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허깅페이스 17조원에 인수…왜 이렇게 비싸게 샀나 [GMC]

정용환 2026. 9. 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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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Note

「 엔비디아가 130억 달러(약 17조6300억원)를 주고 산 건 AI 모델 하나도, 천재 개발자 몇 명도 아닙니다. 전 세계 AI 모델과 개발자가 모여드는 ‘길목’ 자체를 샀습니다. 그 길목의 이름이 허깅페이스입니다. 대체 뭐 하는 회사인지, 왜 엔비디아에 ‘마지막 퍼즐’이 되는지 지금부터 Global Money Club이 제대로 뜯어봅니다.

엔비디아가 결국 허깅페이스를 품습니다.

블룸버그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를 약 130억 달러(약 17조6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에 합류하는 허깅페이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주식형 리텐션(직원 유지) 프로그램도 포함됐습니다. 엔비디아로서는 인수하는 순간 그 회사의 핵심 역량인 인재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버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엔비디아가 인수와 동시에 내건 약속입니다. 허깅페이스를 지금처럼 열린 플랫폼으로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모델 개발자와 이용자들은 원하는 모델과 데이터셋을 계속 자유롭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고, 다른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도 이어집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오픈 모델은 안전과 사이버보안을 강화하고, 혁신과 확산을 가속하며, 기술 주권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뭔데 이렇게 비싸?


엔비디아가 인수하기로 한 허깅페이스는 어떤 회사일까요? 쉽게 말하면 세계 최대 오픈소스 AI 커뮤니티 운영사입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은 허깅페이스에 몰려들어 오픈소스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올리고, 수백만 개에 달하는 이 모델들을 누구든 다운로드 받거나 클라우드 형태로 이용할 수 있죠. 하지만 ‘나누고 공유하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특성상 이 회사가 큰 돈을 벌지는 못합니다. 디 인포메이션이 추정하는 최근 연매출은 약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원) 수준. 엔비디아가 이번에 제시한 약 130억 달러의 인수가는 연매출의 무려 87배에 해당합니다.
Global Money Club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엔비디아는 왜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허깅페이스를 품는 걸까?’ 단순히 기술이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거래라고 보기엔 가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큰 그림에서 보면 답은 엔비디아가 지금껏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누려온 강력한 지배력을 앞으로도 유지하려는 전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GPU와 쿠다(CUDA)로 AI 컴퓨팅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허깅페이스는 지금까지 갖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오버하지 말라고요? 130억 달러를 베팅한 이유를 하나씩 뜯어보시죠.


오픈소스 절대 사수


AI 진영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경쟁 구도가 하나 있습니다. 오픈소스(개방형) 모델이냐 클로즈드소스(폐쇄형) 모델이냐 하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미국 기업 중심의 클로즈드소스가 대세를 이뤘습니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등이 전형적인 클로스드소스 모델이죠. 그러는 동안 반대편의 오픈소스 생태계의 주류를 구성한 건 중국 모델이었습니다. 문샷AI의 키미K3, 알리바바의 큐웬, 딥시크의 R1 같은 모델들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엔 오픈소스 모델이 클로즈드소스 모델보다 성능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딥시크 R1과 키미K3 등의 등장으로 그런 편견이 많이 깨졌습니다.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은 중국의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들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데는 허깅페이스라는 ‘톨게이트’의 역할이 매우 컸죠.

눈여겨볼 것은 이 구도에서 엔비디아의 포지션입니다. 엔비디아의 근본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판매에 있습니다. AI 확산세를 타고 엔비디아 GPU가 업계의 표준이 됐죠.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클로즈드 모델을 주로 개발하는 빅테크들이 언제부턴가 커스텀 칩을 직접 만들어 엔비디아 GPU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고 나선 겁니다. 구글이 트릴리움·아이언우드 등 텐서처리장치(TPU)를 만든 게 대표적입니다. 오픈AI(할라피뇨), 마이크로소프트(마이아), 아마존(트레이니엄·인퍼런시아) 등도 자체 커스텀 칩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앤트로픽이 아마존, 구글 등에서 커스텀 칩을 대거 임대해서 쓰는 지경까지 이르렀죠. 가만뒀다간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에 균열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엔비디아가 그간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전 세계 오픈소스 모델 개발사들은 대개 빅테크만큼 자금력이 충분치 않고, 따라서 직접 칩을 만들기보단 이미 갖춰진 컴퓨팅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데 만족합니다. 그리고 그 ‘갖춰진 컴퓨팅 인프라’엔 대개 엔비디아의 GPU가 설치돼 있죠. 오픈소스 생태계가 커지고 그 안에서 경쟁이 벌어질수록 엔비디아 GPU의 고객 기반과 영향력도 커지는 겁니다.

