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사랑, 황금사자상 가능할 수도?
![영화 ‘가능한 사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이창동 감독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영화 프리미어 상영회에 도착했다. [EPA=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joongang/20260908000331575roaa.jpg)
엔딩 크레디트가 채 올라가기도 전부터 박수가 쏟아졌다. 6일(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 83회 베니스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도섬에서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그믐달 같은 절망을 거쳐 보름달 같은 희망으로 인간을 비추는 164분(상영시간) 드라마의 여운은 상당했다. 7분 넘게 이어진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 속에 주연 배우 설경구·전도연·조인성·조여정는 눈물과 함박웃음으로 서로를 뜨겁게 포옹했다.
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오아시스’(2002)로 감독상과 신인배우상(문소리)을 휩쓴 지 무려 24년 만의 귀환이다. 이창동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이자 ‘버닝’(2018) 이후 8년 만에 세상에 나온 ‘가능한 사랑’은, 정의와 신의가 무너진 세상에서도 다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 영화다.
이창동의 세계에서 사랑이란 안전한 온실 안에서 피어나는 온화한 감정이 아니다. 모두 불타버리고 남은 참담하고 텅 빈 대지 위, 그 절망의 끝에서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는 ‘가능한(Possible)’ 기적이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평론가 데이비드 루니는 “트라우마, 존엄성의 상실, 갈망, 그리고 계급적 질투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을 담아낸 이 영화는 최고 배우들의 앙상블로 빚어낸 슬프고도 아름다운 실내악 같다”며 “올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극 중 해고 노동자인 호석(설경구)은 타워크레인에서 옥쇄파업을 벌였던 인물이다. 그에게 일이란 아들의 이름을 ‘철’로 지을 만큼 삶의 중심이자 자부심이었다.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진다는 것은 내가 늘 하던 일을 잃는 것이고, 결국 자아의 상실을 의미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일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묻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감독은 호석과 미옥(전도연) 부부를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에 대해 “영화 만드는 사람인 나의 정체성, 내 마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소설가 시절부터 짊어져 온 ‘타인의 삶을 다룰 때 나는 과연 그들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라는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이 예지라는 인물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영화 후반부, 예지의 남편 상우(조인성)와 미옥이 바다에서 모든 사회적 껍데기를 벗어던진 장면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 감독은 “미옥의 자존감, 어떤 절대적 권력 앞에서도 비굴해지지 않고 당당해질 수 있는 자유 의지로부터 희망을 찾고 싶었다”고 역설했다.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 이후 오랜만에 이 감독과 조우한 설경구는 “나도 모르게 ‘초심’이라는 말을 되뇌며 임했다”며 “배우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더 집중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현장을 일컬어 우리는 ‘이창동 매직(Magic)’이라 부른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매그 재단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전도연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이 대통령에게 영화에 투자하는 민간 자본에 최대 40% 세제 혜택을 줘 독립영화를 진흥하는 프랑스의 정책을 제안했다. [뉴스1]](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8/joongang/20260908000332821egds.jpg)
12일 폐막을 앞두고 마틴 맥도나, 대니 보일 등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 21편과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하는 가운데, 전도연은 작품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함께 온 조여정씨가 엄청난 길몽을 꿨다길래, 감독님이 그 꿈을 사면 감독상에 그칠까 봐 작품상을 노리고 제작사 대표님께 팔게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이어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스트리밍된다.
베니스=백은하 배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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