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압수한 폰, 피의자 차에 두고 온 경찰…뒤늦게 가보니 사라졌다

박진호 2026. 9. 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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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경찰서 전경. 박진호 기자


압수한 휴대전화 2대 사라져


경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2대를 피의자 승용차에 두고 내렸다. 경찰은 뒤늦게 되찾으러 갔지만, 휴대전화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6월 22일에 발생했다. 강원 춘천경찰서는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를 받는 공기업 직원 A씨를 상대로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A씨는 자신이 다니는 공기업에 여러 차례 협박 편지를 보낸 혐의 등으로 입건됐다.

당시 경찰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휴대전화 2대 등을 압수했다. 이후 A씨의 사무실이 있는 강원도 홍천군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A씨의 승용차를 대신 운전했다. A씨가 운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발생했다. 운전을 대신한 경찰이 A씨의 차에 압수물 가방을 둔 것을 깜박하고 현장을 떠났다. 압수물 가방에는 A씨의 휴대전화 2대가 들어 있었다.

경찰 이미지. [중앙포토]


A씨 "휴대전화 행방 모른다" 진술


출발 직후 실수를 알아차린 경찰은 급히 전화기를 찾으러 되돌아갔지만 이미 A씨는 현장을 떠난 상황이었다. 이후 A씨를 찾아 가방을 회수했지만, 휴대전화는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였다. A씨는 경찰이 되돌아갔을 당시 휴대전화의 행방을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물에 대한 정식 봉인 절차를 모두 거쳤지만, 자동차를 대신 운전하는 과정에서 가방을 벗어 차 안에 두고 내렸다”며 “고의로 증거를 누락하거나 은폐한 것은 아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경찰과 헤어진 뒤 곧바로 귀가하지 않고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 약 40~50분 머문 뒤 자택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 A씨가 휴대전화를 없앴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수색 전 이미 명확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였기 때문에 사건을 송치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 사건과 관련해 이미 폐쇄회로TV(CCTV) 등 필요한 증거를 대부분 확보한 상태였고, 휴대전화는 추가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이미지. 연합뉴스


압수품 재확인 관리 체계 작동했어야


실제로 경찰은 지난 7월 중순 A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고, 이후 사건은 A씨주소지를 관할하는 검찰청으로 이송된 상태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핵심 증거가 아니었다는 경찰의 해명이 압수물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가볍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집행해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절차다. 그만큼 압수물은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이후 보관과 관리 과정에서도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현장에 출동해 증거 자료를 수집할 때는 기본 매뉴얼에 따른 절차가 정례화되어 있어야 하고, 평소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다”라며 “철수 후에는 수사 책임자가 핵심 증거품의 확보 여부를 신속하게 재확인하고 점검하는 관리 체계가 작동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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