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벌하고 나면 [데스크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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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사건 미종결 시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사건 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 종결을 하게 됐다" 제주에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해온 경찰의 동기다. 온라인을 달구었던 무시무시한 '설'들이 무색하게 그가 허위 종결한 이유는 단순했다.
실종수사 담당이었던 그는 소재를 확인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은 이 중 실종 대상자와 연락도 않고 종결하거나 사실과 다른 사유로 해제한 사례를 27건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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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제주에서 30대 여성의 실종신고가 접수됐다. 실종수사 담당이었던 그는 소재를 확인했다는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 여성은 실종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머물던 숙소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곳이었다. 행적을 확인할 CCTV는 모두 삭제돼 남아 있지 않았다. 늦은 발견으로 정확한 사인 분석도 어려워졌다. 그는 실종신고가 접수된 또 다른 60대 남성을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허위 종결한 혐의도 받고 있다. 60대 남성 또한 뒤늦게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 접수 직후, 수색에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가정은 소용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귀찮음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대가는 아무런 죄 없는 유가족이 지게 됐다.
그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다만 분노가 그 한 사람에게 멈추면 이 사건은 나쁜 경찰 한 명의 이야기로 끝나고 만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 언제든 같은 사건이 반복될 수 있다. 지금 물어야 할 것은 그가 왜 귀찮아했느냐가 아니다. 왜 그의 귀찮음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느냐다.
‘셀프 종결’은 별다른 제재 없이 이뤄졌다. 소재를 확인했다는 한 줄이면 사건이 종결됐다.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허위 기재 또한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 지난해 3월부터 혼자 처리한 실종 신고는 298건이다. 경찰은 이 중 실종 대상자와 연락도 않고 종결하거나 사실과 다른 사유로 해제한 사례를 27건으로 보고 있다. 2건은 실종자가 추후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실종자를 지우는 동안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실종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의 잘못을 거르지 못한 조직의 통제 실패는 다른 수사에서도 반복된다. ‘장윤기 사건’이 그렇다. 지난 5월 광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 간부였다. 20년 넘게 그 지역에서 근무한 아버지는 수사에 관여한 경찰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에 개입하고 증거 인멸과 범행 동기 축소가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관할 경찰서의 초기 수사가 잘못됐다는 사실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에야 드러났다.
지금 경찰을 둘러싼 형사사법 체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다음달 2일부터 검찰청이 폐지되고 새로운 수사·기소 체계가 출범한다. 경찰의 수사를 한 번 더 점검하게 했던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 경찰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권한이 커진 만큼 경찰 스스로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사건 종결을 담당자 한 사람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종결 시에는 다른 경찰관이나 상급자가 기록과 확인 내용을 한 번 더 살펴야 한다. 형식적인 결재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실종이라면 소재 확인이 실제로 이뤄졌는지 물어야 한다. 수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종결 이후에도 일부 사건을 무작위로 골라 실제 수사가 적절했는지 사후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수사 담당자의 판단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판단이 아무런 검증 없이 사건의 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실종자의 숙소에서 400m. 그 거리를 살피지 않은 것은 한 사람의 귀찮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귀찮음이 또 다른 범죄가 되도록 둔 것은 조직의 책임이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때로는 제 편의를 위해 규정을 외면한다. 어떤 날에는 제 식구를 감싸려 할 수도 있다. 그를 벌하고 난 뒤에 물어야 한다. 다음 사람의 잘못은 누가, 무엇으로 멈춰 세울 것인가.
이소연 사회부장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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