷한 신호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6년 공적 주택 부문에 21조2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되어 있던 것에 비해, 2027년에는 30조원으로 증액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 투입으로 획기적인 주택공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아파트 3.3㎡당 건축비가 전국 평균 900만원에 이르고, 서울의 주요 정비 사업장은 1200만~1300만원까지 상승한 탓이다. 여기에 땅값을 포함할 경우 수도권에 5만호 아니 3만호의 소형 주택 공급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미 결정된 일을 탓해 봐야 무슨 소용 있냐는 한탄의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 기대를 접을 때는 아니라 생각된다. 국회에서 얼마든지 예산안의 수정이 가능한 데다, 추가 예산 편성이라는 카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상황이니 말이다. 부디 한국의 청년들이 장기 실업의 굴레 빠져들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응을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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