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렇게 사용해야... 예술의 전당 주변이 들썩들썩

홍윤희 2026. 9. 3.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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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장애인교원노조 선생님들의 초대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을 보게 됐다. 예술의전당에서 장애 당사자들에게 접근성 서비스인 '노디스트'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접근성협회 기수경 대표를 함께 초대했다.

예술의전당 근처에 살아 어릴 때부터 공연 예술에 관심이 깊었던 기 대표는 장애인 관객들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는 노디스트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올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어느 지역 시설이든 장애인 당사자와 고령자가 혼자 와도 불편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9월부터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사업으로 주요 공연장의 접근성 정보를 공공데이터로 수집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개별 공연 지원을 넘어, 접근성 정보 자체를 인프라로 남기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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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희의 다채로운 세상] AI로 공연장 접근성 바꾸는 '노디스트', 한국문화예술접근성협회 기수경 대표

[홍윤희 기자]

 8월 1일 예술의전당 '유미의 세포들' 뮤지컬 공연에서 기수경 접근성협회 대표(가운데)가 장애인교원노조 박병찬 경기지부장(왼쪽)과 사단법인 무의 홍윤희 이사장(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홍윤희
지난 8월 1일 장애인교원노조 선생님들의 초대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을 보게 됐다. 예술의전당에서 장애 당사자들에게 접근성 서비스인 '노디스트'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접근성협회 기수경 대표를 함께 초대했다. 기 대표는 "장애 당사자분들을 만나서 의견 듣게 되어 반갑다"며 공연 중간에도 시각장애, 휠체어 이용, 청각장애 선생님들에게 관람에서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오랫동안 의견을 물었다.

공연장에 장애인 관객은 1%도 안 될 거라는 게 공연 업계의 오래된 통념이다. 현장 직원들은 친절하지만 장애 관객이 오면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만 300여 명의 장애 관객에게 접근성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기수경 대표를 만나고 나서는 그 숫자를 달리 보게 됐다.

그는 장애인 당사자도 가족도 아니다. 다만, 유학 중 교통사고로 목 디스크가 다발성으로 파열돼 팔을 못 들고 거동을 못 하는 시기를 겪었다. 코로나 때였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그것도 영어로 설명해야 하는 고립을 겪고 나서야 장애 당사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경영과 사용자경험(UX)을 공부한 그가 장애 문화 접근성 현장에 뛰어든 건 한 시각장애인의 부탁 이 계기가 됐다. 예술의전당 근처에 살아 어릴 때부터 공연 예술에 관심이 깊었던 기 대표는 장애인 관객들의 문화예술 접근성을 높이는 노디스트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난 8월 30일, 바쁜 시간을 쪼개준 그와 마주 앉았다.
 노디스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실제 공연 장면(일신홀, 한페앙 앙상블꼬리 연주회). 접근성협회가 제공하는 노디스트는 음성 안내와 시각 안내를 AI를 통해 진행한다.
ⓒ 기수경
- 문화 장애 접근성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국책과제 연구를 하다 만난 시각장애인이 있었다. 클래식과 공연에 조예가 깊으셨다. 어느 겨울, 그분이 피아니스트 연주회 온라인 예매를 부탁했다. 순간 '이걸 왜 부탁하시나' 싶었는데 직접 예매해 보니 과정 자체가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너무 어려웠다. 그때서야 크게 반성했다.

2023년 겨울, 그분이 다시 연락을 줬다. 함께 간 공연장에 장애인 관객이 유난히 많았다. 연주자 가족이 장애인이어서 많은 장애 관객이 초청된 거였다. 마지막 남은 티켓을 현장에서 사서 들어갔다. 그런데 중간휴식 시간 동안 한 휠체어 이용 관객의 말을 듣게 됐다. 일찍 예매했지만 휠체어 관객이 평소보다 훨씬 많아 '동선이 꼬인다'는 말을 듣고는 관람을 포기하고 바깥에서 모니터로 공연을 보고 있었노라고. 나는 현장에서 이렇게 감동 받고 힘이 나는데, 누군가에게는 포기가 일상이구나 싶었다.

같이 온 시각장애인의 말에 더 놀랐다. 클래식에 대해 지식이 꽤 많으셔서 공연을 많이 보신 줄 알았는데, 사실 그날이 인생 첫 공연 현장 방문이었던 거다. 귓속말로 공연 정보를 전해드리니 너무 행복해 하시면서 '내가 이렇게 나와서 직접 공연 봐도 되는구나, 자주 옵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시작해 장애 관객들이 편리하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지원팀을 꾸렸다. 디자이너와 장애인복지 전공자가 합류해 공연장 휠체어 동선 지도를 만들고 장애 고객 태블릿에 공연장 대피 방법을 알려드렸다. 시각장애인 관객들에게는 무대 해설을 해드렸다. 어느새 공연만 20여 회, 누적 관객 200여 명(중복 포함)으로 늘었다. 서비스명은 '노디스트(know distance, no distance)'로 정했다. '거리를 알게 되면 거리를 없앨 수 있다'는 뜻이다."

예술의전당에 17년 만에 외출
 노디스트 AI 해설 기술로 돈화문국악당 국악공연에서 자막 해설, 음성 해설을 이용 중인 시청각 장애인 관객. 이날 공연장의 1/3에 달하는 관객이 노디스트를 이용했다.
ⓒ 기수경
-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장애 관객들이 많다. 하지만 일단 경험하면 평생 남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무대 가까이 앉은 시각장애인 관객에게 귓속말로 '지금 지휘자가 땀을 흘리며 감동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전해드렸더니 '멍하니 있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다'고 했던 게 잊히지 않는다.

