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 풀린다…정부, 이르면 연내 도입

이에스더 2026. 9. 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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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3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 맞이 기자회견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네트워크 활동가들이 국정과제로 약속한 유산유도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조만간 허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르면 연내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미프진의 국내 사용을 허가하기 위한 막바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프진 안전사용 기준 등을 범부처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임신 9주 이하의 초기 임신 단계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르면 연내 국내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의 품목허가를 심사 중이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의 작용을 막는 미페프리스톤 1정과 자궁 수축을 일으키는 미소프로스톨 4정을 차례로 복용해 임신 조직이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하는 약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초기 임신중지에 사용하도록 권고하는 약품이다. WHO는 2005년 이 두 성분의 조합을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렸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을 비롯해 약 100개국에서 허가돼 사용되고 있다.

그간 식약처는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방법 등을 정하는 대체 입법이 이뤄져야 허가·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대약품은 2021년부터 품목허가를 추진했지만 자료 보완과 입법 공백 등의 문제로 도입이 미뤄졌다.

낙태약 미프진 허용 국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Gynuity Health Projects]

그러나 법제처가 최근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임신중지 의약품을 품목허가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석을 식약처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한 뒤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이다. 법제처의 이 같은 해석에서 법 개정 전에도 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관계부처가 입법 전이라도 조치할 수 있는 사항과 허가·안전사용 기준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식약처 심사와 동시에 의료계와 처방·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사용 대상과 임신 주수, 복용 전 검사, 복용 뒤 환자 관리와 부작용 대응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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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주 이내 초기 임신, 의료기관 내 처방·조제


정부는 모자보건법 개정 전까지 미프진을 의료기관 안에서 처방·조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초기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약사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대상은 여성 자기낙태죄와 형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 부분이다. 국회가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하지 않으면서 이들 부분은 효력을 잃었다. 그러나 같은 조항의 ‘약제사’ 부분은 결정 대상이 아니어서 남아 있다. 약제사가 여성의 요청이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정부가 받은 법률자문에서도 약사가 임신중지약을 조제하면 처벌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검토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법 공백 상태에서 일단 미프진을 사용하려면 병원 내 처방·조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초기 2년은 병원내 처방·조제를 하고 이후 병원 처방과 원외 약국 조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밖 조제를 허용하려면 약사 처벌 조항 등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이에스더ㆍ채혜선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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