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의 추억 [김소연 칼럼]
비례대표의 전신은 전국구(全國區) 의원이다. 1963년 총선에서 박정희 정권이 도입했다. 지역구 131석에 전국구 44석. 미국식 양당제를 유도한다며 전국구 의석의 최소 절반을 제1당에, 3분의 1을 제2당에 배분하기로 했다. 명분은 미국식 양당제지만 실제로는 정권 안정을 위한 도구에 가까웠다. 1972년 유신헌법 제정과 함께 잠시 사라졌던 전국구는 1981년 전두환 정권 때 부활한다.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은 심지어 지역구 제1당에 전국구 의석 3분의 2를 통째로 몰아주기로 했다. 그야말로 여당 의석을 부풀려 독재 정권을 떠받치기 위한 꼼수였다.
1990년대 들어 비례대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된다. 핵심은 ‘비례대표가 정말 민심을 반영하는가’다. 논리는 간단하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에게 투표했다 해서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에게도 똑같이 표를 줬다고 볼 수 없다는 것. 2001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지역구 후보 투표 결과와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제도 개편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1인 2표제’가 적용됐다. 먼저 지역구 후보를 고르고, 다음으로 정당을 선택. 이때부터 민주노동당 같은 소수정당도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재미있는 양상이 나타났다. 당시 국민의당이 총 38석을 얻었는데,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이다. 전체 의석의 약 12.7%를 차지했지만, 정당 득표율은 26.74%. 이는 비례대표가 제3당·소수정당의 생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뿐인가. 당시 한국에서 정당 투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는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실시됐더라면 국민의당은 83석 수준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지점에서 ‘완전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꿈틀댄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지역구를 많이 가져가는 당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예를 들어, 전체 300석 중 지역구를 150석 차지했는데 정당 지지율이 40%라면 어떨까? 이미 지역구에서 의석의 50%를 가져갔고 정당 지지율은 50%보다 낮기 때문에 비례대표 의석을 추가로 가져갈 수 없다. 거대 양당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모두 반대한 이유다. 진통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기로 했는데 이 또한 양당에 손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양당은 부랴부랴 정당 지지율을 받기 위한, 그야말로 비례대표용 꼼수 위성정당을 급조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름을 바꾼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2024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더불어민주연합’,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두 정당이 전체 의석의 약 94%를 독식했다.
그 두 번의 꼼수 위성정당 급조 사태가 지금의 용혜인 논란을 만들어낸 원흉이다. 2020년 더불어시민당 비례 5번으로 당선된 용혜인은 이후 제명 형식으로 기본소득당에 돌아갔고, 2024년에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 6번으로 당선되고 나서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더불어민주연합 소속 비례의원이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일이 기본소득당으로 되돌아갔기에 사달이 난 것. ‘공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가 용혜인 인사를 끝까지 밀어붙일까’라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음 총선에서 그럼 위성정당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묻고 싶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6호(2026.09.09~09.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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