근육병이 있어 휠체어를 타는 젊은 관객은 어머니와 함께 예술의전당에 17년 만에 외출했다. 그 어머니가 얼마 전 돌아가셨는데, 우리 협회에서 조문을 갈 정도로 인연이 깊어졌다. 그 공연이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됐다더라."

- 인공지능(AI)은 어떻게 접목하게 됐나?

"처음에는 관객 옆에 앉아 소곤거리며 상황을 해설했다. 그 뒤엔 사람이 녹음한 해설 파일을 상황별로 틀어 드렸다. 그런데 라이브 공연의 즉흥적인 상황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주변 관객들 눈치가 보여 AI를 도입했다. 무대의 영상 정보와 음성 정보를 함께 수집해 해설을 자동 생성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이다. 지휘자의 격렬한 움직임이나 분위기의 고조 같은 것을 자막 폰트의 변화로 표현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현재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음성 해설사가 별도의 방에서 마이크로 설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렇게 배리어프리로 각색된 공연에서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걸 깨고 싶었다. 노디스트는 음성 해설과 자막 해설을 하나의 기기에서 동시에 공급한다. AI 학습 수집과 장애 당사자 서비스 제공을 위해 허가를 받은 공연과 전시는 50편에 이른다. 시각장애인이 쉽게 예매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 실제 장애있는 관객도 많이 이용했나?

"지난 3월 CTR그룹 신라상회 기금 지원을 받으면서 장애 관객들을 모실 일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만 30회 공연에 30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9일 한국페스티벌앙상블 4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첼로가 갑자기 고장 나는 돌발 상황이 있었는데, 그 상황도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자막과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감사한 사람이 있나?

"꼭 말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첼리스트 장성찬 선생님은 본인 사비로 R석, VIP석 티켓을 우리한테 나눠줬다. 그 인연으로 진솔 지휘자님, 작곡가 이상준 선생님도 만나게 됐다. 진솔 지휘자님이 이끄는 '플래직'이라는 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 공연은 거의 매진인데도 장애 관객들을 위해 우리 서비스를 적용해 줬다. 시각·휠체어·청각장애 관객이 한자리에 초청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예술의전당에도 정말 고맙다. 2024년에 우리는 아무 기관도 아닌 그냥 사이드 프로젝트 팀이었는데도, 자막 해설 디바이스를 넣을 수 있게 협의해 주고 자막 해설, 음성 해설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었다. 이런 분들이 한 분 한 분 힘을 보태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노디스트는 없었을 것이다."

공연 지원을 넘어 접근성 정보 자체를 인프라로
 접근성협회가 제작한 예술의전당 이동약자 비상대피안내도.
ⓒ 기수경
- 공연 접근성뿐 아니라 다른 접근성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예를 들면 휠체어 이용자는 어떻게 대피할 수 있는지 대피 경로도 알려드린다. 예술의전당 내 사진 잘 나오는 포토 스팟도 알려드린다. 그 근방에 악기 거리가 있는데 대부분 매장이 경사로를 고정 설치하기 어려운지라 이동식 간이 경사로를 우리가 직접 선물해 최근 설치했다. 이곳 상가들은 노디스트 서비스가 들어가는 공연 포스터를 한 달 전부터 붙여주면서 홍보를 도와주고 있다.

그 인근 카페 '룰 커피'에도 경사로를 설치했고, '달달해 커피'는 시각장애인이 메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QR코드로 음성 해설 링크를 연결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지역 상권에도 알려지면서, 장애 고객들이 오시면 좋겠다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양주시 예향교회 휠체어 지정석
ⓒ 기수경
- 교회 접근성은 왜 시작하게 됐나?

"처음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던 계기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교회에서 장애인 부서를 담당하고 돕는 모습을 보면서부터였다. 노디스트 서비스를 사용한 휠체어 이용자 한 명이 목사님 딸인데도 교회를 못 간다고 이야기했다. 휠체어석이 없어 구석에 앉거나 동정 어린 시선을 받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교회는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인식과 시스템이 안 돼 있던 거였다.

그래서 올 1월부터 내가 다니는 경기 양주시 예향교회를 테스트베드 삼아 활동을 시작했다. 청년 자조모임을 만들어서 간이 경사로를 놓기 시작했다. 휠체어가 예배당으로 들어올 수 있게. 화장실도 점검하고, 식당에는 휠체어 배려석도 마련했다. 5월에 완공되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비전센터에는 점자 안내판과 낮은 손잡이가 생겼다.

지금은 예배당에 앞자리·중간·뒷자리 중 원하는 곳에 앉을 수 있는 고정석 3석이 정식으로 마련됐다. 이 변화는 교회 신문과 유튜브에 소개되어 지역에 알려졌다. 교회를 다니지 않던 장애 청년이 새로 신도로 등록하기도 했다. 우리 팀이 없어도 될 만큼, 이제 교회 안 각 부서가 이 지점들을 스스로 감당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장애인 전용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올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어느 지역 시설이든 장애인 당사자와 고령자가 혼자 와도 불편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9월부터는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사업으로 주요 공연장의 접근성 정보를 공공데이터로 수집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개별 공연 지원을 넘어, 접근성 정보 자체를 인프라로 남기려는 시도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준비만 되어 있으면 관객은 온다는 말. 장애인 관객은 1%밖에 안 되니 좌석도 서비스도 굳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건 어쩌면 준비하지 않은 쪽의 변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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