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는 듣기 좋은 해변이 있습니다

문운주 2026. 9. 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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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는 불편함도 섬 여행에서는 즐거움이 된다.

갈매기가 배를 따라 날고 잔잔한 물결 너머로 크고 작은 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육지가 멀어질수록 섬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산과 마을, 바다가 나란히 어우러진 조용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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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해 섬여행 ②] 송이도 몽돌해변에서 큰내끼·작은내끼까지

[문운주 기자]

▲ 송이도선착장 정박한 어선 너머로 낙월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잔잔한 바다와 파란 하늘이 어우러진 송이도의 오후 풍경
ⓒ 문운주
▲ 몽돌해변 해수욕장이 폐쇄된 몽돌해변에 갈매기가 자리를 차지했다.
ⓒ 문운주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다는 불편함도 섬 여행에서는 즐거움이 된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바다를 건너 낯선 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여행은 특별해진다. 섬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품고 있는 이야기도 다르다. 그래서 또 다른 섬을 찾아 나선다.

올해는 섬에 대한 관심이 더욱 특별하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수 돌산 진모지구와 금오도, 개도 일원에서 열린다.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섬의 자연과 문화, 미래 가치를 조명하는 국제행사다.

박람회를 앞두고 가까이에 있지만 미처 가보지 못한 섬들을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이름난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 섬길을 걷고 주민들의 삶과 그곳에 남은 이야기를 만나보는 여행이다. 지난 8월 17일 낙월도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섬은 송이도다.

3일 아침 8시, 향화도항을 떠난 배가 칠산바다로 나아간다. 선착장이 조금씩 멀어지고 어느새 사방이 바다다. 갈매기가 배를 따라 날고 잔잔한 물결 너머로 크고 작은 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난간에 기대 바닷바람을 맞는다. 육지가 멀어질수록 섬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송이도 선착장에 내렸다. 마을길을 따라 걷자 낮은 지붕의 집들과 민박집, 펜션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마을 앞에는 둥근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이 길게 펼쳐진다. 화려한 건물도, 북적이는 관광객도 없다. 산과 마을, 바다가 나란히 어우러진 조용한 섬이다.

영광군 낙월면에서 두 번째로 큰 송이도는 소나무가 많고 섬 모양이 사람 귀를 닮았다고 해서 송이도(松耳島)라 불린다. 한때 칠산어장의 중심지로 조기 파시(시장)가 크게 섰던 곳이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어렵다. 선착장에 정박한 몇 척의 어선만 바람과 물결에 흔들린다.

마을을 지나 몽돌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들어서자 모래 대신 둥글고 매끈한 몽돌이 발아래 가득하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마다 몽돌이 서로 부딪치며 자그락거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바람과 파도, 몽돌 구르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눈으로만 보는 해변이 아니다. 귀로도 즐기는 송이도의 첫 풍경이다.
 검은바위 하얀 몽돌에 검은 바위가 대비를 이루며 돋보인다, 갯바위 낚시터
ⓒ 문운주
▲ 왜방풍 숲길에서 만난 들꽃
ⓒ 문운주
몽돌해변을 벗어나자 해안의 표정이 달라진다. 둥글고 매끈한 몽돌 대신 검은빛 갯바위가 바다를 향해 뻗어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하얀 포말이 일었다 사라진다.
검은바위를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조금 전까지 귓가를 채우던 파도 소리가 멀어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숲길을 오를수록 돈나무와 붉나무, 왜방풍, 쑥부쟁이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 큰내끼 큰해안 양쪽에는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있다
ⓒ 문운주
▲ 큰내끼 해안의 기암절벽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파도가 다듬은 몽돌과 갯바위가 깊숙한 해안 풍경을 빚어낸다.
ⓒ 문운주
▲ 작은내끼 작은 해변으로 기암괴석들이 여러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 문운주
30여 분쯤 걸었을까. 숲길 끝에서 시야가 트이며 큰내끼가 모습을 드러낸다. 둥글게 휘어진 해안 양쪽에는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있다. 해변 한쪽에는 몽돌이 수북이 쌓여 있고 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절벽 아래에는 오랜 세월 파도가 바위를 깎아 만든 해식동굴도 숨어 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바깥과 달리 서늘하다. 잠시 더위를 식힌 뒤 동굴 입구를 액자 삼아 바다와 기암절벽을 사진에 담았다.

큰내끼를 나와 무장등으로 오른다. 해발 150여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숨이 가빠진다. 숲길에는 부산의 '시라소니', 울산의 '언양산오름', 세종의 '산사랑' 등 산행객들이 남긴 리본이 눈에 띈다.

무장등을 내려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1.2km쯤 가면 작은내끼다. 이름은 '작은내끼'지만 풍경은 작지 않다. 바다를 향해 솟은 기암괴석이 겹겹이 이어져 흡사 작은 금강산을 보는 듯하다.

최근 내린 큰비로 해안 곳곳이 패이고 무너져 있다. 바위 틈에는 스티로폼 등 해양 쓰레기도 남아 있다. 낙월면 일대에 많은 비가 내린 터라 아직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걸어봐야 보이는 송이도의 속살
▲ 송이도 주민들의 쉼터이자 마을 사랑방
ⓒ 문운주
작은내끼에서 돌아가는 길은 다시 오르막이다. 무장등 갈림길까지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다. 송이길 탐방로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싶다. 청주에서 왔다는 부부도 "이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야자매트가 군데군데 뒤집혀 있다. 출발할 때 주민이 "멧돼지 조심하세요"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먹이를 찾느라 흙과 야자매트를 헤집어 놓은 흔적이다.

20여 분을 걷자 두 그루의 팽나무와 정자가 나타난다. 그곳에서 멧돼지를 조심하라던 어르신을 다시 만났다. 여든넷이라는데 걸음도 말씨도 정정하다. 송이도에는 40여 가구, 주민 50여 명이 산다고 했다.

"예전에는 저기 다 논이었어."

주민 한 분이 산비탈을 가리켰다. 다랑논에 벼를 심어 외지에 내다 팔 정도로 농사를 지었지만, 지금은 농기계를 들여오기 어려워 대부분 묵은 논밭이 됐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느새 일곱여덟 명이 정자에 둘러앉았다. 고기와 바다 이야기가 오가면서 조용하던 정자는 금세 마을 사랑방이 됐다.

"탐방로와 볼거리도 좋지만 사람들이 찾아오려면 먹거리가 있어야 해요."

한 주민은 민어나 송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 관광객도 다시 찾을 것이라고 했다. 식당이나 매점이 없는 섬여행에서는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우리도 김밥과 물을 챙겨 들어왔다.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맛보게 할지, 주민들은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배에 오를 시간이다.

"또 오세요."

어르신의 인사를 뒤로하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배가 섬을 떠나자 마을과 산자락이 차츰 멀어진다. 하루 동안 걸었던 몽돌해변과 큰내끼, 작은내끼의 풍경도 그렇게 뒤로 물러난다.
▲ 송이도 몽돌해변 푸른 바다와 하늘을 벗 삼아 몽돌해변을 따라 걷는 여행객. 한적한 섬의 풍경이 여유롭다.
ⓒ 문운주
▲ 몽돌해변 몽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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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코스]

송이도선착장 → 몽돌해변 → 검은바위 → 북단전망대 → 큰내끼 → 무장등 작은내끼 → 마을 뒷길 팽나무정자/(거리 약 14km / 1만 8500걸음/소요시간 4~5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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