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준우승’ 아쉬움 털어내고 9년 만의 첫 승…감동 드라마 주연 최예림의 전성기는 ‘지금’부터

정대균 2026. 9. 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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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투어 데뷔 후 9년, 준우승만 무려 9번. 늘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서야 했던 최예림이 마침내 긴 침묵을 깨고 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아도니스CC(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확정 후 만난 최예림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기쁨의 미소가 가득했다. 최예림은 "9년 만에 처음 우승하게 됐는데 너무 기쁘고 아직은 얼떨떨하다"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첫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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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9번 했으니 10번 한다고 달라지겠냐는 마음으로 쳤다”
퍼트 불안감 극복하며 마침내 정상 등극…“목표는 통산 10승”
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아도니스CC에서 끝난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거둔 최예림이 캐디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정규투어 데뷔 후 9년, 준우승만 무려 9번. 늘 정상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서야 했던 최예림이 마침내 긴 침묵을 깨고 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아도니스CC(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숱한 연장전 패배와 쇼트 퍼트 트라우마를 견뎌내며 완성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만든 감동적인 반전 드라마였다.

우승 확정 후 만난 최예림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기쁨의 미소가 가득했다. 그동안 무수한 준우승을 거치며 ‘우승하고나서 눈물이 그치지 않으면 어쩌나’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던 그였지만, 정작 트로피를 품에 안은 순간에는 눈물 대신 환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최예림은 “9년 만에 처음 우승하게 됐는데 너무 기쁘고 아직은 얼떨떨하다”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첫 소감을 전했다.

스코어 안 보고 걸었던 ‘자기 최면’…캐디와 만든 심리적 안착

이번 대회 최예림의 승리 비결 중 하나는 치밀한 심리 제어와 마인드 컨트롤이었다. 그는 마지막 라운드 내내 리더보드나 스코어보드를 전혀 보지 않는 전술을 택했다. 자신의 위치나 타수를 의식하는 순간 멘탈이 흔들리고 남은 홀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과거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예림은 “어제 3라운드를 마친 뒤 ‘이제 나만의 자기 최면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대회 전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내내 스코어를 의식적으로 피하며 매 샷에만 몰입했다.

그 곁에는 든든한 조력자인 캐디의 역할도 컸다. 최예림은 경기 중 불안감이 밀려올 때마다 캐디에게 “저 편하게 쳐도 되죠?”라고 물었고, 캐디 역시 “편하게 쳐, 편하게 쳐”라며 계속해서 마음을 안정시켜 줬다. 캐디를 전적으로 믿고 자신의 스윙에 집중한 것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후반 들어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페어웨이를 놓치고 러프에 빠지는 위기 순간도 찾아왔다. 하지만 최예림은 당황하지 않았다. 공이 떨어진 자리를 확인하자마자 ‘다음 샷을 어떻게 쳐야 하지?’라는 생각에만 집중했다. 러프 상태가 얼마나 심한지, 탈출하려면 어떤 구질과 클럽을 선택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하며 후반 레이스의 난관들을 하나씩 헤쳐 나갔다.

퍼트 불안감 털어내고 2주전 이시우 코치 만나 불안감 해소

기술적인 면에서 올해 가장 결정적인 변화를 만든 부분은 바로 ‘퍼트’였다. 최예림은 그동안 아이언 샷의 정확도나 드라이버 비거리 면에서는 정규투어 정상급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늘 발목을 잡은 것은 퍼트였다.

그에게는 잊지 못할 아픔이 있었다. 투어 2년 차 시절, 넥센·세인트나인 대회 마지막 홀에서 짧은 쇼트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기억이다. 그날 이후 퍼트에 대한 자신감은 급격히 떨어졌고, 중요한 순간마다 퍼트 불안감이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퍼트 레슨을 받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자세와 라인 보는 법을 근본적으로 다듬으면서 퍼트 성공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퍼트가 안정되자 중요한 찬스를 놓치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버디 확률과 파 세이브 확률이 월등히 좋아졌다.

최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이시우 코치와의 만남도 반전의 발판이 됐다. 불과 2주 전 손을 잡은 이시우 코치는 불안함이 많은 최예림에게 확고한 안정감을 선물했다. 

이 코치는 “너는 원래 잘하는 선수였어. 지금도 너무 좋은데 조금만 다듬으면 돼”라며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그 온화하고 안정적인 멘토링이 최예림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동료 배소현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같은 트레이너 밑에서 운동하며 슬럼프나 힘든 순간마다 서로를 보듬어 주었던 두 사람은 최근 이시우 코치 캠프까지 함께하며 더욱 각별해졌다. 

최예림은 “(배)소현 언니가 진심으로 제 우승을 기다려주고 격려해 준 덕분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실제로 배소현은 최예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며 후배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6일 경기도 포천시 포천아도니스CC에서 끝난 KLPGA투어 OK저축은행 읏맨오픈에서 생애 첫승을 거둔 최예림이 2주전 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시우코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2등 9번 했으면 어떤가”… 시련이 단단하게 만든 멘탈

숱한 준우승과 연장전 패배는 한때 그에게 깊은 상처였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돌아설 때마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그 홀에서 이렇게 쳤어야 했는데…’라는 후회 속에 살기도 했다.

특히 통산 3번의 연장전 패배를 겪었을 때는 ‘나한테는 우승 기회가 아예 오지 않는 건가’ 하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예림은 관점을 바꾸기로 했다. 연장전까지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이미 갖춘 선수라는 증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부족한 한 끗만 채우면 언제든 정상에 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서는 ‘2등을 9번이나 했는데, 10번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라는 역발상으로 스스로 걸어둔 부담감을 완전히 털어냈다. 내려 놓음의 미학이 결국 생애 첫 우승이라는 열매로 결실을 맺은 셈이다. 최예림은 “이제는 두 달 동안 정말 다리 뻗고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목표는 통산 10승…팬들에게 우승 많은 선수로 기억되고 파”

우승 세리머니조차 상상해 본 적 없을 정도로 그저 우승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최예림. 마침내 정상을 밟은 그의 시선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남은 시즌 가장 탐나는 대회로는 메이저 대회인 ‘블루헤런’ 코스에서 열리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으로 꼽았다. 첫 스폰서와의 인연이 있고 연습을 정말 많이 했던 친숙한 코스인 만큼, 그곳에서 메이저 왕관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쳤다.

더 많은 우승을 위한 발전 계획도 명확하다. 점점 길어지고 까다로워지는 코스 레이아웃에 맞춰 올겨울 체력을 대폭 보완하고 비거리를 늘려, 혹독한 러프에서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강인한 몸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9년 동안 팬들에게 최예림은 ‘늘 상위권에 있는, 꾸준하게 잘 치는 선수’였다. 이제 그는 그 수식어를 바꾸려 한다.

그는 “9년 동안 기다려주시고 변함없이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제 목표는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는 통산 10승이다. 이번 첫 우승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이 정상에 서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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