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인노래방의 눈물…한은, 동전 올해도 안 만든다

김도년 2026. 9.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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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는 집에 모아 둔 동전을 지폐로 바꾸려고 집 근처에 있는 은행 지점을 찾았지만,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A씨가 들고 온 동전 자루를 본 은행 직원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만 동전 교환이 가능하다”며 “다음 주에 시간을 맞춰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다. A씨는 차라리 동전으로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마트를 찾았지만, 여기서도 동전 결제를 거부하긴 마찬가지였다. 마트 직원은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일일이 동전을 세어가며 결제 금액을 어떻게 확인하냐”며 “지폐로 바꿔서 다시 오면 계산해 주겠다”라고 답했다.

B씨는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저금통에 모아둔 동전을 쓰려다가 낭패를 봤다. 아이가 자주 찾는 문구점을 갔는데 동전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금은 계좌이체로만 받는다고 하길래 결국 들고 나갔던 동전을 그대로 들고 집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 동전 교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은행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만 동전을 교환해 준다. 사진 독자제공


신용카드·모바일 결제가 자리 잡으면서 동전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동전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자, 한국은행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유통 목적의 주화 제조를 중단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동전 수요가 앞으로도 늘지 않으면, 한은은 영구적으로 주화 제조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매년 시장 수요를 파악해 연간 단위로 주화 제조 계획을 세우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요 감소로 유통을 목적으로 한 모든 주화의 신규 제조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올해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주화는 10원화와 50원화, 100원화, 500원화다. 한은은 1원화와 5원화의 신규 제조는 이미 2006년부터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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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발행액 지속 감소…50원은 19분기 연속 마이너스


정근영 디자이너

동전 수요는 감소하는데 거꾸로 동전 제조비는 급등했다. 구리·니켈·알루미늄 등 원재료 가격 상승 탓이다. 500원와 100원화는 구리와 니켈이 3대 1, 10원화는 알루미늄과 구리가 52대 48의 비율로 구성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최근 5년간 한은의 동전 제조 예산 지출액은 963억원이었지만, 실제 제조한 동전의 액면가치는 270억원에 불과했다. 동전은 제조할수록 손해란 의미다.

전통시장이나 고령자 밀집 지역, 코인 노래방과 게임장 등 동전을 원하는 수요처는 여전히 있다. 한은은 신규 제조는 중단했지만 은행으로부터 회수한 동전을 다시 유통시키는 방식으로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김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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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동전 모자라면 물가 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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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도 비슷한 고민 끝에 지난해 1센트(페니)짜리 동전의 신규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편의점·식료품점 등 미국 전역의 소매업 점포에서 ‘페니 품귀 대란’이 일었다. 미국 유통업체들은 물건 가격을 반올림해 파는 식으로 대응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전 제조 중단으로 시중에 동전이 부족해지면, 상인들은 거스름돈이 생기지 않도록 물건 가격을 소폭 올릴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이 확산하면 소비자는 물가가 오른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대영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처럼 식당 메뉴 가격에 센트 단위의 세금이 붙는 나라도 아니고, 디지털 결제도 보편화해 있어 ‘페니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정전 등에 따른 결제 시스템 이상 문제로 주화 결제가 다시 늘어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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