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AI 현장 ③] 유니콘 10곳 배출한 '사이버포트' 가보니

구아현 기자 2026. 9.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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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2일 방문한 홍콩섬 남구 사이버포트 저고도경제 응용 전시관. 입구에 실물 크기의 드론이 반겼다. 사이버포트 관계자는 "홍콩엔 50~60년 된 오래된 건물이 많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으로는 대나무 비계를 세우고 사람이 직접 외벽을 타고 올라가 점검해야 했지만 이제는 드론만 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이버포트는 드론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 대형 드론 이착륙 구역과 5G-A 통신망, 기상센서, 감시 레이더 등 실증 인프라를 갖췄다. 해상·도서 지역 비행경로 시험과 여러 대의 드론 동시 운용, 비행 중 충전 등도 검증할 수 있다. 홍콩 정부가 지정한 저고도경제 샌드박스 시험장 역할도 겸하며 현재 5개 프로젝트가 실증 중이다.

전시관을 나서자 눈앞이 탁 트였다. 가운데 자리한 무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넓은 공간이 펼쳐졌고, 한참을 걸어야 다음 구역에 닿을 정도였다. 걷는 내내 양옆으로 입주기업들의 사무실이 이어졌다.

사이버포트는 설립된 지 24년 된 홍콩 최초의 IT 산업단지다. 24헥타르 부지에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출발한 이곳은 현재 2400개 이상 기술기업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AI·빅데이터·로보틱스 기업만 500개가 넘고, 유니콘 기업도 10곳 배출했다.

사이버포트는 홍콩 정부를 대신해 최대 규모의 AI 슈퍼컴퓨팅센터(AISC)를 직접 운영·관리한다. 홍콩 전체 AI 슈퍼컴퓨팅 파워는 5000페타플롭스(P) 규모인데, 이 가운데 3000P가 사이버포트 센터에 집적돼 있다. 홍콩 정부가 배정한 30억홍콩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AI 보조금 펀드도 사이버포트가 직접 운용한다. 홍콩 현지 기업과 대학, 연구개발(R&D) 센터가 이 컴퓨팅 파워를 활용해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이버포트 관계자는 "홍콩 내 모든 기업과 대학, R&D 센터가 이 연산 파워를 활용해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홍콩이 AI 경쟁에서 더 속도를 내 중국 본토와 미국을 따라잡도록 돕는 것이 바로 사이버포트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고도경제 응용 전시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디지털테크센터로 들어서자 화면 속 대화창이 눈에 띄었다. 사용자가 광둥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곧바로 광둥어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표준중국어(보통화)나 영어를 거치지 않고 광둥어 자체를 학습한 대형언어모델(LLM)이다.

바로 옆 화면에는 초록색 삼각형들이 지도 위를 촘촘히 채우고 있었다. 각 삼각형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선박 한 척이었다. 선박 식별번호를 입력하면 현재 위치는 물론 위반 기록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선박 상태를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리포트도 생성해준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함께 실증 중인 프로젝트들도 소개돼 있었다. 생성형 AI 샌드박스는 100건 넘는 신청 중 40건 이상이 선정돼 진행 중이었고, 홍콩금융관리국(HKMA)과 공동 운영하는 핀테크 샌드박스는 지금까지 10건이 승인돼 건당 최대 50만홍콩달러를 지원받았다. 디지털 신원인증 시스템 '아이엠스마트(iAMSmart)'는 900개 이상 기관이 참여하고 있었고, 기업용 디지털신원 샌드박스에는 100개 기업이 등록돼 있다.

110만홍콩달러 무상 지원금 외에 자체 벤처캐피털(VC) 펀드도 별도 운용한다. 지분 투자를 집행하는 이 펀드는 지난 20여 년간 공동투자 비율 1대9를 기록했다. 사이버포트가 1달러를 투자하면 200개 이상의 민간 투자자 네트워크에서 9달러의 후속 매칭 투자가 뒤따랐다.

사이버포트는 금융부터 스마트시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검증(PoC)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정부나 대기업 파트너가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유료 실증'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와 대기업이 기술 도입 비용을 대고 문을 열어준 덕에, PoC를 마친 뒤 실제 2·3단계 본사업 납품으로 이어져 수십억원대 매출을 낸 스타트업도 나왔다. 사이버포트 관계자는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와 아세안 시장에 맞춰 솔루션을 현지화하는 것까지 돕는다"고 말했다.

사이버포트 내부 연결통로. 텔레그래프베이 너머로 남중국해가 펼쳐졌다. 홍콩 사이언스파크, 홍콩과학기술단지(HKSTP)나 홍콩·선전 혁신기술원(HSITP)이 선전과 맞닿은 북부에 자리한 것과 달리 사이버포트는 홍콩섬 남단에 있어 국경까지 거리가 상당하다.

이에 홍콩 사이버포트는 선전과 10분 거리인 노던 메트로폴리스 훙수이키우 지역에 30헥타르 규모의 제2캠퍼스를 짓는다. 홍콩섬 남단에 있어 국경까지 멀다는 지리적 약점을 보완하려는 행보다. 사이버포트 관계자는 "홍콩섬에 있는 사이버포트가 앞으로는 이 지역에 30헥타르 부지를 갖게 될 것"이라며 "선전과 매우 가까운 위치로, 홍콩의 강점을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BA)와 결합하려는 대표적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참가 기업 관계자는 사이버포트와 사이언스파크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사이버포트는 핀테크·웹3·가상자산 플랫폼에 집중했고, 지금은 AI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험실과 연구인력 중심의 딥테크 연구개발(R&D) 허브가 사이언스파크라면, 디지털 기술 사업화와 투자에 방점을 찍은 액셀러레이터가 사이버포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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