이번 인수 발표에서도 이런 속내는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엔비디아는 허깅페이스를 인수한 뒤에도 모델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원하는 모델과 데이터셋을 자유롭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른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허깅페이스를 엔비디아만의 폐쇄적인 플랫폼으로 만들기보다, 오픈소스 생태계 자체를 더 크게 키우겠다는 겁니다. 그 생태계가 커질수록 결국 엔비디아가 올라탈 수 있는 시장도 함께 커집니다.


플랫폼 락인 강화


또 다른 시각에서도 허깅페이스는 엔비디아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플랫폼 락인 효과입니다. 엔비디아 GPU가 지금처럼 독보적인 지위를 갖게 된 데는 GPU 고유의 성능 말고도 다른 큰 힘이 작용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쿠다(CUDA)’죠. 쿠다는 영상 출력 장치인 GPU를 병렬 연산 장치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표준 언어이자 개발 도구입니다. 개발자들은 이미 지천에 깔려있는 엔비디아 GPU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 처음부터 쿠다 위에서 코드를 작성하고, 다시 이 개발자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선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좋든 싫든 엔비디아 GPU를 설치하게 됩니다. 결국 쿠다가 엔비디아 GPU 생태계를 강력하게 묶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겁니다.

허깅페이스 인수는 이 락인을 한 계층 더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엔비디아가 쿠다를 통해 개발자들이 ‘어떻게 AI를 개발할 것인가’를 장악했다면, 허깅페이스를 통해서는 그보다 앞선 ‘어떤 AI 모델을 쓸 것인가’부터 개발자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엔비디아는 인수 후에도 다른 반도체 업체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모델을 고르고 내려받아 실제로 구동하는 과정까지 엔비디아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면, 개발자를 억지로 가두지 않고도 가장 편한 길이 엔비디아를 통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허깅페이스가 엔비디아의 락인을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순환 금융 지지대


다소 모양 빠지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허깅페이스를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의 톨게이트를 쥔다면 엔비디아가 꽤나 무리해서 형성한 ‘순환금융’ 구조를 지탱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순환금융 구조를 한번 보죠. 엔비디아가 코어위브 등 클라우드 회사에 지분투자를 합니다. 코어위브 등은 이 투자금에 GPU를 담보로 한 부채를 얹어 엔비디아 칩을 대량 구매하죠. 이 구매 계약엔 코어위브가 해당 GPU 용량을 전부 팔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가 이를 되사주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런 구조를 두고 케이프 피어 어드바이저(Cape Fear Advisors)라는 투자자문사는 “엔비디아가 1050억 달러를 보증하고, 360억 달러를 클라우드 용량 재매입에 약정했으며, 그러한 대출은 장부에 잡지 않는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엔비디아에겐 허깅페이스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생깁니다. 만약 고객사들이 소화하지 못한 클라우드 용량을 엔비디아가 떠안게 되더라도, 허깅페이스의 AI 모델 호스팅을 통해 이를 다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IT 전문지 테크크런치는 이를 ‘재무적 안전망(safety net)’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순환금융의 약한 고리가 흔들릴 때, 허깅페이스가 그 부담을 흡수할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누가 봐도 ‘되는 그림’


엔비디아의 AI 5층 케이크 구상. 맨 아래 에너지부터 맨 위 어플리케이션까지, AI 수혜가 적층된다는 개념입니다. 엔비디아 홈페이지 캡처
결국 시장이 ‘되는 그림’이라고 봤던 거래는 현실이 됐습니다. 인수설이 돌던 당시 에오노폴리스 익스포넨셜 테크놀로지스 펀드의 시디 조브 매니저는 CNBC에 출연해 “엔비디아는 매우 커뮤니티 중심적이고 플랫폼 기반의 기업이고, 그런 점에서 허깅페이스는 그 안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며 “마침 엔비디아의 ‘AI 5층 케이크’ 구상의 한 층이 파운데이션 모델 아닌가. 엔비디아가 에너지부터 파운데이션 모델, 나아가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전체 스택에 걸쳐 수직 통합을 원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130억 달러를 베팅해 그 퍼즐을 손에 넣기로 했습니다. GPU와 쿠다로 AI 컴퓨팅의 기반을 장악한 데 이어, 이제 전 세계 1800만명이 넘는 개발자가 모이고 300만 개 이상의 AI 모델이 공유되는 플랫폼까지 품게 된 겁니다. 엔비디아의 ‘AI 5층 케이크’에서 또 하나의 층이 두꺼워진 셈입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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