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복수 나선 엄마 연기한 이정은 “나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권남영 2026. 9. 4.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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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 주는 사람, 나를 위해 투쟁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이 엄마라는 생각으로 역할에 임했습니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잃은 어머니 옥실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56)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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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방송·문화]
공효진 등과 영화 ‘경주기행’ 주연
막내 죽인 범인 납치하는 이야기
“인간 감정 탐구는 평생 연기 숙제”
영화 ‘경주기행’ 주연 배우 이정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나를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 주는 사람, 나를 위해 투쟁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이 엄마라는 생각으로 역할에 임했습니다.”

영화 ‘경주기행’에서 막내딸을 잃은 어머니 옥실을 연기한 배우 이정은(56)의 말이다. 이정은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 작은 규모로 만들어지더라도 이 영화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다른 배우들이 캐스팅될 때까지 1년을 기다렸다. 그사이 김미조 감독과 함께 범죄 피해자나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심리서들을 찾아보며 작품을 준비했다.

유독 고민이 많은 캐릭터였다. 옥실은 막내딸 경주가 세상을 떠난 뒤 세상이 멈춘 듯 살아온 인물이다. 딸을 죽인 살인범(변요한)이 8년 만에 출소하자 그는 직접 복수하기 위해 세 딸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와 함께 살인범을 납치한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 여행을 가듯, 이들은 살인범을 차에 싣고 막내 경주가 죽임당한 수학여행지 경주로 향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은은 “사적 제재라는 소재보다 엄마와 자식들이 여정을 떠나며 감췄던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며 “엄마와 딸들이 기행을 벌이는 내용이지만 그 안에 숨겨진 가족의 이야기도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6일 개봉한 ‘경주기행’은 경쟁작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기세에 밀려 다소 더딘 속도로 관객을 동원하고 있지만, 영화를 본 이들 사이에서는 열렬한 호평이 이어진다. 이정은·박소담과 ‘기생충’을 함께한 인연으로 ‘경주기행’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은 “좋은 배우들이 좋은 각본과 연출을 만났을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옥실은 딸의 주검을 마주하고 넋 나간 얼굴로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다. 이정은은 “오열하고 몸서리치며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도 찍었지만 결국 절제된 감정을 택했다. 내 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엄마의 심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옥실이 처절한 복수를 행하는 하이라이트신 촬영 때는 “온전하게 공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으로 겸허히 임했다”고 돌아봤다.

촬영을 마치고 2년이 지난 지금도 이정은은 옥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2년 동안 감정적으로 계속 힘들었어요. 한 뼘 한 뼘 포복하듯 그간의 시간을 지나왔죠. 옥실은 끝까지 갔지만 실제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한 연기였나라는 질문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물의 깊은 감정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여전히 자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은은 “요즘 촬영 중인 차기작 ‘할매’도 손주의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해 이 작품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인물을 통해 인간의 여러 감정을 배우고 탐구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고민은) 평생 가지고 갈 연기의 숙제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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