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령한 거문고 소리 따라 걷는 길, 속초 영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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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영금정'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바다 쪽으로 길게 이어진 다리 끝에 있는 것이 영금정 해돋이정자이고, 언덕 위에 자리한 정자는 영금정 일대와 동해를 바라보는 전망 공간이다.
옛사람들은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서 거문고의 선율을 들었고,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 바다에서 떠오를 해를 기다리며 새로운 하루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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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기자말>
[전갑남 기자]
강원도 동해안을 찾았으니 우리 일행은 속초 동명항에서 싱싱한 생선회를 맛보기로 했다. 음식점을 찾기 전, 항구 근처의 멋진 명소를 먼저 둘러보기로 했다. 강원도 길에 익숙한 일행이 가볍게 말을 건넸다.
"이름 끝에 정자 정(亭) 자가 붙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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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조 난간의 다리를 따라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속초 영금정. 해돋이정자로 향하는 길이 참 아름답다. |
| ⓒ 전갑남 |
"그런데 정자가 왜 두 개나 있을까?"
"같은 영금정이지만 위치와 풍경이 조금 다르지. 하나는 바다 쪽으로 나아가 있고, 하나는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고!"
바다 쪽으로 길게 이어진 다리 끝에 있는 것이 영금정 해돋이정자이고, 언덕 위에 자리한 정자는 영금정 일대와 동해를 바라보는 전망 공간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신령한 거문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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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영금정 해돋이정자의 화려하고 섬세한 단청과 그 아래 처마를 장식한 현판이 눈길을 끈다.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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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 세월 거친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영금정 주변의 웅장한 바위 지대. 파도가 암반에 부딪칠 때 신비로운 거문고 소리가 들렸다는 옛이야기가 비로소 실감 났다. 그 바위 너머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푸른 풍광은 여행자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 ⓒ 전갑남 |
육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내가 바다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바다의 품 한가운데서 육지를 되돌아보는 듯했다.
파도는 쉼 없이 바위에 부딪쳤다. 그 웅장한 울림을 듣고 있자니 옛사람들이 왜 이곳에 '영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거친 바위와 부딪쳐 일어나는 파도 소리가 오래된 거문고의 선율처럼 들려왔다.
"파도 소리를 거문고 선율로 들었다니, 옛사람들의 풍류가 참 멋지네."
"멋도 멋이지만, 이 푸른 바다와 하얀 물보라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까지 시원해."
우리는 한동안 정자에 머물며 바다의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언덕 위에서 품어보는 동해의 아득한 수평선
그러다 누군가 언덕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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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도 소리가 거문고 소리처럼 들린다는 영금정의 지명 유래와 역사가 자세히 적힌 책 모양의 안내판이 인상적이다.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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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위에 자리한 또 하나의 영금정, 바다를 굽어보는 전망대이다. 사방이 탁 트인 이곳은 아득한 수평선과 동해의 장엄한 일출을 품어 안는 으뜸 명소다. |
| ⓒ 전갑남 |
언덕 위 영금정에 올라서니 풍경의 결이 또 달랐다. 바다 쪽 정자가 파도 가까이에서 바다의 숨결을 느끼는 곳이라면, 이곳은 바다와 항구를 한눈에 품어보는 자리였다.
동쪽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저 바다 끝에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상상해 보았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 동해는 서서히 푸른빛을 되찾을 것이다. 수평선 한쪽이 희미하게 붉어지다가 차츰 주황빛으로 물들고, 마침내 둥근 해가 얼굴을 내밀면 바다는 가장 먼저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일 것이다. 물결마다 부서지는 햇살, 아침빛 속에서 선명해지는 배들의 윤곽.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환해졌다.
영금정에서 맞는 동해의 아침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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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위 영금정 정자에서 바라 본 바닷가 영금정 정자가 그림 같이 아름답다. 영금이라는 이름처럼 파도가 부서지며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
| ⓒ 전갑남 |
영금정 - 자작시
파도는
바위를 타고
신령한 거문고가 되어
밤새 연주한다
동해 수평선
붉은 해 떠오르면
푸른 물결마다
금빛 선율 번지고
오늘 아침
바다가 먼저
하늘을 깨운다
바다 위 해돋이정자에서는 파도와 눈을 맞추고, 언덕 위 영금정에서는 동해의 아득한 수평선과 마음을 맞춘다. 하나는 바다의 소리를 들려주고, 다른 하나는 바다의 풍경을 넓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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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금정 주변 아름다운 동해 바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는 장관일 것 같다. |
| ⓒ 전갑남 |
우리는 잠시 언덕 위 정자에 서서 아직 떠오르지 않은 해를 마음속으로 먼저 맞이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동명항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눈과 마음을 바다로 가득 채웠으니, 이제 바다가 내어준 풍성한 맛을 만나러 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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