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빌었더니 시작된 악몽, 650배 흥행 성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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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집착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데이트 폭력, 스토킹, 로맨스 스캠 등은 대부분 사랑해서 벌어지는 순수한 아이러니다. '사랑하니까'라는 말의 낭만과 강박의 지표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옵세션>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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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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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옵세션> 스틸컷 |
| ⓒ 유니버설 픽쳐스 |
집착도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뒤틀린 사랑의 방식 중 하나로 인정하는 견해도, 범죄로 여기는 부류 있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로맨스 스캠 등은 대부분 사랑해서 벌어지는 순수한 아이러니다. '사랑하니까'라는 말의 낭만과 강박의 지표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옵세션>이 묻고 있다.
소원 빈 혹독한 대가
음반 가게의 동료 니키(인디 네버레티)를 학창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베어(마이클 존스턴)는 니키 곁에서 머무는 데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골동품 상점에서 구입한 '원 위시 윌로우(소원을 들어주는 가상의 스틱)'에 소원을 빈다. 소원은 간단하고 쉬웠다. '니키가 날 누구보다도 사랑하게 해 달라'고 장난삼아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연인으로 거듭나지만 연애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관심과 애정을 넘어선 니키의 소유욕과 집착이 계속돼서다. 로맨틱한 데이트를 하다가도 섬뜩한 표정 하나에 분위기를 흐리고,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운 순간이 연출된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 베어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니키는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니키는 점차 이상한 행동을 해 두려운 존재로 변해간다. 거짓말은 점차 늘어나고 기이한 행동도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급기야 니키는 베어의 출근길마저 봉쇄하고 하루 종일 자신과 함께하길 원한다. 점차 베어의 일상에 침투하고 통제하려 들자, 베어는 소원을 취소할 방법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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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옵세션> 스틸컷 |
| ⓒ 유니버셜픽쳐스 |
감독은 1999년생 유튜버 출신인 감독 커리 바커다. 할리우드는 이미 세대교체가 시작되었다. 첫 테이프는 <백룸>의 케인 파슨스가 끊었고, 연이어 커리 바커도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스케치 코미디 유튜브 채널 '댓츠 어 배드 아이디어 That's a Bad Idea' 세계관을 넓힌 그는 조회수 900만 회를 돌파한 단편영화 <더 체어 The Chair>와 장편 공포영화 <밀크 앤 시리얼 Milk & Serial>로 단숨에 주목받는다. 영화학교 출신도 아닌 그는 독립적인 방법으로 데뷔했다.
<옵세션>은 새로운 유형의 영화 제작 방식을 탄생을 알리는 현상이다. 유명 배우 하나 없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호러 영화에서 75만 달러 제작비로 650배에 달하는 흥행 성과를 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꾸준히 유튜브를 통해 창작물을 공개하고 소통하던 방식이다. 쇼츠에 중독된 사람들이 어느 지점에서 놀라고 흥미를 느끼며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파악한 결과다. 20일 만에 촬영된 <옵세션>은 아이디어, 연출, 편집 방식, 소재 등이 요즘 트렌드에 최적화되어 있다. 저예산이란 제한된 환경에서 오히려 창의력이 극대화되었고 다양한 시도로 대중성을 확보하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롱테이크로 인물을 따라가며 공포와 혐오의 순간을 포착했다. 그 안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인디 네버레티다. 1인 2역은 극의 중심이자 자체가 되어 관객의 머리채를 잡고 끝까지 끌고 간다. 사랑스러움을 드러내다가 갑자기 돌변해 비릿한 웃음을 안긴다. 무언가에 씐 듯 인위적인 웃음과 행동이 설계된 AI 같다.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느 순간 본체로 돌아왔을 때의 혼란스러움까지 다층적으로 표현한다. 신예라고 믿기 힘든 연기 스펙트럼을 보인 인디 네버레티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엑스맨 시리즈에 주요 캐릭터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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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옵세션> 스틸 |
| ⓒ 유니버설 픽쳐스 |
익숙한 고전(소원의 대가) 뼈대에 Z세대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결합한 현실 공포는 여러 가지 이유(경제적 이유, 개인주의 확산)로 연애를 망설이는 Z세대의 성향을 꿰뚫는다. 그래서일까. 베어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인 인셀과도 겹친다. 인셀은 본인의 고립을 부족함이 아닌 사회, 여성 탓을 돌리는 데 익숙하다. SNS를 중심으로 결속력을 만들어 나가는 집단이다. 베어는 실패가 두려워 대시해 보지도 않고 요행을 바랐다. 노력 없이 얻은 우연한 행운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달콤한 듯 보였지만 점차 자신을 갉아먹는 파국이 되어간다.
니키의 집착이 도를 넘어서자 베어와 주변인, 관객의 시선도 불쾌해진다. 베어가 맞는 충격적 결말은 그를 피해자로 비추는듯 하지만 인과응보의 대가로도 보인다. 자유의지를 박탈당해 프리키 니키(다른 인격체)가 된 니키는 베어를 괴롭히는 가해자처럼 보인다. 흡사 상대방의 동의 없이 스토킹을 일삼는 <미저리> 속 여성 캐릭터의 진화 같다.
하지만 외피를 거두어 내면 철저히 남성 중심의 시선으로 채워졌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기적이고 소심한 남성의 실수로 고통받는 인물, 진짜 피해자는 니키다. 결국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고 동의 없이 니키를 조종한 사람은 베어다. 연애는 쌍방의 합의에 따른 배려일 때 행복한 관계다. 연인, 부부라도 사생활은 지켜져야 하며, 제대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
<옵세션>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 호감을 주고받고 신뢰를 쌓는 시행착오를 과감히 건너뛰고 연애를 로또 1등 당첨처럼 그렸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복종하게 만드는 광기를 끔찍한 악몽으로 그렸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관계의 전복을 로맨스와 호러 장르를 빌려 비틀었다.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파고들며 사랑으로 용납될 수 없는 자유의지를 서늘하게 드러내며 끝난다. 병적인 의존이나 일방적 착취만으로 관계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늘 사람이 문제이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사람 때문에 위로받지만 사람을 끊을 수 없는 까닭을 영화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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