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잡은 두 경찰, 모텔로 향한 까닭

김형욱 2026. 9. 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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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멕시코 해병대 특수부대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을 잡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벌이고 그의 거처를 급습한다.

그런가 하면 엘 차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도망치는 처지에서도 협박을 일삼고 뇌물로 회유하려 한다.

엘 차포를 체포한 직후 두 경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영화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엘 차포를 체포하라>는 마약왕의 화려한 삶을 보여 주거나 경찰과 군인, 마약 카르텔 사이의 대규모 총격전에 기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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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엘 차포를 체포하라>

[김형욱 기자]

2016년 1월, 멕시코 해병대 특수부대는 시날로아 카르텔의 수장 엘 차포 호아킨 구스만을 잡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벌이고 그의 거처를 급습한다. 부하들을 죽이거나 체포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엘 차포는 잡지 못했다. 최측근 엘 초로와 함께 하수도를 통해 탈출한 그는 지나가던 차량을 탈취해 도주한다.

한편 연방경찰 카르모나는 아내의 셋째 임신 소식을 듣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야간 근무로 전환한다. 첫 야간 근무에서 타 지역에서 온 로살레스와 파트너가 되는데, 그는 소문이 그리 좋지 않다. 그래도 별일 없이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아올 무렵, 두 사람은 도난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 한 대를 멈춰 세운다.

차에서 내린 이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수배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엘 차포'였다. 두 경찰은 절체절명의 선택에 내몰린다. 체포하면 조직원들이 벌떼처럼 몰려와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체포하지 않으면 경찰로서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나라가 계속 피폐해지는 것을 방관하는 셈이다.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엘 차포를 체포하라>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마약왕도 궁지에 몰리면 한 명의 인간일 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엘 차포를 체포하라>는 2016년 엘 차포의 재체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다. 실제로 그는 교도소를 탈옥한 뒤 도망 다녔는데, 해병대가 대대적인 작전을 펼쳐 붙잡은 것이 아니라 경찰관들의 불심검문 과정에서 우연히 체포됐다. 진짜 문제는 그를 붙잡은 이후부터였다.

당대 최고의 마약왕을 한가로운 도로 위에서 붙잡은 두 경찰. 지원 병력이 도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멕시코 경찰 조직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과연 누가 이 거물을 잡으러 와 줄 것인가 하는 불안까지 엄습한다. 결국 그들이 택한 곳은 외딴 모텔이었다. 방 하나를 잡고 카르모나와 엘 차포 둘만 들어가 지원군을 기다린다.

멕시코 사회는 물론 공권력마저 마약 카르텔에 휘둘리고 잠식된 상황에서 두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들이 직업윤리를 뒤로한 채 엘 차포에게 뇌물을 받고 풀어준다 해도, 아무도 쉽게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텨 그를 체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대한 일이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그 당연한 일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엘 차포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도망치는 처지에서도 협박을 일삼고 뇌물로 회유하려 한다. 흔히 상상하는 굴지의 마약왕처럼 카리스마 있고 중후하며 화려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듯 보이는 거대한 범죄자조차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순간에는 결국 두려움에 떠는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엘 차포를 체포하라>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체포하는 순간 시작되는 진짜 위기

엘 차포를 체포한 직후 두 경찰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영화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다. 체포해 데려가는 것이 경찰로서 당연한 일이겠지만, 자신들뿐 아니라 가족들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했기에 모른 척 보내주는 선택 역시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 카르모나는 체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로살레스는 체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엘 차포와 카르모나가 외딴 모텔의 방에 단둘이 들어가 있는 순간은 두 번째 하이라이트다. 카르모나는 엘 차포를 감시하는 한편 바깥의 동태를 살피며 지원군을 기다린다. 그야말로 피 말리는 상황이다. 그때 엘 차포의 회유와 협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급기야 조직원들이 카르모나의 집을 급습해 가족들을 인질로 삼기 시작한다. 이제 그는 법과 가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 작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비영어권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흥행한 이유 역시 이런 단순하지만 강력한 설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약왕'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콘텐츠 중 하나다. 하지만 <엘 차포를 체포하라>는 마약왕의 화려한 삶을 보여 주거나 경찰과 군인, 마약 카르텔 사이의 대규모 총격전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한순간의 우연으로 세계적인 범죄자를 붙잡게 된 평범한 두 경찰의 공포와 선택에 집중한다. 거대한 마약 카르텔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를 체포한 뒤 무엇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긴장감은 총격전이 아니라 기다림에서 비롯된다. 엘 차포를 잡는 순간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진짜 영화가 시작된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엘 차포를 체포하라> 포스터.
ⓒ 넷플릭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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