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석유 수익 12월 고갈”…석유 못 팔아 난리난 이란, 군부 입김 세졌다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봉쇄 이전 해외로 반출해둔 원유 재고마저 빠르게 소진되면서 이란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이란의 석유 수출 수입이 고갈되고 있다”며 “미 해군의 해상봉쇄로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산 원유 선적이 사실상 막힌 데다 앞서 해상으로 옮겨둔 원유 재고마저 줄면서 이미 타격을 입은 이란 경제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미 해군이 지난 7월 중순 해상봉쇄를 재개한 이후 이란산 원유가 봉쇄선을 넘어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안에서 유조선에 원유를 싣고는 있지만 선박들이 봉쇄선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원유 선적량도 급감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페르시아만 내 유조선에 하루 평균 25만5000배럴의 원유를 실었다. 이는 지난 2~4월 평균치보다 약 85% 줄어든 규모다.

현재 이란의 주요 수입원은 미국의 해상봉쇄 재개에 앞서 페르시아만 밖으로 옮겨둔 원유 재고다. 그러나 이마저 빠르게 줄고 있다. 페르시아만 밖 선박에 비축된 이란산 원유는 지난 7월 중순 약 9000만 배럴에서 현재 약 2900만 배럴로 급감했다. 현재 하루 약 100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주로 중국으로 인도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속도가 이어질 경우 이란이 해상에 보유한 원유 재고는 오는 10월 중순 바닥날 수 있다고 케이플러는 분석했다.
이미 인도한 원유에 대해 받을 대금도 12월이면 더 이상 들어올 게 없어진다. 게다가 이 대금의 회수마저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지난달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새롭게 추진한 ‘경제적 왕따 작전’이 이란과의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과 기타 금융 경로까지 제재했기 때문이다.

이란 국가 예산의 통상 약 3분의 1은 석유 수입으로 충당된다. 가장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막히면서 이란 리알화 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치솟는 등 경제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란의 최근 공식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0%를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 위축이다.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면서 미국의 압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보다 오히려 군사적 반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은 이날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현재와 같은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이어갈 경우 이란을 군사적 확전으로 몰아가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보다 제재 강화와 해상봉쇄,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해 협상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란 내 강경파와 군부의 입지가 커져 무력 충돌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이란 전문가는 WSJ에 “미국의 제재는 평균적인 이란 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서 굴복할 것인지는 상당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이란 정권은 오히려 저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 다수가 원한다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란 내에서 나왔다. 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전 대통령은 최근 한 행사에서 “국민이 받아들인다면 기꺼이 전쟁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이를 ‘국민투표를 통해 전쟁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로하니의 발언에 대해 “단순한 무지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한 말”이라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로하니는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와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한편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이어지며 국제 유가 지표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11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오후 1.45% 오른 배럴당 98.45 달러,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 오른 93.91 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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