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09개 줄인다…발전 5사·항만공사 통합, LH는 2개사로 분리

안효성 2026. 9. 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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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 109개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자회사는 하나로 통폐합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단일 공사로 합쳐진다. 부채가 170조원이 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각각 맡는 2개 공기업으로 분리된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행정ㆍ공공기관 이전 계획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부는 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수와 조직·인력, 부채가 함께 불어나면서 구조개혁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운영법이 시행된 2007년 298개였던 공공기관은 올해 342개로 늘었다. 지난해 말 부채는 769조원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핵심 공공기관 구조개혁 15개 ▶유사·중복기능 일원화 11개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83개 등 세 갈래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공공기관을 감축하겠다”며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지 않은 기관은 즉시 이행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이번 개편에서 유일한 분할 대상이다. 택지개발·주택건설은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 주거복지·자산비축은 ‘주택도시자산공사’가 각각 맡는다.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해 자산공사의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한다. 구체적인 기능·조직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발표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통합한다. 석유·가스 탐사·개발과 자원 확보 기능을 한데 모아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석유와 가스는 같은 광구에서 함께 발견·생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업 영역도 겹친다는 판단이 깔렸다. 일본도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통해 석유·가스 개발과 금속광물 확보를 통합해 지원하고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은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한다. 지난해 말 부채는 2조5900억원으로, 별도 영업활동 없이 잔여 업무만 수행하면서도 연간 75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2001년 전력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으로 쪼갠 발전 5사는 25년 만에 ‘한국발전’(가칭)으로 다시 합친다. 연료·정비자재 구매와 연구개발(R&D), 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통합 법인에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인력·사업 재편을 맡는 정의로운전환본부 등을 신설한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정책·기획 기능을 하나로 모으고 기존 항만공사는 4개 지역지사로 전환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통합은 미뤘다. 정부는 ‘공항전략협의회’를 구성해 지방공항 활성화 방안을 우선 추진한 뒤 통합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 이 밖에 방송·미디어, 고용·노동교육, 첨단의료, 중소기업 유통 등 각 분야의 유사 기능 기관과 소규모 자회사도 기능별로 묶는다. 금융 공기업의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들을 한데 묶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다만 실제 통폐합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통합 공기업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지역 간 충돌이 변수다. 발전 5사는 경남 진주와 충남 보령·태안, 부산, 울산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다. 본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지방세 수입과 상주 인구 등이 줄 수 있어 기존 소재지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북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등도 재생에너지 산업과의 연계를 내세워 통합 발전사 본사 유치에 나섰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본사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발전 5사는 해당 지역의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기업”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본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세수 감소 문제가 발생해 기존 소재지의 반발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부채 처리도 숙제다. LH 부채는 지난해 말 173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고 부채비율은 230.8%에 달했다. 하지만 기존 자산과 부채를 두 신설 공사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지는 이번 발표에서 빠졌다. 특히 주거복지 부문은 지난해 임대주택 운영손실만 3조1949억원에 달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은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2조5290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가스공사도 재무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채가 42조원이 넘는다. 가스공사가 상장사라는 점도 변수다. 민간 주주 지분이 상당해 합병 방식에 따라 일반주주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부실자산과 부채를 별도 자회사로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노조 반발도 변수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기능개혁 방안에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를 후퇴시킬 우려가 큰 통폐합과 기능 조정 방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기능 개혁 방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나 사회적 공론화를 배제한 정부의 비민주적 밀실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공대위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기관 5개 산별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통폐합 기관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은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낮아지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공공기관 통폐합 후 하던 일을 무조건 답습하기보다 어떤 사업을 계속하고 그만둘지 판단해야 한다”며 “과도하게 부채를 유발하거나 국민에게 별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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