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죽고 싶다가도..." 문 앞 기다리던 어르신에게 찾아온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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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이렇게 살펴주니 고맙죠. 혼자 살다 보니, 집도 청소도 못해 갖고 엉망이요."
이른 아침부터 비를 머금은 구름이 낮게 깔린 지난 8월 28일 오전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천시 사회복지과 희망복지팀과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으로 연결한다.
한편 제천우체국에서는 시니어 노동력을 활용한 노인일자리 사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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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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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제천우체국 집배원이 지난 8월 28일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물품을 배송 차량에서 꺼내고 있다. |
| ⓒ 유창재 |
이른 아침부터 비를 머금은 구름이 낮게 깔린 지난 8월 28일 오전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 64세 남성 A씨는 집배원이 오기로 한 시간에 맞춰 현관문 앞에 나와 있었다. 격주로 찾아오는 우체국 집배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몸이 불편한 거는 정신과 약 심해. 제가 하루하루 가면 갈수록 더하고 그래. 이제 당뇨가 더 심해. 우울증 좀 그런 게 있어서."
그의 집은 혼자 사는 흔적이 곳곳에 있었다. A는 "식사는 거의 안 먹죠. 하루에 한 끼도 안 먹을 때 있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 이제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집배원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으면서 집안 상태와 건강 상태를 살폈다.
"뭐 불편한 거 있으면 다음에 왔을 때 말씀주시고, 더 불편하면 도움을 청하세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단순한 우편이나 택배 배달과는 달랐다. 물품을 전달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지자체 복지 담당자에게 알리는 '돌봄'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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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제천우체국 집배원이 지난 8월 28일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물품을 문앞에 놓고 수헤자가 집에 머물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
| ⓒ 유창재 |
"한 달에 두 번, 격주로 안부살핌 우편서비스를 나갑니다. 제가 맡은 수혜자 분들은 21분, 21가구입니다. 다 독거하시는 분들입니다."
이날 찾아가야 할 곳은 네 곳이었다. 출근하거나 병원에 가는 등 집을 비운 경우를 고려해 미리 연락을 한다.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에도 직접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그래도 만나지 못하면 상황을 기록한다.
집배원이 들고 가는 것은 매번 다르다. 주로 쌀·김·햇반·사골국물 같은 즉석식품과 물티슈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다. 물품 전달과 함께 건강·주거·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도 작성한다.
건강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안색이 좋지 않은지, 주거는 주변에 쓰레기나 술병 등이 쌓여 있는지, 위생은 신체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한 상태인지 살핀다.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천시 사회복지과 희망복지팀과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으로 연결한다. 택배 상자와 함께 전달되는 집배원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홀몸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촘촘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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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제천우체국 집배원이 지난 8월 28일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물품을 전달하고 있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
| ⓒ 유창재 |
기자 : "안부살핌 우편서비스를 받은 지는 얼마나 됐나요?"
박아무개씨 : "한 세 달 됐어요. 제가... (집배원이) 항상 챙겨주시고 고맙죠."
박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그는 "제가 이거 지금 수급자 신세다 보니까. 이렇게 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리가 아프다는 그는 치아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말을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 집배원은 대화 사이사이 집안과 박씨의 상태를 살폈다. 이후 확인된 박씨의 허리 통증과 당뇨, 관절염 등의 내용은 체크리스트에 기록됐다. 제천시 담당 부서는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복지 지원 여부를 살핀다.
이종원 집배원은 "이 일이 작은 일 같지만 수혜자의 상태를 확인해 연계하는 것이 돌봄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그런 분들을 대면한다는 게 돌봄의 시작인 거죠. 저 나름대로 많은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수혜자들이 반갑게 맞아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에는 한두 번까지는 조금 의외해서, 좀 싫어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몸은 어떠신지 물으며 집을 좀 보고 할 때는 약간 싫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세 번째부터 계속 얼굴 보고 얘기하다 보니까 지금 가면 항상 좋아하십니다. 항상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하세요."
제천우체국에 따르면 이 서비스의 대상자는 현재 50여 가구다. 제천시가 매월 대상자를 선정하며, 향후 70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고위험군이 중심이다.
김귀분 제천우체국 실장은 "고위험군이라고 보면 된다"며 "정서적으로 뭔가 좀 불안정하거나 한 분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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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제천우체국 집배원이 지난 8월 28일 충북 제천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물품을 배송 차량에서 꺼내고 있다. |
| ⓒ 유창재 |
이준규 제천우체국 총괄국장은 이 사업을 집배원의 새로운 공익적 역할로 보고 있다.
"결국은 우리 집배원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안부살핌 우편서비스 같은 공익적인 역할이다. 그런 역할을 강화해 가는 쪽으로다가 해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
그는 "고령화된 지역민들은 손발이 있어야 뭔가 할 수 있는데, 그 손발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지자체에서는 인력을 늘려서 하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은 우체국, 우리 집배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을 직접 만나는 역할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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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원 제천우체국 집배원은 "좋은 일이면 일이 많아도 상관없다"면서 '안부살핌 우편서비스'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 ⓒ 유창재 |
"저를 포함한 집배원 분들이 이거 하면서 긍지나 자부심, 뭔가 변화된 거에 기여하실 수 있는 거에 대해서 좋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우편 배달하면서 받기 싫은 법원 등기를 갖다주면 수취인이 엄청 짜증 내죠. 그러다 보면 서로 기분이 나빠집니다. 하지만 이 일은 서로가 기분 좋고, 서로 마음 편하게 보니까, 무엇보다 도움을 드리는 일이잖아요."
그는 서비스가 더 확대되기를 바랐다. "시내 말고 시외에도 시골에 지금 독거노인분들 엄청 많이 살고 계세요"라면서 "그러니까 그분들도 혜택 받을 수 있게 범위를 크게 만들어서 이런 좋은 일을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일이 더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저희가 할 일이니까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항상 좋은 일이니까, 좋은 일이면 일이 많아도 상관없어요"라고 했다.
이날 마지막 방문지에서 만난 여성 수혜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 지낸다고 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 집배원은 물품을 건넨 뒤 잠시 그의 상태와 집안 환경을 살피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났다.
"작은 일 같지만 수혜자의 상태를 확인해 연계하는 것이 돌봄의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우편물을 배달하던 집배원의 발걸음이 이제는 안부를 확인하는 데까지 닿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쌀 한 봉지와 몇 가지 생필품일 수 있지만, 홀로 사는 사람에게는 2주에 한 번 찾아오는 '사람'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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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제천시에 있는 제천우체국 창구. 중소도시 이하 지역에서는 인구가 소멸되면서 일반 우편서비스를 이용하는 우체국 이용자가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우체국 본연의 기능보다 예보험 금융 업무나 우체국택배, 우체국쇼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며 복합주민이용 기능을 하고 있다. 특히 제천우체국의 경우 집배원의 역할로 공익적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
| ⓒ 유창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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