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넘어선 안 될 선”…범여권 벌써 강력 반발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활동하는 미국 군함 등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정보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청와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 군 정찰자산이나 군수지원 등 파병 카드가 언론을 통해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히 우려스럽다”며 “어떠한 명목으로도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여당 내 첫 공개 파병 반대다.
이 의원은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일으키고 수렁에 빠진 기약 없는 전쟁에 우리 국민과 군을 내몰 수 없다.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그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 외통위·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충남 홍성에서 열린 예산정책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런 문제는 상임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국방위에서 먼저 나오는 의견을 살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원내에서 검토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당내 입장 정하거나 확인해드릴 사안은 없다”고 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전투에 연루될 수 있는 파병엔 부정적”이라거나 “한·미 동맹 유지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하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국방위 소속 한 의원은 “만약 군이 간다면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정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병은 어떤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며 “국민과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흘리고, 간 보고, 다시 부인하는’ 방식으로 다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군함을 군사적 충돌 한복판에 세우는 순간 국민과 장병을 전쟁의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결정된 바 없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미국의 침략 전쟁에 파병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헌법 5조 제1항, ‘대한민국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썼다.
정의당은 이날 ‘이재명 정부는 한국을 전쟁 악당으로 만들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 전쟁부의 작품이자 트럼프 정권의 대표적 실책”이라며 “호르무즈 파병 동의안은 전쟁광 호위 동의안”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진보당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파병은 절대 국익도 실용도 될 수 없다”고 썼다.
민주당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었다. 2003년 4월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이라크 파병 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은 찬성 49명, 반대 43명으로 갈렸다. 당시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파병까지 한다면 다른 국가가 이라크는 되는데, 북한은 왜 안 되느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반발하는 등 내홍이 상당했다.
손성배·이찬규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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