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이코노믹스] 부가가치 높인 백화점 성공 방식, 지방 관광지에 이식을
외국인 관광객 1894만 명 시대의 관광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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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즈 관광객 등 단기체류 여행자 비중 늘어 1인당 관광지출 감소
개별 여행객의 명품 구매 등 돈의 ‘질’ 달라져 백화점 실적 크게 개선
의료·미용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늘리고 일본처럼 세금 즉시 환급해야
정부 관광마케팅 예산도 체류기간 늘리고 더 많이 쓰는 쪽에 집중을
」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04/joongang/20260904001411388kpiq.jpg)
백화점 3사 수익성 개선의 비결
첫째, 백화점 3사는 2분기 나란히 최대 실적을 냈다.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3사 모두 2분기 백화점 사업 매출이 9~18%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50%를 훌쩍 넘어 최대 122%까지 뛰었다.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외국인 매출이 전년보다 120% 급증했고,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무역센터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했다. 그룹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현대백화점조차 백화점 부문만은 방패 역할을 하며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세 회사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건 매출 증가율보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훨씬 가팔랐다는 점이다.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매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관광객이 남기는 돈의 ‘질’이 바뀌면서 수익성 자체가 개선됐다는 뜻이다.
둘째, 무엇을 어디서 팔았는지가 바뀌었다. 이 실적의 속을 들여다보면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뀐 정황이 잡힌다. 신세계는 상반기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35% 늘었고 패션(10.1%), 리빙(16.6%), 식품(13.7%)까지 전 장르가 고르게 성장했다. 신규 고객 비중도 상반기 27.7%에 달해, 기존 단골이 아니라 새로 유입된 소비층이 실적을 밀어 올렸다는 것도 확인된다. 반면 그동안 적자의 주범이던 인천공항 면세점(DF2 구역) 사업에서는 지난 4월 철수해 연 1000억원가량의 임차료 부담을 덜었다. 롯데와 현대 역시 명품·워치·주얼리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요약하면 과거 중국 단체관광객이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생필품을 쓸어담던 소비 방식이, 개별 여행객이 백화점에서 명품과 프리미엄 상품을 사는 방식으로 옮겨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흐름을 2023~2024년 엔저와 관광객 급증이 겹치며 이세탄미쓰코시·다카시마야 주가가 400~500% 뛰었던 일본의 선례와 자주 비교한다. 당시 일본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15%까지 올라갔는데, 지금 더현대서울과 무역센터점은 이미 20%에 근접해 있다. 국내 유통 대기업의 주가도 이런 기대를 이미 일부 반영해, 올해 상반기 관련주들이 코스피 대형주 못지않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크루즈 200만 시대? 정책 엇박자
셋째, 평균은 왜 반대로 움직였나. 호실적과 감소한 1인당 지출, 이 모순을 푸는 열쇠는 평균이라는 숫자의 함정에 있다. 과거에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면세점 소비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개별관광이 늘고 소비 패턴도 달라진 것 이외에 이유는 없을까. 체류기간이 짧은 크루즈 관광객 비중이 확대된 점도 1인당 관광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관광객 전체의 구성이 바뀌면서, 지갑이 가벼운 단기 체류객과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난 만큼 평균값은 내려갔다. 그런데 그 안에서 지갑이 무거운 개별 여행객은 면세점 대신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려, 특정 유통 채널에는 오히려 자금이 더 뚜렷하게 몰렸다. 관광객 전체의 평균 지출은 낮아지는데, 상위 소비층이 남기는 돈은 좁은 채널로 응축되는 양극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비유하자면 반 전체의 평균 점수는 떨어졌는데,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표만 따로 떼어보면 오히려 눈에 띄게 좋아진 것과 비슷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방한 크루즈 200만 시대’를 목표로 내건 것도, 되짚어보면 평균 지표를 더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간 엇박자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스페인이 오버투어리즘 관리하는 이유
넷째, 해법은 결국 구조전환에 있다. 방한객 수를 늘리는 것보다 1인당 지출과 체류 기간을 함께 늘리는 정책이 부담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 계산으로는 체류 기간을 그대로 둔 채 방한객과 1인당 지출을 조금씩 함께 올리는 쪽이, 방한객 수만으로 같은 효과를 내려 할 때보다 정책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의료·미용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지출 구조 자체를 바꾸고 숙박·항공·음식점업의 부가가치율을 개선하는 방안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스페인이 관광 밀집지역에 숙박 규제와 세금을 부과해 오버투어리즘을 관리하고, 호주가 관광의 범주 자체를 넓혀 방문객 전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백화점 3사의 실적은 정부가 아직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한 이 고부가가치 전환을, 시장이 유통 대기업의 손익계산서를 통해 먼저 증명해 보인 사례에 가깝다. 다만 이 성과가 정책적으로 완성되려면 결제 단계의 마찰부터 없애야 한다. 지금 한국의 세금 환급은 대부분 출국 시점에 이뤄지는 사후면세 방식인데, 일본은 매장에서 바로 세금을 빼주는 즉시환급 비중을 계속 늘려 관광객이 그 자리에서 아낀 돈을 추가 소비로 돌리게 만든다. 백화점이 스스로 증명한 고단가 소비자 유치 전략이 온전히 효과를 보려면, 이런 결제 단계의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지역은 서울과 경쟁 없는 분야 육성을
