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김치에 마법 일어난다…박카스 같은 ‘하정우 와인’

2026. 9. 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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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 - 보쌈블랑


삶은 돼지고기를 맵고 짭짤한 빨간 김치에 올려 먹는 보쌈은 소비뇽 블랑처럼 상큼하고 경쾌한 화이트 와인이 제격이다. [사진 이영지]
블랑(blanc)은 프랑스어로 ‘화이트’라는 뜻이다. 모든 프랑스 화이트 와인은 블랑인 셈이다.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의 블랑도 이 블랑이다. 프랑스 와인 문화가 더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1년에 두어 번은 화이트 대신에 블랑이라는 예명을 붙인다. 그래서 오늘은 ‘보쌈화이트’가 아니라 ‘보쌈블랑’이다. 시장에서 파는 돼지고기 보쌈이 궁중 요리처럼 격 있게 들리지 않는가. 오늘 일상와인은 하정우 배우가 사랑하는 그 와인, 보쌈블랑을 다룬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러시안 잭’ 특별판

하정우 배우가 뉴질랜드의 유명 와이너리와 협업해 출시한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 ‘콜 미 레이터’. [사진 비노파라다이스]

“‘하정우 와인’을 한 병 샀는데, 이 와인은 뭐랑 먹어요?”

2024년 행사장에서 만난 누군가가 물었다. 하정우 와인? 마셔본 와인이 아니었다. 이런 경우 와인 전문가는 답을 잘 안 준다. 잘못 알려줄 수 있어서다. 나는 곧바로 되물었다. “와인이 생산된 나라와 지역, 포도 품종을 알려주세요. 페어링 푸드를 알려드릴게요.”

그가 알려준 하정우 와인은 뉴질랜드 말보로에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었다.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보쌈이랑 드세요.” 그 사람이 “먹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답을 주느냐”며 놀랐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나라와 지역과 포도 품종을 이해하면 페어링은 의외로 쉽다.

하정우 배우가 뉴질랜드의 유명 와이너리와 협업해 출시한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 ‘콜 미 레이터’. [사진 비노파라다이스]

하정우 와인의 정체는 뉴질랜드의 유명 와이너리 ‘마틴보로 빈야드(Martinborough Vineyard)’가 빚는 ‘러시안 잭(Russian Jack)’의 특별판이다. 하정우 배우가 러시안 잭과 협업해 ‘콜 미 레이터(Call me later)’라는 와인을 출시했다. 와인 이름에는 ‘나중에 전화해’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다. 좋은 와인을 마시는 시간엔 전화기를 꺼둬도 좋다는 의미도 담겼다.

사실 러시안 잭은 하정우 와인이 나오기 전에도 한국인이 사랑하는 와인이었다. ‘방탄소년단’ 뷔가 러시안 잭을 집에 50병씩 쟁여두고 마신다고 밝힌 뒤로 한동안 품절 대란이 났었다.

박경민 기자

‘콜 미 레이터’ 폰 꺼둘만 하다, 맛의 하모니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와이너리. [사진 비노파라다이스]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탄생한 청포도다. 과일 향이 치고 올라오는 상큼하고 풋풋한 와인이다. 향만 화려한 게 아니다. 산도가 놀라울 정도로 경쾌하다. 피곤한 날 마시면 ‘박카스 같다’고 느낄 정도다. 화이트 와인을 맛있다고 느낀 첫 경험의 대부분이 소비뇽 블랑이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사랑스럽다.

이 와인은 보쌈과 만날 때 진가를 발휘한다. 페어링 포인트는 삶은 돼지고기가 아니다. 고기를 싸 먹는 빨간 김치다. 빨간 김치는 맵고 짭짤하다. 김치를 고기에 얹은 최종 조합에 잘 어울려야 보쌈 와인이라 부를 수 있다.

고기는 담백하다. 반면에 김치는 자극적이다. 이 보쌈김치를 입 안에 넣고 뉴질랜드 말보로의 소비뇽 블랑 한 잔을 흘려 넣으면 마법이 일어난다. 소비뇽 블랑의 새콤한 산도가 김치의 매운맛을 정돈하고 달큼한 향이 김치의 짠맛을 다독여, 김치의 매운맛은 한풀 꺾이고 고기의 담백함은 단맛으로 상승한다. 김치의 자극적인 요소가 꼬리를 내리고 고기를 보조하는 자리로 물러나는 지점이 재미나다.

뉴질랜드 말보로의 소비뇽 블랑은 향과 산도가 워낙 도드라져 페어링을 잘못하면 와인만 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보쌈김치와의 조합만큼은 완벽하다. 하정우 배우처럼 잠깐 핸드폰을 꺼두고 보쌈블랑의 세계를 경험해보시길 권한다.

■ 더중앙플러스-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

※‘위키드 와이프(Wicked Wife)’로 활동 중인 와인 페어링 전문가 이영지씨가 떡볶이·순대·치킨처럼 우리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쉽고 발랄한 문장으로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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