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기포와 예술이 함께 꽃피운 ‘자연의 진동’ [더 하이엔드]
1729년 프랑스 랭스(Reims)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샴페인 메종 루이나(Ruinart)는 동시대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그 행보가 계속된다.

프리즈 서울의 공식 파트너이기도 한 루이나는 오는 5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프리즈 서울 페어에 ‘루이나 아트 라운지’를 마련해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 ‘Conversations with Nature(자연과의 대화)’를 선보이고 있다. '자연과의 대화'는 샴페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변화와 흐름을 예술로 풀어내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프로젝트다. 루이나와 예술의 인연은 1896년 아르누보의 거장 알퐁스 무하와 함께 광고 캠페인을 제작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다양한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와인 메이커와 설치미술가의 만남
올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는 설치미술가 타다시 카와마타(Tadashi Kawamata)다. 195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그는 현재 도쿄와 파리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목재와 가구 조각 등 일상에서 찾은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으로 잘 알려졌으며, 파리 퐁피두센터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베니스 비엔날레와 도쿠멘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등 주요 국제 예술 행사에도 참여했다.

이번 협업에서 카와마타가 주목한 것은 ‘자연의 진동’이다. 여기서 진동은 포도밭의 기후와 날씨처럼 샴페인의 품질과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의 변화를 의미한다. 와인 메이커가 계절과 기후의 변화를 살피며 샴페인을 만들듯, 카와마타 역시 바람과 비, 햇빛, 중력 등 자연의 움직임을 작품에 담았다.

작가는 작품 구상을 위해 루이나의 본거지인 랭스 지역을 여러 차례 찾았다. 안개가 내려앉은 포도밭을 걷고, 새소리와 바람을 느끼며 현장을 직접 관찰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드로잉과 모형을 만들며 작품의 형태를 구체화했다. 카와마타에게 드로잉은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장소를 이해하고 작품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다. 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며 “자연을 관찰과 협업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랭스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자연의 진동’
랭스를 여러 차례 오간 카와마타는 루이나 본사 지하 셀러에 세운 ‘옵저버토리(Observatory)’, 나무에 둥지처럼 매달린 ‘트리 헛(Tree Hut)’, 본관 외벽 모서리에 설치한 ‘네스트(Nest)’ 등 세 점의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세 작품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한편 전체 풍경을 새롭게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서울에서는 여러 점의 ‘트리 헛’을 선보였다. 나뭇가지에서 꽃처럼 피어난 오두막 형태로, 자연과 문화 사이에 놓인 피난처란 의미를 갖는다. 2015년에 창작한 ‘돔 플랜(Dome Plan) No. 10’도 루이나 아트 라운지에 전시된다. 돔의 구조를 가는 나무 조각과 아크릴 페인트를 이용해 합판 위에 재구성한 작업이다. 평면 위에 놓인 나무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구조를 이루는 모습은 카와마타가 오랫동안 탐구해온 건축과 일상의 관계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설치 작품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장기적인 기후의 흐름, 다양한 생명체로 이뤄진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삼페인 조화에 필수적인 자연의 진동을 세심히 관찰할 수 있다.
프리즈 서울에서 이어온 5년의 대화
2022년 프리즈 서울 첫 개최부터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루이나는 매년 다른 작가와 협업하며 자연과 예술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여왔다. 첫해에는 한국 작가 김종학과 함께 꽃과 자연을 담은 작품을 활용한 ‘세컨드 스킨 케이스’ 매그넘을 선보였으며, 한정판 판매 수익금을 국내 자연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 기부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 작가 에바 조스팽의 설치 작품 ‘카르트 블랑슈: 프로메나드’를, 2024년에는 일본계 아티스트 토모코 소바주와 물과 자연을 주제로 한 작업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스위스계 프랑스 작가 줄리안 샤리에르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4년간 함께한 작가와 작품의 형태는 달랐지만, 자연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시선을 예술을 통해 소개한다는 방향은 일관됐다. 올해는 일본 작가 타다시 카와마타의 작업을 통해 그 대화를 이어간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처남 수차례 찔렀다…그 아내가 열어본 ‘남편의 비디오’ | 중앙일보
- “노무현 버린 건 좌파! 문재인도…” 17년 참았던 MB 작심 발언 | 중앙일보
- “약 왜 먹어? 이게 낫다” 91세 제약회장, 꼭 챙기는 ‘4알’ 정체 | 중앙일보
- [단독] 사우나서 집단 음란행위…그 경찰, 6개월 만에 약식기소 | 중앙일보
- ‘성추행 신고’ 여학생 산 채로 불태웠다…악마 교장에 이 나라 발칵 | 중앙일보
- [단독] 아빠 도박 빚에 납치된 딸…주재원 아빠 ‘신변위협’ 홀로 귀국 | 중앙일보
- 모텔 방 잡자마자 이것부터 했다…부부가 벌인 기막힌 행동 | 중앙일보
- 골프채로 때리고 강제로 옷 벗겨 영상까지…또래 감금한 10대들 | 중앙일보
- [단독] “No work, Yes money”…일하지 않고 돈 받자 외쳤던 용혜인 | 중앙일보
- 29세에 벼락부자 됐다…트럼프 ‘석유 딜’ 이끈 베네수 배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