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서 3000㎞ 헤엄쳐 왔는데…실뱀장어의 기구한 운명

김방현 2026. 9.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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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를 달려 한반도 해안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허가 어선이나 불법 어구였다. 이들에 불법으로 포획 당한 뒤 유통업자 등에게 저렴한 가격에 팔려 나간다. 하지만 다 자란 뒤에는 소비자에게 아주 비싸게 공급된다. 국내 서해안에서 포획되는 뱀장어 이야기다.
서해안 실뱀장어 불법 포획 단속 장면. 중앙포토


실뱀장어 64만 마리 불법 유통


충남 보령해양경찰서는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60대 A씨를 구속 송치하고 불법 포획과 유통에 관여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불법 포획된 실뱀장어 약 64만 마리를 사들여 보관·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령해경은 지난 4월부터 무허가 어선과 불법 어구 등을 이용해 실뱀장어를 포획한 뒤 유통하는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실뱀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서천·군산 일대 금강하구나 보령 부사호, 태안 천수만 등에서 주로 잡힌다.

해경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불법 포획된 실뱀장어 약 64만 마리가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물량의 시가는 약 2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A씨 등을 상대로 불법 포획한 실뱀장어 정확한 유통 경로와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양식장에서 키울 실뱀장어를 포획하기 위해서는 수산업법에 따른 어업 허가를 받은 뒤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포획 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뱀장어 수요가 많아지면서 불법 포획이 늘고 있다고 해경은 전했다. 보령해경이 올해 들어서 단속한 실뱀장어 불법포획은 10건(10명)이다. 불법포획은 폐어선이나 레저용 보트, 무등록 어선을 타고 사각틀망(안경망)·뜰채를 사용하거나 자루형 그물을 설치해서 포획한다.
실뱀장어. [사진 보령해경]


뱀장어 시중에서 kg당 5~7만원에 거래


해경 등에 따르면 실뱀장어는 요즘 마리당 450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하지만 실뱀장어는 성체로 자라면 ㎏당 2만원 이상 가격에 출하된다. 이어 음식점 등에서는 kg당 5~7만원에 거래된다. 해경 관계자는 “실뱀장어와 다 자란 장어 가격 차이가 크다”라며 “결국 유통업자 등이 폭리를 취하고 소비자만 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유 어종인 뱀장어(민물장어)는 한국에서 약 3000㎞ 떨어진 태평양의 깊은 바다(수심 300m 안팎)에서 산란한다. 일본의 도쿄(東京)대 해양연구소와 수산종합연구센터는 2009년 세계 최초로 태평양의 마리아나제도(괌 인근) 앞의 수심 3000~4000m 바닷속에서 장어 알을 채취했다. 연구진은 태평양에서 부화한 장어 치어가 해류를 따라 아시아지역 국가의 하천과 호수 늪지에서 성장하다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 산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보령해경이 압수한 실뱀장어. [사진 보령해경]


뱀장어 완전 양식은 어려워


이런 특이한 생태적 특성 때문에 인공으로 어린 뱀장어(실뱀장어)를 생산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2016년 뱀장어의 완전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아직도 실뱀장어(몸길이가 5~7㎝인 새끼 뱀장어)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거의 모든 뱀장어 양식은 봄철에 먼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오는 실뱀장어를 잡아다가 키우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런 상황은 뱀장어 소비 왕국인 일본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뱀장어 양식 업계에서는 실뱀장어가 ‘귀하신 몸’이다.
서해안 실뱀장어 불법 포획 단속에 걸린 그물망. 중앙포토

한국을 찾는 실뱀장어의 회유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해를 중심으로 불법포획도 늘고 있다고 한다. 보령해양경찰서 황윤하 수사과장은 “불법 포획된 수산자원의 유통행위는 수산자원 고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엄격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불법 포획·유통 등 수산자원 보호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단속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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