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왜 또 반려” 검사실 찾아가 고성…검경 영장전쟁
지난 7월 서울경찰청 소속 A경사는 경찰 신청 영장을 검토하는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를 직접 찾았다. 투자사기 의심 사건의 피의자가 통장·체크카드·OTP 등 금융거래 수단 30여 개를 타인에게 넘긴 정황이 확인돼 체포영장을 신청했는데 2번이나 기각당했기 때문이다.

A경사는 피의자 통장이 범죄자금 세탁 통로일 수 있다 판단해 신속한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 봤지만, 검사의 생각은 달랐다. 검사는 “범행 기간(2022~2026년)을 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으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선례가 있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법원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기각 사유를 보완해 다시 청구해야 하는 만큼, 청구 전부터 범죄를 더 충분히 소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수사가 더 지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A경사는 ‘체포영장이 오히려 수사 완결성을 높일 사전 장치이고, 범행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맞섰다. 결국 검사와 A경사 사이엔 이례적으로 고성까지 오갔다.
‘영장 3종’ 檢 기각률 ‘훌쩍’…극에 달한 긴장감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달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경찰과 검찰 사이의 영장 심사를 둘러싼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이 곧 없어지는 만큼 영장 단계부터 경찰 수사를 사전 점검·통제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본다. 그러나 경찰은 기초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까지 지나치게 까다롭게 심사할 경우 수사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상태에서 한달 후 수사권을 독점하게 되면 온전히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해 경찰의 ‘영장 병목’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수도권 경찰청의 B경정은 중앙일보에 “대물(對物)영장은 사건 유·무죄가 아닌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기초적인 절차”라며 “수사관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영장을 신청할 땐 통상 혐의가 있다고 볼 정도인데 최근 검찰 심사가 지나치게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반부패 수사를 맡는 C경위는 “통상 영장 청구는 2~3일 안에 결정됐는데, 최근 1차 반려는 관행이 된 정도”라며 “압수·수색 한번 하자고 영장 검토에만 열흘 이상 걸리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찰의 이 같은 체감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6일 대검에 따르면 경찰이 신청한 각종 영장의 검사 기각률은 4년 새 크게 뛰었다. 구속영장의 경우 2022년 검사 기각률이 23.2%였지만 올해 33.7%(1~7월)로 10.5%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압수영장은 11.3→19.1%로, 통신영장은 17.5→26.9% 로 검사 기각률이 올랐다.

“법원 깐깐해졌는데 보완도 불가…사전통제 필수”
그러나 검찰은 갈수록 법원의 심사 역시 까다로워지고 있는 만큼 면밀한 사전 검토는 필수란 입장이다. 영장업무 경험이 풍부한 D차장검사는 “특히나 체포 영장의 경우 발부시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신청받아 청구해야 하고, 구속영장 발부 후엔 10일 내에 사건을 송치 받아 다시 10일 내 검사가 사건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 ‘초읽기’가 시작된다”며 “더군다나 형소법 개정 이후엔 범죄 소명 정도가 낮은 상태에서 피의자를 섣불리 구속했다 송치되면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도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부실 송치로 향후 공소유지마저 어려워질 경우 손해는 피해자 몫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피의자 구속이 필요한 중요사건의 경우 검찰의 면밀한 사전 검토로 최근 법원 단계에서 구속영장 기각률은 떨어지는 추세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대검에 따르면 구속영장의 판사 기각률은 2024년 22.5%→2026년 20.3%(1~7월)로 2년 새 2.2%포인트 떨어졌다. 이를 위해 중앙지검은 지난해 9월~올해 3월 청구된 사전 구속영장 대상자 44.1%(113명)에 대해 ‘청구 전 피의자 면담·조사’도 진행했다는 것이다.

급증한 영장 신청…“기초도 누락” “불송치 할밖에” 갈등↑
영장업무를 맡고 있는 재경지검 E부장은 “2021~2022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직접 수사 개시 범위 축소 등을 거치며 경찰이 과거보다 중요하고 복잡한 사건을 더 많이 맡게 된 흐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신청 영장의 수가 늘어나면서 압수·수색 영장에 대상 장소를 누락하는 등 기본적인 형식조차 갖추지 못한 영장 신청이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 신청 영장은 2021년 2만3151건에서 2025년 2만6330건으로 13.7% 늘었다. 올해 1~4월은 1만442건으로 이 추세대로면 한해 신청 영장 건수가 3만 건을 초과할 수도 있다. E 부장은 “특히 전자영장 시스템에선 검사가 직접 영장 신청 내용을 수정할 수도 없어 기각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법성을 우선시하다가 수사 밀행성이나 증거수집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경찰 측 반론도 만만치 않다. “카메라 불법 촬영 혐의 압수영장을 기각하면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보라’는데 증거인멸, 불법 촬영물 유포 우려가 오히려 커진다”, “증거 수집을 못 하면 사건을 불송치할 수밖에 없다”는 등 주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직원은 “사건 관련 폐쇄회로(CC)TV 영상을 CD에 넣어 보냈다고 보완수사가 내려지는 등 납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수사 진척에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영장 기각·재신청한 건에 대해선 개정 형소법에서도 유지되는 각 고검의 영장심의위원회 기능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외부위원 10명 이내로 구성된 영장심의위 제도가 도입됐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13만8000여 건의 영장이 신청되는 동안 20여차례 개최되는 데 그쳤다. 그나마 약 70%는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현행 영장심의위는 외부 위원을 각 고검장이 위촉하는 구조라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영장 심의 기능을 법원 등 제3의 독립 기관으로 넘기고, 경찰 내에도 영장 청구를 담당할 검사 직급의 법률 전문 인력을 늘려 신속한 범인 검거와 증거 수집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정원·한찬우·곽주영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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