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수속’에 스위트룸·스파까지… 글로벌 공항 VIP 유치 전쟁

박장군 2026. 9. 9.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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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항들이 앞다퉈 VIP 승객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공항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데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시장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한 전략이다.

이스탄불공항 VIP 터미널은 FBO(비즈니스 항공 종합서비스 사업자) 시장 대응에 초점을 맞춘 시설이다.

전체 여객의 10%, 운항의 20%가 FBO 시설을 이용할 정도로 비즈니스 항공이 공항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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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공항 VIP 터미널 가보니
대기시간 줄이고 프라이버시 강조
홍콩·싱가포르 등도 VIP서비스 도입
FBO시장 2032년 93조원 성장 전망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 운영사 iGA의 부르주 귀레쉬 디렉터가 지난 3일(현지시간) 이스탄불공항 VIP 터미널 스위트룸에서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고급 럭셔리 호텔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스탄불=윤웅 기자

글로벌 공항들이 앞다퉈 VIP 승객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공항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데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시장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한 전략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찾은 튀르키예 이스탄불공항에서는 독특한 외관의 건물 한 채가 눈에 띄었다. 공항에서 1.6㎞ 떨어져 있는 이 지상 3층 건물은 곡선형 외벽과 통창으로 설계돼 있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최상급 시가·와인 라운지와 레스토랑, 스위트룸, 스파 등 초호화 시설이 펼쳐졌다. 외부 노출을 꺼리는 승객에겐 쇼핑 상품을 스위트룸으로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스탄불공항 VIP 라운지 모습. 이스탄불=윤웅 기자

이곳은 이스탄불공항 운영사 아이지에이(iGA)와 비즈니스 항공기업 제텍스가 6000만 유로(약 960억원)를 들여 조성한 VIP 터미널이다. 5000㎡ 규모로 지난 5월 문을 연 이곳에서는 출입국과 보안검색, 수하물 처리 등이 별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출국 전 주기장까지 이동을 지원하는 전용 차량도 상시 대기했다.

1인당 150만원부터 시작하는 이 서비스는 전용기 탑승객뿐만 아니라 국제선 일반 여객도 이용할 수 있다. 8일 이스탄불공항에 따르면 VIP 터미널 개장 이후 4개월간 3600명이 이곳을 이용했다. 이 중 전용기 승객은 약 1000명 정도다. 오히려 상용 항공편 이용객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스탄불공항 측은 항공기 출발 5분 전에 도착한 승객도 엄격한 보안 절차를 지켜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르주 귀레쉬 iGA 종합항공터미널 디렉터는 “최근 미국인 90명으로 구성된 단체의 모든 출국 절차를 10분 만에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공항 VIP 터미널은 FBO(비즈니스 항공 종합서비스 사업자) 시장 대응에 초점을 맞춘 시설이다. FBO 시장은 2023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2.3% 성장했다.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9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탄불공항 VIP 터미널 외부 모습. 이스탄불=윤웅 기자

VIP 승객 수요에 대응하려는 세계 공항들의 최근 흐름과도 맞닿는다. 홍콩국제공항은 기존 비즈니스 항공센터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950억여원을 들여 터미널과 VIP 라운지 등을 확충했고, 아시아 최초의 26m 스카이 캐노피도 설치했다. 운항 처리능력도 기존보다 배로 늘렸다. 단순히 라운지를 고급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즈니스 항공의 거점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홍콩공항은 상업항공과 전용기 간 직접 환승서비스인 ‘젯링크’도 운영 중이다. 이는 일반 터미널을 거치지 않고 FBO를 통해 입출국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싱가포르 셀레타르공항은 소규모 일반 항공터미널에 세관·출입국·보안검색 기능을 압축했다. 관련 기관 직원이 24시간 상주해 입출국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은 차량을 타고 터미널로 이동한 뒤 짧은 동선으로 공항을 빠져나간다. 시설 크기보다 수속 과정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VIP 서비스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공항은 주변의 복합리조트와 컨벤션 산업과 연계한 FBO 클러스터를 운영하고 있다. 주변 리조트 사업자들이 전 세계 VIP를 수송하는 비즈니스 제트기와 헬기를 운용하면서 FBO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다. 전체 여객의 10%, 운항의 20%가 FBO 시설을 이용할 정도로 비즈니스 항공이 공항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았다.

인천국제공항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 제2활주로 북동측에 14만㎡ 규모의 비즈니스 항공단지인 ‘아이백(I-BAC)’을 조성한다. 전용기 터미널과 격납고 2개동, 항공기 24대를 세울 수 있는 주기장을 갖추고 세관·출입국·검역과 의전, 항공기 정비 등 종합 FBO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가 100% 투자·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단지는 2028년 4분기 운영 개시가 목표다.

업계에서는 전용기 시장 확대와 같은 다른 전략이 복합돼야만 국내 FBO 서비스가 활성화할 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6년부터 운영 중인 김포공항 비즈니스 항공센터는 소음 규제로 오후 11시∼오전 6시 운항이 제한돼 수요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국제 여객 수 10위 이내 공항 중 전용기 인프라가 없는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스탄불=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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