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인의 중국 과학기술 굴기] 반환점 돌아선 중국의 반도체 굴기 대장정

2026. 9. 7.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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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인 한양대 교수

우리 반도체 기업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관찰된다.

지난 7월 상장하며 중국 내 최대 기업가치를 보유하게 된 창신메모리(CXMT)는 샤오미의 신형 폴더블폰에 차세대 규격인 LPDDR6 메모리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연내 상장을 예고한 양쯔메모리(YMTC)는 2027년 말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세계 1위 낸드 제조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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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상장한 중국 창신메모리
샤오미에 차세대 메모리 공급
미국 제재가 중국 기업 키워내
한국과 기술 격차 더 좁아져
」

2024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엑스포에 마련된 CXMT의 전시 부스. [AP=연합뉴스]

여기에 화웨이는 무어의 법칙을 대체하겠다며 ‘타우(τ) 법칙’을 발표했다. 아직은 뚜렷한 기술 격차가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는 기술장벽이 없다”고 단언하는 중국 전문가들의 일관된 답변을 듣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배터리와 디스플레이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반도체 자립자강의 반환점을 돈 중국 반도체 굴기 대장정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토종 빅테크의 가혹한 조련
미국의 제재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혁신 활동에 타격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 제재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생태계에 큰 선물도 안겨주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중국 빅테크와 이제 막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자국 반도체 기업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준 것이다. 그동안 중국 첨단 제조 생태계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늘 ‘외국산 메기’가 한몫했다. 자동차에서는 폭스바겐과 GM이, 스마트폰과 전자부품에서는 애플이, 전기차에서는 테슬라가 그 역할을 자처했다.

이제 AI와 반도체 영역에서는 외국 기업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위해 고사양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토종 빅테크 알리바바·바이트댄스·화웨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제재가 없었다면 이들은 앞다투어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의 제품을 사용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수입 자체가 어려워 스스로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결국 중국 토종 반도체 기업들을 가르치고 다그치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게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필자가 중국 반도체의 혁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170여 개 중국 상장 반도체·소부장 기업을 전수 분석한 결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이후 중국 기업들의 재무적 성과와 혁신 성과는 뚜렷하게 하락했음에도, 핵심 기술 자립화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적 의지는 오히려 상승했음을 확인했다.

같은 기간, 중국 AI 반도체 분야의 학술논문을 분석한 결과 중국의 연구자 엔지니어들로만 구성된 연구 그룹의 성과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함께 확인했다. 대다수 영역에서 중국 기술 굴기의 핵심 동력이 인재이듯, 반도체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칭화대학은 중국 반도체 업계가 극복해야 하는 과학·기술·산업 난제 해결의 사명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무어의 법칙 둔화에 대응하는 2.5D·3D 적층, 칩렛(Chiplet), 하이브리드 본딩, 유리기판·광전공동패키징(CPO), 비휘발성 컴퓨팅 소자, 그리고 실리콘 미세화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차세대 트랜지스터까지 현재 중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난제와 차세대 반도체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차세대 원천기술을 함께 연구한다. 이 원천기술 성과의 산업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탄탄한 직업교육 체계다.

중국 최초로 반도체소자 전공을 개설한 장쑤정보직업기술학원(江苏信息职业技术学院)은 미전자기술 산학융합 실습기지, 성급 가상시뮬레이션 실습기지, 스마트카용 집적회로 공정연구센터, SMT·임베디드시스템 실습실 등을 갖추고, 화룬·화훙 같은 토종 반도체 대기업과 공동 설립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공정 운영에 특화된 테크니션들을 배출한다. 이 학교 한 곳에서만 누적 1만6000여 명의 전자정보 계열 기능 인재를 배출했다. 이들이 쌓은 암묵지와 노하우는 학교에서 기업으로, 기업에서 다시 학교의 연구실로 확산하며 원천 연구와 상업화의 간극을 메우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반도체 장기전 제대로 준비해야
불과 1년 전 한·중 간 범용 D램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이라고 평가하던 전문가들은 이제는 3년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HBM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빨리 쫓아올지 불안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와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시대에 안주하지 않고 늘 경계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경쟁력의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은 우수한 공정 역량과 함께 중국기업들이 갖지 못한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동시에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우리만큼 중국시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곳도 많지 않다.

또한 우리 정부도 3대 메가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 이상 돈과 공간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 이제 우리도 반도체 장기전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지엽적인 제도 개선과 다가오는 선거가 아니라 2045년을 내다보면서 본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자. 현재의 위상은 공고히 하되, 지금의 자원을 활용해 차세대 반도체 패러다임의 리더십도 적극적으로 확보하자. 농촌이 도시를 포위하는 대장정식 전략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상대보다 더 오래, 더 긴 싸움을 준비하는 불패 전략이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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