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용혜인 못 때린다…‘자진사퇴’만 바라는 與 속내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의 장관직 겸직 논란과 배우자의 당직 채용 문제에 이어 당 회계 부정 및 연구용역 몰아주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다. 청년층 여론이 악화해 엄호에 부담이 크지만, 정권 출범 초 여당이 먼저 지명 철회나 자진사퇴를 요구하기는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3일 ‘민주당TV’에 출연해 용 후보자 논란과 관련해 “많은 우려와 비판을 깊이 생각하고 있다. 여러 말씀을 듣고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통상 인사청문회에선 숨겨져 있던 비리에 관한 것들이 문제가 되지만 이번에는 드러나 있는 사실에 대한 판단의 문제”라며 “통상의 경우와 다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권에선 특히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에 대한 공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비례대표는 겸직을 안 하는 것이 관례인데 조금 아쉽다”며 “불법이냐, 위법이냐의 사안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태도의 문제, 감정의 문제다. 이런 문제가 고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입각 시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은 단순한 관례가 아니다”(김준형 원내대표)며 용 후보자를 향해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기본소득당 시절의 불투명한 회계 처리 의혹도 터져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기본소득당은 지난 6·3 지방선거 공보물 제작을 측근 지인에게 맡긴 뒤 선관위 회계보고서에는 종로구 소재의 실체 없는 ‘유령 업체’에 54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해당 주소지에는 실제 간판이나 사무실이 없었다.
용 후보자의 과거 의정활동 및 연구단체 용역이 당내 인사들에게 편중됐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의정활동 연구용역은 2023년 기본소득당 교육위원장이 수주했고, 연구단체 용역은 오준호 전 공동대표가 따냈다. 또 2022년 말 국회에서 지원받은 연구용역비 8400여만원이 입금된 지 나흘 만에 중앙당 인건비 명단과 성씨가 일치하는 인사들에게 500만~1400만원씩 나뉘어 지급된 정황도 포착됐다.
당내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원조 친명(친이재명)계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의원직 겸직 등 논란과 관련해 “비판 지점들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 시작 전에 조금 더 소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고심 끝에 뽑은 후보자인 데다 ‘당·청 원팀’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초반부터 당이 대통령 인사에 각을 세우기엔 부담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당 물밑 기류는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비례대표 겸직 논란 등이 청년층의 ‘공정’ 이슈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어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외치고, 진보정당들도 반대한다”며 “청문회를 하기 전에 본인이 사퇴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용 후보자가 우리 당 의원도 아니고, 청년 여성계에서도 반발하는 데다 전문성도 의문이다. 보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총공세를 폈다. 장동혁 대표는 “청와대와 김민석 대표만 고집을 부릴 뿐 진영과 세대를 불문하고 반대하고 있다”며 “장관 지명 철회는 물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모습.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4/joongang/20260904050157014vzli.jpg)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용 후보자는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용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에게 “제기된 의혹은 청문회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편 사무실 앞에서는 청년정당 ‘미래당’ 당원들이 “청년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힘든 현실에서 당의 이익을 위해 겸직을 고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퇴 촉구 시위를 벌였다.
박준규·이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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