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왔어요” 명당 선점한 외국인…불꽃축제 수십만 모였다 [르포]

“사람도 많고 복잡하지만, 직접 보고 기억에 남기는 건 또 다르니까요.”
5일 오후 1시쯤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일대 한강공원. 한낮 온도가 29도까지 치솟았지만 공원 강변과 인근 도로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를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푸드트럭에서 간식을 사서 걸어다니거나 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우·양산으로 그늘을 만들어 쪽잠을 자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매년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서 개최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올해로 22회째를 맞았다. 본 축제까지 약 7시간 남은 시점에도 가족·친구·연인 등 다양한 동반 관람객이 몰려 이미 강변은 만석이었다. 동생과 함께 대전에서 온 이은겸(31)씨는 “매번 유튜브로 불꽃축제 생중계를 보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현장에서 관람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며 “올해도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 오전 2시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불꽃축제가 잘 보이는 ‘명당’ 선점에 성공한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 메이(21)는 “친구가 미리 자리를 잡아뒀고,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오전 10시에 왔다”며 “한강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은 2주 전에 알게 됐다. 오늘 밤 현장에서 불꽃의 웅장함을 느낄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인근 지역에도 불꽃축제를 보려는 이들이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이날 새벽 경기도 평택에서 출발해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4층 옥상에 자리를 잡은 김지혜(33)씨는 “지난해 임신했을 때 남편과 이곳에서 함께 불꽃축제를 봤었고, 올해는 5개월 아기와 함께 (축제를) 보게 됐다”며 “일찍 온 사람은 4일 오전 11시에 왔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아래에도 인파 약 300명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몰렸다. 서울 강동구에서 친구들과 온 이윤호(16)씨는 “오늘 햇빛이 강하고 오래 밖에 있을 각오를 해 돗자리와 선크림을 챙겨왔다”며 “오는데 1시간 반이 넘게 걸렸지만 불꽃축제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8시 되자 “우와”…폭죽과 함께 감탄 터졌다
오후 8시 본 축제가 시작되자 ‘펑’하는 큰 소리와 함께 형형색색의 불꽃이 밤하늘을 뚫고 터져 나왔다. 서울 용산역에서 노량진역 방면으로 운행하는 1호선 내에 있던 승객들은 창문으로 내다보며 “너무 화려하다” “운 좋게 멋진 광경을 봤다”고 감탄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일부 기업은 직원 가족·지인에게 건물을 개방해 축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인의 회사 건물에서 불꽃축제를 본 정욱조(37)씨는 “현장의 노랫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축제 관리 측은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 대비 행정력을 강화했다. 서울시는 4일부터 이날까지 주최 측인 한화그룹 및 소방재난 본부, 영등포·용산·동작·마포구, 서울경찰청 등과 협력해 종합안전본부를 운영한다. 행사장 주변에 인력 6800여명을 투입해 도로 통제 등 안전관리에 나선다.
경찰도 관리 장비와 인력을 늘렸다. 유계준 영등포경찰서 경비과 소속 경위는 “주최 추산에 따르면 전야제에는 약 10만명이 모였고 오늘도 마포·여의도 일대에 약 53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제 현장 폭발물 신고는 없었지만, 만일에 대비하기 위해 고공 관측장비와 경찰견 등을 투입해 추가 검측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불꽃축제는 처음 전야제까지 마련된 만큼 지난해보다도 자리 전쟁 양상이 더 치열하게 나타났다. 본 행사가 열리기 사흘 전부터 축제장 인근 마포대교에서 원효대교로 향하는 길목에 돗자리 ‘알박기(자리 선점)’가 등장하는가 하면,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는 ‘여의도 불꽃축제 돗자리를 20만원에 양도한다, 노숙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30대 박 모씨는 “평소 지나다니는 한강 북단 보행로 인근에 돗자리가 쭉 펼쳐져 있어 황당했다”며 “일부는 본 축제 며칠 전부터 알박기를 하고 있는데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유림, 이규림 기자 noh.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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