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폭염 난리였는데 올 겨울 난방도 '비상'…15년 만에 가장 빈 유럽 가스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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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15년 만에 가장 빈 가스 저장고를 안고 겨울을 맞게 됐다.
여름은 원래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시기지만, 올해는 폭염이 발목을 잡았다.
시몬 투리 스위스 에너지 거래업체 MET그룹 서유럽 가스 부문 책임자는 "유럽이 역대 가장 낮은 가스 저장량 속에 겨울을 맞게 됐다"며 "결국 무언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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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LNG 피격, 가스값 3년여 만에 최고
"역대 가장 낮은 저장량 속 겨울 맞아"
유럽연합(EU)이 15년 만에 가장 빈 가스 저장고를 안고 겨울을 맞게 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EU 회원국 가스 저장시설의 충전율은 65%에 머물렀다. 1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로, 겨울철 난방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름은 원래 가스 저장고를 채우는 시기지만, 올해는 폭염이 발목을 잡았다. 6~7월 유럽 곳곳에서 기온이 40도를 넘어서자 에어컨을 들이는 가정이 늘며 냉방용 전력 수요가 치솟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가구당 에어컨 보급률은 20% 수준이지만, 최근 10년 새 보유 가구가 약 50% 늘었고 연간 판매량도 5년 새 30%가량 많아졌다. 폭염으로 원전 가동이 줄고 수력 발전량마저 최소 10년 만의 최저로 떨어지면서, 저장고로 갈 가스가 발전용으로 빠져나갔다.
유럽 에너지 업체들의 판단 착오도 겹쳤다. 이들은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가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구매 시점을 미뤄왔다. 카타르산 LNG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유럽으로 들어오는데, 이란과 미국의 전쟁으로 이 해협 통행이 막힌 상태다. 업체들은 전쟁이 조기에 끝나면 해협이 열리고 카타르 물량이 풀려 LNG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교전은 다시 격화됐으며, 해협이 열려도 물량이 곧바로 돌아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타격으로 LNG 수출 능력의 약 17%가 사라졌고, 피해를 본 생산설비를 되살리는 데 최대 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와 맺은 일부 장기계약의 이행을 일시 중단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그사이 가격은 뛰어올랐다. 유럽 기준가격인 '네덜란드 TTF(가스 거래 허브)'는 지난 2일 MWh(메가와트시)당 74유로 선까지 올라 지난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2022년 대란 당시 300유로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낮지만, 3년 6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이에 유럽 업체들은 겨울을 코앞에 두고 아시아 구매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몬 투리 스위스 에너지 거래업체 MET그룹 서유럽 가스 부문 책임자는 "유럽이 역대 가장 낮은 가스 저장량 속에 겨울을 맞게 됐다"며 "결국 무언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이나 대대적인 난방 제한 조치로 안일한 시장 심리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유럽이 국제 시세에 이토록 민감해진 데는 공급원 교체가 있다. 2021년만 해도 EU 가스 수입의 45%를 차지하던 러시아산 비중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히 줄어 지난해 12%까지 내려갔다. EU는 지난 1월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채택했고, 오는 2027년 말까지 전면 중단할 방침이다. 그 빈자리를 미국을 비롯한 LNG가 메우면서 유럽은 배로 실려 오는 물량에 기대는 구조가 됐다.
다만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슈퍼 엘니뇨'가 변수다. 겨울 기온을 예년보다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난방 수요 부담을 덜어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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