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간 자갈치 노동자들 허기 채운 '고봉밥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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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밥과 노동자 그리고 가난한 골목이다.
그러다 밥을 먹는 노동자를 찍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가난한 골목을 찍었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한 끼 한 끼 받쳐주었던 한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밥을 먹고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찍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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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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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7년 넘게 자갈치 노동자들의 밥을 지어온 이분이 어르신. 내가 기억하는 어르신은 이렇게 환하게 웃는 사람이었다. 9월 2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
| ⓒ 정남준 |
그러다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분이 어르신을 처음 만났다. 그날의 우연한 만남이 13년 가까운 인연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 이후 자갈치에 갈 때면 밥집을 찾았고, 어르신을 만났고, 어르신이 차려내는 밥상을 찍었다.
관련기사 : [사진] 자갈치 고봉밥 할매께, 건강히 자주 뵈입시더
밥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려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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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르신이 내어주던 밥 한 그릇. 5천 원짜리 밥상에서 나는 가난보다, 가난 속에서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한 끼의 힘을 보았다. |
| ⓒ 정남준 |
가난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고단함 또한 사진가가 함부로 아름답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르신의 밥상을 오래 찍으면서 나는 가난과 고단함 너머의 무엇을 보게 됐다.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밥만큼은 넉넉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허기진 사람이 배불리 먹고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르신은 수십 년 동안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반찬을 내놓았다. 말로 무언가를 가르치신 적은 없지만 나는 그 밥상 앞에서 배웠다. 가난한 골목에도 사람이 사람을 먹이고, 그 밥을 먹은 사람이 다시 하루를 살아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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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겨울부터 기록한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의 105개 밥상. 한 상 5천 원. 나는 밥을 찍었지만, 어쩌면 가난한 노동자들이 다시 하루를 살아갈 희망을 찍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 ⓒ 정남준 |
하지만 나는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반대로 생각한다. 저 작은 사람이 오랫동안 이곳의 노동자들을 먹였구나. 4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그 문을 열고 들어와 허기를 채우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까.
어르신, 참 많이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자꾸 특별한 장면을 찾아다닌다. 나 역시 더 좋은 빛과 더 강렬한 순간을 찾아 골목을 헤맸다. 그러나 어르신은 늘 같은 자리에서 밥을 짓고 사람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다음 밥을 준비했다. 오래 바라보고서야 알았다. 좋은 사진은 반드시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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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갈치의 생선상자들 앞에 선 이분이 어르신. 사진 속에서는 작은 사람이지만, 47년 넘게 이곳 노동자들의 한 끼를 책임졌다. |
| ⓒ 정남준 |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한 끼 한 끼 받쳐주었던 한 사람의 마음, 그리고 그 밥을 먹고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찍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전에 어르신께 이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고 죄송하다.
이제 사진 속에는 어르신의 웃음도, 주름진 손도, 밥도 그대로 남아 있는데 정작 그 사진집을 보여드리고 싶은 사람이 없다. 그래도 105개의 밥상은 남았다. 그 밥을 먹고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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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린 바다 냄새와 노동의 땀 사이, 자갈치 노동자의 밥집 이분이 어르신의 시간. |
| ⓒ 정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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