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짓는 건 경영권, 직원 옮기는 건 쟁의 대상?’…노란봉투법 지침에도 재계 ‘혼선’

김수민, 이영근 2026. 9. 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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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후폭풍을 줄이기 위해 시행지침을 마련했지만, 현장의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장을 새로 짓는 결정 자체는 ‘경영권’에 해당한다면서, 정작 그 공장을 채울 인력을 옮기는 건 ‘교섭 대상’으로 두는 등 곳곳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면서다.


재계 “호남 반도체 투자 늦어질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3일 “노사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지침을 냈지만, 노동쟁의 대상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공장 신설과 이로 인한 배치전환 등 기업의 의사결정 사항은 노동쟁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이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신규 라인을 돌리려면 기존 사업장의 숙련 엔지니어를 필수적으로 재배치해야하는데, 현 지침에 따르면 인력 이동 계획이 구체화하는 순간, 파업 리스크에 노출되는 역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지난 7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조합원 84%가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내년 교섭 의제에 호남 반도체 팹(공장) 투자를 포함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력 배치 전환까지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과 똑같이 교섭 대상으로 묶으면서 노조에 ‘투자 거부권’을 쥐어준 셈”이라고 짚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본부장 역시 “고도의 경영상 결정에 뒤따르는 인력 배치를 교섭 의제로 열어두면 기업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제약된다”며 “특히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메가프로젝트나 적기 사업 재편이 필수적인 첨단 산업일수록 절차적 불확실성이 치명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앙포토

‘기업이익 N%’ 형태의 성과급은 의무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다른 형태의 경영성과급 요구는 여전히 교섭 대상으로 판단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예를 들어 노조가 기업이익 연동이라는 표현 없이 ‘성과급 7억원을 달라’고 요구하면, 회사의 재무 여력이나 지급 적정성과 무관하게 교섭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성과급 요구의 근거나 표현만 바꾸면 ‘꼼수 파업’ 길이 열리는 셈이다. 경총도 “경영성과급이 어떤 경우에 임금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를 밝히지 않아,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추가 지침 같은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법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하위 지침만으로 구멍을 메우기엔 한계가 명확하다”며 “근본적인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봤다.

김수민·이영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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