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응답의 시대… Z세대 통화 속 “여보세요”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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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실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안 해요. 상대방이 무슨 말이든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젠지(Gen Z·Z세대)들은 아예 '여보세요(Hello)'라는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전화 인사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엔 아바타, 가명, 애칭, 특정 벨소리 등으로 발신자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다. 누가 내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인사 자체를 불필요하게 느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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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확인 땐 바로 대화 본론으로
하루 평균 발화량 451단어씩 줄어

“전 사실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안 해요. 상대방이 무슨 말이든 먼저 하길 기다리는 거죠.”
뉴욕에 사는 소피아 페레즈(22)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걸려 온 전화에는 그 어떤 인사도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페레즈는 수신자의 목소리를 녹음해 범죄에 악용하는 스팸봇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 같은 행동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보세요’ 인사가 유선전화 시대 유물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젠지(Gen Z·Z세대)들은 아예 ‘여보세요(Hello)’라는 인사말을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맞춤형 전화 인사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엔 아바타, 가명, 애칭, 특정 벨소리 등으로 발신자에 대한 정보가 표시된다. 누가 내게 전화를 걸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인사 자체를 불필요하게 느낀다”고 보도했다.
Z세대는 발신자 표시 기능이 대중화된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한다. NYT는 “이 단어(Hello)를 소재로 다룬 마지막 대중가요라 할 수 있는 아델의 ‘헬로’, 레이디 가가의 ‘텔레폰’이 벌써 10년도 더 된 노래”라며 “토머스 에디슨이 전화기를 통해 처음 내뱉었던 이 인사가 이제는 다소 구식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Z세대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을 때 인사 대신 “응” 또는 “어디야?”라고 말하거나 바로 대화의 본론으로 들어간다. 알 수 없는 발신자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로 인식해 자신의 목소리를 먼저 공개하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여긴다. ‘여보세요’ 또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인사는 드물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에서나 쓰이는 말이 됐다.
디지털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언어학자 그리핀 바셋은 NYT에 “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기기 안에서 문자 메시지, 이메일, 소셜미디어 피드 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결합된다”며 “굳이 인사말을 건네며 ‘공통의 접점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인사로 시작하는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보다 음성 메시지를 선호하는 Z세대의 특징과도 관련 있다. 마리 페니(17)는 “할 말이 많을 때 문자 메시지를 쓰는 것보다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게 더 빠르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줄어드는 현상은 연구 결과로도 확인된다. 미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연구팀이 10~94세 2197명의 대화 녹음 자료를 14년간 분석한 결과 일상 속 발화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19년 사이 사람들의 하루 평균 발화량은 매년 338단어씩 줄었다. 25세 미만에선 하루 평균 발화량이 451단어씩 감소했다.
이 연구는 ‘젠지 스테어(Gen Z stare)’ 현상도 소개했다. ‘젠지 스테어’는 질문을 받아도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상대를 바라보거나 손짓으로 대신 반응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굳이 이어가려 하지 않는 젠지 특유의 소통 방식이다.
발레리아 파이퍼 미주리-캔자스시티대 심리학 및 상담학 부교수는 해당 논문과 관련해 “말을 적게 한다는 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대화가 줄어든다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주는 즉각적인 정서적 이점뿐만 아니라 견고한 인간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는 장기적인 이점도 함께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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