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료와 첫 무대 박찬욱...'20대의 열망' 떠올린 봉준호

이선필 2026. 9. 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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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감독판이라 해야 하나 오래 고민했다. 실제로 그렇게 결정했다가 투자배급사 CJ ENM에서 다시 생각해달라더라. 감독판을 내놓을 땐 스튜디오 압박에 못 이겨서 감독이 개봉판을 만든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거였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 확장판을 상영한 박찬욱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그 외의 음악은 영화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규모를 작게 가져갔다"며 "<아가씨> 땐 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의 음악을 썼지만, 앞으론 좀 미니멀하게 갈 것 같다. 박찬욱 감독님 작품은 항상 완벽한 화면이라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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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관객과의 대화 진행

[이선필 기자]

▲  영화 <어쩔수가없다> 확장판 상영 후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진 박찬욱 감독, 조영욱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처음엔 감독판이라 해야 하나 오래 고민했다. 실제로 그렇게 결정했다가 투자배급사 CJ ENM에서 다시 생각해달라더라. 감독판을 내놓을 땐 스튜디오 압박에 못 이겨서 감독이 개봉판을 만든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거였다."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 확장판을 상영한 박찬욱 감독의 설명이다. 지난 8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해당 작품은 기존 개봉판의 분량 138분에서 약 19분 늘어난 157분이다. 확장판이 극장에서 상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일 오후 제천문화극장 6관 객석은 거의 들어찼다.

박 감독이 개봉 이후 확장판을 선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쥐>(2009)와 <아가씨>(2016)의 확장판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결과물에 박찬욱 감독은 "영화가 너무 길어 관객들이 지레 겁먹고 안 보실까 봐 정말 손톱 깎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몇 달간 노력해서 극장판을 만들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 속 만수(이병헌)가 정말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벌였는지, 매우 친절하게 동의할 수 있게끔 할 필요는 없었지만 조금 더 관객들이 인물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버전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그 취지를 전했다.

이날 현장엔 조영욱 음악감독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부터 <올드보이>(2003),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어쩔수가없다>(2025) 등 영화와 드라마 11편을 함께한 25년 넘은 동료다. 조 음악감독은 "이렇게 둘이서 관객과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고 앞으로도 잘 없을 일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조 음악감독은 <헤어질 결심>에 삽입된 정훈희·송창식의 '안개', <어쩔수가없다>에 삽입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등 영화 속 한국 대중가요 대부분을 박찬욱 감독이 직접 골랐다고 전했다. 그는 "그 외의 음악은 영화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규모를 작게 가져갔다"며 "<아가씨> 땐 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의 음악을 썼지만, 앞으론 좀 미니멀하게 갈 것 같다. 박찬욱 감독님 작품은 항상 완벽한 화면이라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즐거운 작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2악장 아다지오에 얽힌 사연도 전했다. 그는 "15년 전 처음 이 시나리오를 쓴 때 미국 영화로 기획했는데 초고 첫 줄부터 이미 언급했던 곡"이라며 "그 틀은 한 번도 변하지 않도록 지켜왔고, 영화가 끝날 때 한 번 더 들려주면서 호응하도록 했다"고 짚었다.

조영욱 음악감독은 박 감독의 신작 <래틀크릭의 강도들>(The Brigands of Rattlecreek)에도 참여한다. 정통 서부극을 표방한 작품으로 매튜 매커너히, 페드로 파스칼, 오스틴 버틀러, 탕웨이 등이 출연한다. 조 음악감독은 "이렇게 항상 색다른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음악감독에겐 재미와 즐거움"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이 전한 제천의 추억
▲  제2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봉준호 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편 같은 시각 제천문화극장 1관에서는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인생 영화로 꼽은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1988)을 관객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2011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봉 감독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장이던 쿠스트리차 감독과 만났다고 한다.

봉 감독은 <집시의 시간>을 두고 "20대에 감독이 되고 싶은 열망에 몸부림치면서 본 영화"로 소개하면서 "쿠스트리차 감독님이 제 나이를 묻더니 마흔둘이라는 대답을 듣고 이제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근데 오면서 찾아보니 쿠스트리차 감독님도 최근 영화를 찍으셨더라.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7080 때 놀라운 영화를 찍기도 한다"며 창작에 대한 열정을 강조했다.

또한 봉 감독은 <집시의 시간> 주연 배우 다보르 듀모빅이 1999년 사망한 사실을 전하며 "변희봉 선생님이나 전미선씨, 이선균씨도 그렇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의 영화를 볼 때면 '이제 우리 곁에 없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큰 화면에서 (그들이) 생생한 얼굴로 우리를 향해 미소 짓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걸 볼 때 오는 이상한 감정들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천에서의 추억도 있었다. 영화 <마더>의 촬영 일부가 제천 일대에서 진행된 것. 봉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이 고물상 할아버지를 죽이고 불지르는 곳을 제천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현재 심해의 아기돼지오징어를 주인공으로 한 첫 장편 애니메이션 <앨리>를 작업 중이다. CJ ENM과 펜처인베스트, 프랑스 파테(Pathé)가 공동 투자·배급하고 바른손C&C가 제작을 총괄하며, 2027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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