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 vs 2026년 호르무즈… ‘파병 계산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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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대적인 압박으로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파병 결정 시 한국이 감수해야 할 외교·군사적 '가격표'는 2003년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때와 월등히 차이가 난다.
한국 정부가 23년 전 자이툰부대 추가 파병을 결정할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완전히 붕괴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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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등 코리아 패싱 해소 기대
핵심 수송로 항행 안전 확보 실익도
이란 적대화·군사적 보복 등 리스크

미국의 대대적인 압박으로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파병 결정 시 한국이 감수해야 할 외교·군사적 ‘가격표’는 2003년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때와 월등히 차이가 난다. 당시에는 유엔이 승인한 다국적군 일원으로서 중동 안정화와 이라크 국가 재건 임무에 투입됐다. 지금은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이란이 미국과 무력을 직접 주고받는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한다. 파병으로 치를 가격이 달라진 만큼 정부가 얻는 국익이 더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호르무즈 파병 여부와 투입 자산, 규모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 기여를 직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의 군사적 참여를 미국 군사행동 지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한국은 한·미동맹 차원의 기여 요구와 이란의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파병의 득실을 동시에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파병에 따른 가장 큰 비용은 한국이 이란의 적대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23년 전 자이툰부대 추가 파병을 결정할 당시 사담 후세인 정권은 완전히 붕괴한 상태였다. 반면 이란은 국가체제와 군 지휘체계를 유지한 채 미국과 교전 중이다. 파병이 미국 군사작전에 가담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한국군뿐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는 기업과 인근을 지나는 상선까지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란의 보복이 호르무즈에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국민일보에 “이란 현지 언론 분위기를 보면 한국이 파병할 경우 일종의 미·이스라엘 연합에 조인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것 같다”면서 “이란이 한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하면 호르무즈를 지나는 것뿐 아니라 이란과 가까운 후티 반군 영향력이 미치는 홍해 항로까지 오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명분도 과거에 비해 약하다. 자이툰부대 추가 파병 당시에는 전후 안정화를 위한 유엔의 틀이 마련돼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03년 10월 16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 1511호’다. 이라크의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다국적군에 군사력 사용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지금은 다국적군 승인도, 포괄적인 무력 사용 권한 부여도 없다. 안보리가 지난 3월 채택한 ‘결의 2817호’는 이란의 주변국 공격과 호르무즈 통항 방해를 규탄하고 상선의 항행권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다.
이런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국익은 한·미동맹 차원의 신뢰 확보다. 미국이 동맹국의 군사적 기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향후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외교·군사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핵 문제나 북·미 대화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을 막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경제의 핵심 해상수송로인 호르무즈의 항행 안전을 확보한다는 실익도 있다.
대미 관계 전반에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이 아니면 파병할 이유가 없다”며 “파병 결정 시 한국이 미국의 전쟁을 지원했다는 트랙 레코드(과거 실적)가 남는다. 이는 한반도가 격랑에 빠졌을 때 미국에 지원을 요청할 강력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손익 계산을 전제로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적 이익 확보, 국제 해협 항행의 자유 보장 등을 위해 파병을 추진하되 이란을 포함한 주변 국가와 균형점을 찾아가겠다는 방침이다.
김진욱 최예슬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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