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이 한소희 몰래 바꾼 ‘반말 조언’ 장면…영화 ‘인턴’ 비화

정은혜 2026. 9. 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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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스틸컷.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어쩌면 배우 최민식과 한소희에게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다. 11년 전,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열연한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 했는데, 국내외에서 흥행한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에 한국적 색채를 적절히 더해 러닝타임이 빠르게 지나간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끌고가는 두 배우가 자기 옷을 입은 듯 역할과 ‘찰떡’같이 어울린다.

7일과 8일에 걸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민식과 한소희를 만났다. 최민식은 ‘인턴’ 속 캐릭터 기호처럼 일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자신을 홍보할 필요가 없는 대배우지만, “지금 영업하는 겁니다”라며 좋은 작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틈만 나면 피력했다. 한소희는 당찬 이미지와 달리 다소 수줍은 표정과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이렇게 할 걸 저렇게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다.

영화는 CEO가 선우(한소희)인 패션회사 ‘우투투(WOO22)’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만약에 우리’의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감정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영화 '인턴' 스틸컷.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기호는 양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예의바른 신사 그 자체다. 일과 삶에서 경력이 쌓일 만큼 쌓였지만, 상대가 묻기 전엔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는 점도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벤과 비슷하다. 다만 조금씩 새어 나오는 부성애적 요소에 ‘한국적’ 색채가 묻었다. 최민식은 “피곤해하는 선우에게 당을 충전하라며 옛날과자 오란다를 주거나 손수건 대신 휴지를 건넨 디테일이 그런 요소”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영화 후반부에서 남편의 외도와 동료의 배신에 눈물짓는 선우에게 “정신 차리라”며 격려성 질책을 쏟아내는 장면이 백미다. “너는 젊고 유능하다. 잘못은 그놈들이 한 건데 왜 네가 무너지려 하냐”는 취지의 대사를 반말로 쏟아낸다. 이는 한국 문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버지이자 연장자가 낼 수 있는 뉘앙스다. 기호는 이 대사 뒤에 “제가 아버지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라며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민식은 “이 장면을 촬영할 때 감독에게만 미리 언질을 주고, 한소희는 모르게 반말로 시작했다”고 비화를 전했다. 한소희는 “원래 대본에는 ‘제가 아버지라면…’이란 대사가 먼저 나온 뒤에 조언을 시작하는데 최민식 선배가 순서를 바꿔서 놀랐고, 마치 나에게 해주는 조언처럼 들려 격려가 됐다”고 회상했다.

영화 '인턴' 스틸컷.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속 선우는 열정적이고 유능하지만 일과 가정을 위태롭게 지탱한다. 한소희는 “연기를 위해 디자이너인 친구들의 삶을 참고했다. 다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했는데, 한편으론 불안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고 일에 대한 사랑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자신이 해석한 캐릭터의 특징을 전했다.

선우가 기호를 만나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를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결말에 대해서는 “결국 선우는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무너질까 봐 붙잡고 있었던 것”이라며 “기호를 통해 ‘놓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용기를 얻게 됐다. 그런 점에서 원작과 다른 결혼 생활의 결말도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두 배우 모두 이전에 맡은 센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역할을 소화했다. 소위 ‘힘을 빼는’ 자세가 필요했을 터. 이에 대해 최민식은 “물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표현했고, 한소희는 “어떻게 스며들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최민식은 “네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네모나게, 세모난 그릇에 들어가면 세모나게 되도록 그냥 그렇게 (젊은 친구들과) 한번 어울리자. 재밌게 놀아보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새로운 옷을 입는 듯 묘한 쾌감이 있다. 이제야 연기를 좀 알 것 같아서 더 많은 작품을 찍고 싶다. 앞으로도 보여줄 모습이 많다”고 강조했다. 한소희는 “이전까진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갈등을 해결하고 조언을 수용하는 캐릭터라 연기는 어려웠지만, 대선배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우는 기호를 통해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지’란 질문을 마주한다. 정말 100년 뒤에 우린 이 세상에 없지 않나.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더욱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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