다섯째, 백화점 너머의 신호도 있다. 고부가가치 전환은 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치료받은 외국인 환자는 연인원 기준 약 170만 명으로 전년보다 1.93배 늘었는데, 이 중 피부과 비중이 57%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의료·미용 지출 비중을 17.2%에서 35.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언한 그 방향으로,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대전관광공사가 최근 ‘메디-치유관광 전문가 양성 교육’을 시작하는 등 지방자치단체도 의료관광을 지역 확산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이 서울 대형 점포에 갇혀 있는 것과 달리, 의료관광은 지역 병·의원과 연계하면 지방 확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의료관광 역시 아직은 피부과 등 특정 진료과에 편중돼 있어, 백화점의 명품 편중과 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양극화로 흐르지 않도록 균형 잡힌 육성이 필요하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백화점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지방에 옮겨 심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서울과 똑같은 판을 지방에 복제하려 하기보다, 부산·제주·강원처럼 이미 외국인 방문 기반이 있는 지역에 면세점이 아닌 지역 프리미엄 아울렛이나 의료관광 클러스터처럼 서울 백화점과 경쟁하지 않는 별도 카테고리를 육성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여섯째,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지금까지의 반전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다른 문제다. 7~8월 두 달 동안 원화가치는 약 12.2% 절상됐다(달러당 1559원→1368.7원).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손꼽히게 가파른 강세다. 한은 이슈노트는 1인당 지출 감소를 관광객 구성 변화로만 설명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 원화 강세 흐름이 앞으로 굳어질 경우다. 원화가 계속 오르면 외국인이 같은 돈을 원화로 바꿔도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 지금까지 명품 소비를 늘려온 개별 여행객의 구매력마저 약해질 수 있다. 지금의 백화점 호황이 상대적으로 원화가 약했던 구간에서 이뤄진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방향이 바뀌는 순간 관광객은 늘어도 소비는 오히려 더 위축되는 정반대의 역설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건 원화 강세를 데이터로 미리 반영한 시나리오별 대응이다. 유통업계는 환차익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도 외국인 매출을 지켜낼 수 있는 자체 브랜드·체험형 콘텐트 비중을 늘려야 하고, 정부는 환율에 기대는 반사이익형 관광 정책 대신 환율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구조적 유인책, 이를테면 의료관광 비자 절차 간소화나 K컬처 연계 프로그램 확충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지방까지 관광 열기 퍼지게 하려면
다만 이 성공에는 뚜렷한 한계도 있다. 백화점 3사의 실적 개선은 서울 주요 점포와 일부 광역시에 집중돼 있어, 지방까지 온기가 퍼지려면 별도의 체류형 콘텐트와 교통·숙박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 소비 대부분이 이미 부유한 해외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관광수출 확대가 곧바로 지방 경제나 서민 경제 호조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정책을 계속 더할 필요는 없다. 지역 상품 개발과 교통·숙박 인프라 확충이라는 기존 정책의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여기에 백화점 3사가 스스로 입증한 고부가가치 전환의 문법, 즉 저가·박리다매 대신 소수의 지급 여력 높은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지방 관광지에도 이식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쥔 카드도 하나로 좁혀진다. 방한객 머릿수를 늘리는 데 쓰던 마케팅 예산의 일부를, 이미 온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쓰게 만드는 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크루즈 200만 시대라는 양적 목표와 1인당 지출 확대라는 질적 목표가 서로 부딪힐 때, 지금처럼 두 목표를 나란히 내걸기보다 후자에 무게를 싣는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 결국 지금 한국 관광 경제가 마주한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늘어난 관광객 수를 그대로 반길 것인가, 아니면 그 안에서 갈수록 뚜렷해지는 소비의 양극화를 직시하고 그 틈새를 메울 정책을 설계할 것인가. 통계청의 1인당 지출 그래프와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 그래프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한국 관광 산업이 서 있는 지점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그림일지 모른다.
조원경 세종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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